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농지 조사 정책을 둘러싸고 농촌 현장의 혼란과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부 정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국민과 언론이 오해했을 뿐"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농식품부는 최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농지 조사의 원칙은 당초 발표한 대로 변함없이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으며, 정책이 오락가락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밝혔다.
앞서 언론과 농업계는 정부가 졸속으로 농지 조사를 추진하다가 현실과 맞지 않는 강제 처분 방침에 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뒤늦게 투기와 무관한 농지를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후퇴·번복 행정을 펼쳤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시각은 180도 달랐다. 자신들은 처음부터 잘해왔는데 언론과 국민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정책 번복'으로 지레짐작했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4월 조사 계획 발표 때부터 조사 결과를 모두 강제 처분으로 연결하지 않고 계도나 제도 개선에 활용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면서 "7월 기본조사 발표와 9월 당정협의, 10월 후속조치 발표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원칙이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즉, 현장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마저도 '소통을 통한 정책의 구체화'일 뿐 결코 정부가 물러서거나 방침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나아가 농식품부는 농지법 개정과 특별조치법 제정에 대해서도 "투기는 엄정 대응하되 비투기성 문제는 한시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일관된 수순"이라며 "농민 반발에 정부가 물러섰다는 비판은 과도한 지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농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한 농민 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충분한 현장 실태 파악 없이 무리하게 조사를 밀어붙이다 불이 나자 땜질식 처방을 내놓고는, 이제 와서 '원래 다 계획에 있던 것'이라며 책임 회피성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
결국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번 해명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미숙함과 현장과의 소통 부재는 일절 인정하지 않은 채, "정책은 완벽했으나 이를 이해하지 못한 농민과 언론의 탓"이라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여전히 정부의 후속대책도 미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투기 농지에대해서만 강제처분 방침을 밝혔으나 “무엇을 투기로 볼지 판단 기준이 아직 명확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 또 이미 처분명령을 받은 농지에도 특별조치법을 적용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은행과 농지연금을 통한 해결책을 강조했으나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조사로 처분 농지가 쏟아지면서 농지 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