외국인 1조 지갑 연 롯데百
따이공 떠난 자리에 2030 외국인 줄 섰다
"모으고, 깎아주고, 먼저 알렸다"
[땅집고] 한때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10~12층 면세점은 중국인 ‘따이공(보따리상)’의 성지로 불렸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던 곳이다. 하지만 면세 사업이 위축된 지금, 그 아래층인 9층이 해외 관광객들의 새로운 ‘쇼핑 성지’로 떠올랐다.
13일 찾은 롯데백화점 본점 9층. 이곳에는 1800㎡ 규모의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르디 메크르디, 마뗑킴, 더바넷, 트리밍버드, 코이세이오 등 국내외 2030세대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15개 대표 K패션 브랜드가 모여 있다. 별도 팝업 공간도 마련돼 있다. 평일 오후임에도 피팅룸 앞마다 긴 대기 줄이 늘어섰고, 고객 상당수는 외국인이었다. 미국에서 온 대학생 제이콥(22)씨는 “SNS에서 핫한 한국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놓아 따로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키네틱 그라운드는 연간 매출의 70%가 외국인 고객에게서 나올 정도로 외국인 집객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6일 기준 올해 외국인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 기록이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7348억원)을 이미 지난 7월에 돌파한 데 이어 연일 신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본관과 에비뉴엘, 영플라자를 묶은 ‘롯데타운 명동’에서 나왔다. 본점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 가깝게 뛰며 단일 상권 기준 5200억원을 돌파했다. 롯데백화점이 외국인 매출 1조원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 3대 성공 전략을 파헤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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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쇼핑 거점, 타운화 전략
첫 번째 비결은 명동 본점 한 곳만 방문해도 쇼핑이 완결되는 원스톱 콘텐츠 구축이다. 과거 면세점 중심의 명품·화장품 쇼핑에서 벗어나, 외국인들이 실제로 열광하는 K패션 브랜드 15개를 9층 한 공간에 모아 놓으면서 동선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본관과 에비뉴엘, 영플라자를 하나의 상권으로 연계하는 타운화 전략을 펼쳤다. 점포별 단품 쇼핑을 넘어 명동 전체를 거대한 K-문화 축제의 장으로 만든 셈이다.
대만에서 온 천메이링(29)씨는 “SNS에서 롯데 본점에 가면 쇼핑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왔다”며 “화장품, 패션, 기념품까지 한곳에서 사고 혜택도 받을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혜택은 늘리고 발급은 쉽게…25만장 팔린 ‘외국인 전용 카드’
두 번째는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 장벽을 완전히 허문 '롯데 투어리스트 멤버십'이다. 그동안 백화점 업계는 복잡한 절차 때문에 외국인 전용 카드 발급에 난항을 겪어왔다. 롯데는 여권 하나만 있으면 현장에서 즉시 발급받을 수 있는 전용 카드를 도입했다. 백화점 5% 할인, 롯데면세점 10% 할인, 롯데마트 7% 할인 등 막강한 계열사 혜택에 교통카드 기능까지 담았다. 최근엔 롯데카드의 외국인 저용 선불카드 ‘체크인서울’과 연계해 식음료·문화 제휴처 70여 곳에서도 쓸 수 있게 했다.
이 카드는 출시 이후 누적 발급량 25만 장을 돌파했다. 본점 지하 1층, 1층, 9층 등 6곳에 설치된 무인 키오스크에서 간편하게 발급과 충전·환불이 가능해 입소문을 탔다. 올해 8월까지 본점에서 카드를 발급한 외국인 중 상당수가 2회 이상 재구매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 가입 국적도 다양해지면서 잠실 롯데타운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비행기 타기 전부터 공략…중국 17억 유저 플랫폼 맞춤 마케팅
세 번째는 여행 계획 단계부터 고객을 사로잡는 입국 전(Pre-entry) 온라인 마케팅이다.
롯데백화점은 방한 전 단계의 잠재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 대표 지도 앱 '고덕지도'와 라이프스타일 리뷰 플랫폼 '따종디엔핑'에 공식 채널을 개설했다. 두 플랫폼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합치면 무려 17억 명에 달한다. 중화권 고객이 여행 동선과 방문 장소를 검색할 때부터 롯데백화점이 최우선 선택지로 노출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춘절, 노동절, 국경절 등 한국 방문이 집중되는 시즌에 맞춰 할인 프로모션 정보를 실시간 제공한다. 지난달부터는 위챗페이와 유니온페이 등 중국인들이 익숙한 현지 결제 수단도 전면 도입했다.
◇미디어 파사드와 ‘제니’ 브랜드 모델로 내세워
롯데백화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형 승부수를 연달아 던지고 있다. 우선 영플라자 외벽에 농구장 4개 크기에 달하는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롯데타운 라이트’(가로 77m, 세로 21m)를 조성 중이다. 연말 12월 크리스마스 연출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개장해, 명동의 미디어 파사드 랜드마크 자리를 두고 신세계백화점과 한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또한 백화점 광고 모델을 쓰지 않던 10년 넘은 관행을 깨고, 최근 가수 제니(JENNIE)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전격 발탁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 등 글로벌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강우진 롯데백화점 본점장은 “앞으로도 외국인 고객에게 필요한 전용 서비스를 끊임없이 발굴해, 롯데 본점을 세계인이 다시 찾고 싶은 글로벌 쇼핑 명소로 더욱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