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타임머신] 하정우, 이대 건물 75억에 샀다가 공실 폭탄 맞았다
[땅집고] 약 7년 전 서울 이화여대 상권에서 75억원 건물을 매입했던 배우 하정우가 사실상 30억원 상당 손해를 보고 있다는 업계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서울 상권 지도가 재편되면서 인기를 잃은 이화여대 상권이 공실 폭탄을 맞은 탓이다.
빌딩업계에 따르면 하정우는 2019년 1월 이화여대 상권 메인 도로에 있는 4층 높이 건물을 약 75억원에 매입했다. 앞서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송파구 방이동, 강원도 속호 금호동에서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 건물 3채를 연쇄적으로 사들이면서 ‘스벅 매니아’로 불렸던 그가 유일하게 스타벅스가 없는 빌딩을 손에 넣은 사례라 주목받았다.
이 건물은 대지 201㎡(약 61평)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571㎡(173평) 규모로 1983년 완공했다. 3.3(1평)당 매입가를 계산하면 약 1억 2200만원 정도다. 하정우가 매입했을 당시 1층에는 대기업 화장품 매장인 이니스프리가 입점해있었고 상층부에는 오래된 국수집과 메이크업 샵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하정우가 거둘 수 있는 월세 수익이 2500만원 정도라 수익률이 5%대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가 건물을 매입한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이화여대 상권이 급격하게 침체하기 시작했다. 상권 핵심 수요층이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고, 대학마다 감염을 피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이화여대 일대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줄었던 것. 대로변 메인 도로에서 시작한 공실 현상이 이면도로까지 퍼지면서 상권 전체가 가라앉았다. 코로나가 종식한 이후에는 20~30대가 연남·성수동 등 신흥 상권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
상권 침체로 매출이 줄자 하정우 빌딩에 있던 1층 이니스프리 매장은 2020년 퇴거했고, 2층 국수집 등 세입자 역시 줄줄이 나가기 시작했다. 하정우는 새 임차인을 구하는 데 최소 4년 동안 애를 먹었다. 실제로 이 건물의 얼굴 격인 지상 1층 유리창에 ‘지하 1층 46평, 1층 36평 임대’라고 적힌 팻말이 2024년까지 붙어 있었을 정도다.
빌딩업계에선 7년 전까지만 해도 75억원이었던 하정우 건물이 올해 기준으로는 약 45억~47억원 정도 가치로 추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이대·신촌 일대 공실이 심각해 건물마다 대지면적 기준 3.3㎡당 7000만원 후반대에서 80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과거 프랜차이즈 커피숍 탐앤탐스가 통째로 쓰던 인근 4층 높이 건물이 2024년 12월 3.3㎡당 7800만원 수준인 53억원에 거래됐다. 당초 이 건물은 2020년까지만 해도 88억원에 팔렸다. 하지만 상권 침체 이후 탐앤탐스가 퇴거하자 2024년 1월 건물주가 매각가보다 낮은 80억원에 처분했고, 새 주인 역시 계속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1년도 채 안된 시점에 30억원 정도 깎은 53억원에 손절을 결정했다.
하정우는 올해 3월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란 드라마에 출연하며 진행한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저 역시 건물을 갖고 있고, 건물주라고 해서 핑크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면서 “대본을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고 지식이 부족해 저지른 실수가 있어 더 이입이 된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