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례·통계 분석해보니…"증거 기반의 체계적 사업 관리 필요"
[땅집고] 서울시가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재개발·재건축을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이주로 인근 전셋값이 폭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실증 연구사례를 종합해보면 정비사업 이주로 인한 집값 자극은 단기적이고 인접지역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섭 UNIST(울산과학기술원)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13일 서울갤러리에서 열린 한국도시부동산학회 라운드테이블 발표에서 “정비사업 이주가 주변 집값을 집어삼킬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비사업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김 교수는 ‘정비사업의 이주, 주변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가’라는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과거 대단지 재건축 사례 연구에 따르면, 정비사업 이주 여파는 기간과 범위 면에서 매우 제한적이었다. 2002년 송파구 잠실주공4단지나 2015년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당시 전셋값 상승은 이주 시작 전후 2~3개월 동안만 일시적으로 나타났을 뿐, 약 5개월 이내에 주변 시세에 흡수되며 안정을 찾았다.
가격 변동의 공간적 범위 또한 멸실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사업장 반경 1km 안에서만 관찰됐으며, 1~2km 떨어진 지역에서는 오히려 장기적인 하락세가 확인됐다. 올해 발표된 가락시영 재건축 연구에서도 이주 가구가 1% 늘어날 때 인근 행정동의 평균 전셋값 상승 폭은 0.04% 수준에 불과해 영향이 미미했다.
서울시 정비사업 통계를 토대로 추산한 수치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공급 예정 물량이 파악된 361개 사업장의 새 아파트 건립 가구는 46만1000가구, 철거로 사라지는 기존 가구는 35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재개발·재건축을 거치면 서울 전체적으로 10만9000가구의 주택이 순증하게 된다.
해마다 철거로 발생하는 이주 수요(약 4만2000가구)는 최근 3년간 서울 연평균 전월세 거래량(64만6000건)의 6.6% 수준이다. 경제학 탄력성 모델을 적용한 추정치는 연간 1.3~5.3% 수준이지만, 김 교수는 “실제 현장에서는 주택 유형이나 지역별 분산 정도에 따라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이보다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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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이주가 전셋값 폭등시킨다?”… 실증연구·정부 규제 모순 지적
김 교수는 정비사업의 영향을 이주·철거(멸실) 단계와 준공 단계로 나누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 초기에는 단기 대체 주택 수요로 임대료가 일시 자극받을 수 있지만, 준공 이후에는 새 아파트 입주로 전체 주택 재고가 늘어나 임대료가 하락하고 주변 주거 환경도 개선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흑석3구역 재개발 사례의 경우 조합설립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직후에는 주변 매매가가 올랐으나, 준공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정비사업이 시차를 두고 분산 진행되는 만큼, 행정 당국이 이주 시기만 적절히 조율하면 전세 시장 불안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정비사업 이주의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나 실증되지 않은 비판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주택 멸실과 준공이 시장에 미치는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증거 기반 정비사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