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피해 '최소보장제' 다음 달 시행
임차보증금 3분의 1 보장
늘어나는 재정 부담은 숙제
[땅집고]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공매를 거치고도 돌려받은 돈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가 부족분을 지원하는 ‘최소보장 제도’를 11월 13일부터 시행한다. 피해자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한 조치지만, 개인 간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반면 전세보증금은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3분의 1 보상제’는 오히려 모럴 해저드를 유발해 전세사기가 확산시킬 수 있는 만큼, 좀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세 피해자 보증금 일부 보전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법의 후속 조치로, 최소지원금 산정 기준과 지급 절차 등을 구체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피해자들이 절차와 시간을 기다리느라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늦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주거 안정과 빠른 회복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최소지원금은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피해자가 이미 회수한 금액을 뺀 만큼 지급한다. 보증금의 3분의 1을 일괄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1억5000만원인 피해자가 경매 배당금 2000만원과 경매차익 지원액 1000만원 등 총 3000만원을 회수했다면, 정부가 부족분인 200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경·공매가 끝나기 전에도 선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최소보장금에서 이미 받은 금액을 뺀 만큼 우선 지급한 뒤, 추후 추가 회수액을 반영해 정산한다. 지급과 정산 업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는다.
☞ 서울에 비워둔 집이 있다면? 프리미엄 단기·중기 임대로 수익 만들기
◇지원 확대에 재정 부담 우려
이번 조치는 최소한의 사회적 보완책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재정 부담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분석해보면, 임대인의 부채 규모와 선순위 권리관계, 실제 상환 능력 등을 일반 임차인이 계약 전에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전세보증금은 젊은층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을 대부분 잃으면 주거지를 옮기는 것은 물론 금융 부담과 신용 악화까지 감당해야 할 수 있다. 피해자의 주거 불안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공적 지원의 근거로 꼽힌다.
다만 재정 부담과 지원의 형평성은 과제로 남는다. 국토부는 최소지원금 지급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84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와 같은 규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4월 1일 발간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새로 인정되는 피해자가 반영되지 않아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전세사기 피해와 지원 수요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
◇사적 계약 손실 보전 범위는 쟁점
지원 대상과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쟁점이다. 임대인의 고의적인 사기를 포함해 자금난이나 부채 문제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할 경우, 개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어느 범위까지 사회가 공동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계약 조건을 꼼꼼히 확인한 임차인 입장에선 보증금 손실이 발생한 사람들에게 세금으로 보전한다는 점은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최소한의 주거 안전망 제공과 사적 손실 보증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도 최소 보장 수준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3월 16일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임차보증금의 절반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4월 국회 심사 과정에서 보장 기준이 3분의 1로 조정됐다. 피해 구제의 실효성과 재정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는 경·공매 등을 거치고도 보증금의 3분의 1조차 회수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부족분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주거 안전망이라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단체들은 제도적 미비로 인한 사회적 재난인 만큼, 최소 피해금의 50% 이상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givehy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