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만명 세종행, 내년 입주 물량은 '0'
세종 집값, 또 정치 이슈에 출렁이나
[땅집고] 정부가 1만 명 규모의 중앙행정기관 공무원을 세종시로 추가 이전하는 ‘2차 행정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2012년 1차 이전 이후 15년 만의 대규모 이동이다. 하지만 이주 수요를 받쳐줄 세종시 내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전무하다시피 한 데다 이미 전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진보 정권 때마다 반복하던 ‘정치 이슈발(發) 집값 널뛰기’ 장세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사·출장·여행갈 때 잠깐 머물 집 고민 끝…수수료 부담없는 단단홈즈
◇1만 명 세종행, 내년 주택 공급은 ‘절벽’
행정안전부는 13일 수도권에 소재한 44개 중앙행정기관, 총 9929명(정원 기준)의 공무원을 세종시로 단계적 이전한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 임차 청사를 활용해 공무원 약 3000명이 세종으로 이전하며, 2031년까지 1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차례로 내려온다.
문제는 이 수천 명의 인원을 수용할 주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및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세종시의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0가구’로 집계됐다. 세종시 아파트 기준 적정 입주 물량이 연간 1847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공급 가뭄이 심각한 수준이다. 오는 2028년 상반기에나 총 1100여 가구의 입주가 재개될 예정이어서, 주택 수급 불균형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주 물량 부족이 예고된 가운데 임대차 시장에서도 매물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최근 939개로, 1년 전(1522개)과 비교해 약 38% 감소했다. 세종시 한 중개업소는 “전세금이 1억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며 내년부터 이전이 시작되면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한층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폭등 후 폭락’ 널뛰기 세종
세종시는 과거에도 정치 이슈에 따라 집값이 급등락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여권을 중심으로 행정 수도 이전 및 국회 의사당 세종 설치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세종시 집값은 기형적으로 치솟았다. 2020년 한 해 동안 세종시 아파트 실거래가는 무려 45% 이상 급등했으며, 그 여파로 2021년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70.68% 폭등했다. 이는 당시 전국 평균 상승률의 4배에 육박하는 압도적 전국 1위 기록이었다.
당시 세종시 집주인들은 비정상적인 공시가 폭등으로 인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등 각종 법정 부담금이 폭탄 수준으로 늘어나는 고통을 겪었다. 이후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물려 2024년 세종시 집값은 ‘전국 하락률 1위’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매매가·전세가 하락과 시장 냉각을 겪은 바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2차 이전 역시 충분한 주택 공급 대책 없이 정치적·행정적 이전 발표만 먼저 이루어지면서 시장이 다시 불안정한 널뛰기 장세로 진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서울에 비워둔 집이 있다면? 프리미엄 단기·중기 임대로 수익 만들기
◇또다시 ‘반쪽 세종시’ 되나
주거난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공무원 사회 내부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주택 공급이 묶이고 임대료마저 치솟으면 가족 전체가 세종으로 이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은 수도권에 남겨둔 채 공무원 본인만 평일에 세종으로 내려와 생활을 하다가 주말에 상경하는 ‘나홀로 이주(나홀로 공무원)’가 다시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시에서는 이미 자녀 학업,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이유로 가족은 서울에 두고 KTX나 통근버스로 출퇴근하는 흐름이 고착화되어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무원 이전보다 더 중요한 점은 실제 가족의 동반 이주 여부다”며 “교육·의료·문화·교통 등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채 행정기관 이전을 밀어붙이면, 세종시는 출범 초기의 ‘주말 유령도시’, ‘반쪽짜리 이주’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