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분당 한복판 학생 없어 폐교한 중학교…신도시 첫 폐교, 땅값만 수천억

뉴스 정주현 기자
입력 2026.10.15 06:00

1기 신도시 첫 폐교 청솔중…한때 1500명 넘던 학생 42명으로 급감
소형 주택형 밀집에 학군 선호도 차이까지…국제교육원 입주 후 활용 논의

[땅집고] 폐교한 성남시 분당구 청솔중학교로 이전한 경기도교육청국제교육원 전경./정주현 기자


[땅집고]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옛 청솔중학교. 5층짜리 본관과 3층으로 구성된 별관 건물에 학생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학교는 한 때 전교생이 1500명을 넘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난해 3월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폐교했다. 학교 배정권에 아파트 약 6500가구가 밀집한 분당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현재는 일부 교실이 국제교육원 세미나실 등으로 쓰인다.

청솔중이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학생 수 감소를 원인으로 폐교하면서 부지 활용 방안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에는 폐교 후 평택 국제교육원이 이전해 오기로 했지만 최근 이전 계획이 취소되며 현재 부지 활용 방안은 미정이다. 안민석 교육감은 지난 1일 “주민과 미래 세대에 필요한 공간으로 활용할 방안을 다시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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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6500가구 한복판인데…학생 없어 폐교

청솔중은 분당신도시 조성 초기인 1995년 금곡중학교로 개교했다. 이듬해 청솔중으로 이름을 바꿨다. 개교 당시 150여명이던 학생은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2000년대 초반 1500명을 넘어섰다. 늘어난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도 증축했다.

그러나 30년 만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2021년 102명이던 전교생은 2022년 82명, 2023년 59명, 2024년 42명까지 줄었다. 교실 52개보다 학생이 적을 정도였다. 결국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65.8%가 폐교에 찬성했고, 지난해 3월 문을 닫았다.

1기신도시 노후화에 따른 인근 지역 학령인구 감소가 폐교의 원인으로 꼽힌다. 아파트 입주 30년차가 되면서 기존 학생들이 성장해 졸업했고, 신규 학생들이 유입되지 않아 심각한 학생수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신도시 조성 초기 대규모로 유입된 학령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다수의 학교가 개교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총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 등이 급감했다.

하지만 분당의 모든 중학교가 청솔중처럼 학생 부족을 겪는 것은 아니다. 청솔중에서 직선거리 약 500m 떨어진 늘푸른중학교는 2024년 전교생이 636명, 인근 불곡중은 723명이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주변 아파트의 주택형 구성과 학군 선호도를 원인으로 꼽았다. 청솔중과 인접한 청솔마을에는 주공6·9단지와 공무원5단지, 동아10단지 등 1~10단지 약 6500가구가 밀집해 있다. 이 중 5~10단지 4000여가구가 청솔중 배정권역에 속했다.

이 중 1250가구 규모인 주공6단지는 전용면적 31㎡, 1020가구인 주공9단지는 전용 36~42㎡ 위주로 구성됐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소형 주택형에 신혼부부나 1인 가구 등이 거주하면서 중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생활환경은 괜찮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갈 정도가 되면 이 아파트 쪽에서 다른 데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땅집고] 폐교한 성남시 분당구 청솔중학교로 이전한 경기도교육청국제교육원 전경./정주현 기자


◇집 가까운 청솔중보다 늘푸른중 선호…학군 수요도 이동

학부모들의 학교 선호도도 청솔중의 학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청솔중에서 정자역 방향으로 가면 정자일로를 따라 늘푸른초·중학교와 학원가가 자리 잡았다. 금곡동 B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엄마들은 아무래도 늘푸른중학교를 조금 더 선호한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그쪽에서 친구 관계를 형성하고 중학교까지 이어가려는 부모들도 있다”고 말했다.

청솔중의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도 학생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청솔중은 2010년 경기형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했지만, 일부 학부모는 특목고 진학 등에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4년 땅집고 취재 당시에도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다른 학군으로 이사하겠다는 학부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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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 653억 폐교 부지…향후 활용은 과제

청솔중 부지 면적은 약 1만5396㎡, 건물 연면적은 약 1만1055㎡다. 2026년 개별공시지가(424만원/㎡)를 적용하면 토지가액은 약 653억원이다. 공시지가 기준 추산이기 때문에 실제 개발 용지로 판매할 경우, 수천억원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청솔중 부지의 입지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인분당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미금역과 가깝고, 정자역과도 멀지 않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고 기존 상업시설과 생활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주변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도 높다.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를 리모델링한 '더샵 분당센트로'는 올해 1월 전용면적 84㎡ 최고 분양가가 21억8000만원에 달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청솔중 부지에 대해 "미금역과 정자역 사이에 자리 잡은 데다 주변에 아파트와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어 입지적으로 가치가 높은 땅"이라며 "주변 리모델링 아파트가 높은 가격에 분양되는 점을 봐도 주거 입지로서의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땅값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아파트나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솔중은 교육청이 관리하는 공공 교육용 부지로, 주거시설 개발을 추진하려면 도시계획 변경 등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주거시설 개발을 위한 종상향이 이뤄지더라도 개발이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가 문제다. 공공 부지의 용도를 바꿔 개발 수익이 크게 늘어나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 등으로 상향하면 개발가치가 높아지겠지만 그에 따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며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폐교 부지에 평택의 국제교육원을 이전하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계획한 총사업비는 약 315억원이다. 국제교육원은 올해 1월 입주했지만 지난 1일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이전 결정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교육감은 주민과 미래 세대에 필요한 공간으로 활용할 방안을 다시 찾겠다고 했다.

폐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나타나고 있지만 교육청이 보유한 폐교 부지를 개발하거나 활용할 제도적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며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해 폐교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지침과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ivehy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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