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 친목회 가입비 1500만~3000만원
비회원과 공동중개 금지·위반 땐 제명
서울·용인서 불법 운영 친목회 잇따라 적발돼
[땅집고] 올 6월 인천의 한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 공인중개업소를 차린 최영미(40대·가명) 씨. 그는 개업 후 넉 달 동안 매매와 전·월세를 통틀어 단 한 건의 계약만 성사시켰다. 인근 중개업소들과 비교해도 거래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부동산 거래 침체 탓도 있었지만, 최 씨가 꼽은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역 중개업소들이 결성한 친목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씨는 “친목회에 가입하려면 가입비만 2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해서 고민 끝에 포기했는데, 그때부터 철저한 따돌림이 시작됐다”며 “비회원은 기존 회원들과 매물 정보 자체를 공유할 수 없어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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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은 매물 공유 불가”
공인중개사들이 지역별로 만든 사설 친목회가 신규 중개업소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입비는 지역에 따라 1500만~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하지 않으면 회원 업소들이 확보한 매물을 소개받거나 공동중개에 참여하기 어려워지는 식이다. 친목회는 오래 전부터 운영돼왔지만, 최근 들어 일부 친목회에서 비회원 업소와 공동중개를 하지 못하도록 회원들을 통제하거나, 이를 어긴 회원을 제명하는 방식으로 배타적인 영업 구조를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처럼 새로운 동네에서 막 영업을 시작한 이들은 수천만원 가입비를 선뜻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가입을 포기했지만, 그 대가는 예상보다 컸다. 지역 중개업소들이 확보한 매물을 공유하거나 공동중개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매물을 확보하고 고객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서 영업 기반을 다지는 것부터 험난하다.
공동중개는 한 중개업소가 확보한 매물을 다른 업소가 고객에게 소개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중개업소끼리 협의해 중개보수를 나누는 방식이다. 지역 중개업소들이 매물과 고객을 주고받는 시장에서 공동중개망에 접근하지 못하면 영업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개업 초기에는 확보한 매물과 기존 고객층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비회원이라는 이유로 지역 네트워크에서 배제될 경우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친목회의 매물 독점과 담합은 중개사들의 피해를 넘어, 일반 소비자가 다양한 매물을 비교할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높은 수수료를 강요받는 등 2차 피해로 확산할 수 있다.
◇친목회 횡포에 무릎 꿇는 중개사들
문제는 이 같은 친목회의 갑질과 파행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설 친목회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경기도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이애경(50대·가명)씨도 친목회에서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가 결국 재가입했다. 이 씨는 과거 중개업소를 2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전했다가 친목회 내부의 ‘거리 제한 회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회원 자격을 잃었다. 이후 4년간 비회원으로 버텼지만, 매물 공유 차단과 수수료 불이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가입비와 월회비를 다시 내며 재가입했다.
이 씨는 “이런 방식의 친목회가 잘못됐다는 건 알고 있지만, 물건을 확보하고 다른 중개사들과 거래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말이 좋아 친목회지 결국 이익집단이며, 회원에서 빠지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원들의 생존권을 좌우하는 회칙이지만 정작 보여달라고 해도 회장이나 총무 선에서 숨기기 일쑤라 내용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역 친목회 카르텔 잇따라 적발
경기도는 올해 6월 용인시 일대에서 비회원 중개업소와의 공동중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긴 회원을 제명하는 등 배타적인 영업 구조를 만든 공인중개사 친목회 전·현직 운영진 3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친목회 내부에서는 중개수수료 할인을 금지하는 공지도 확인됐다. 이들은 이후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에서도 올해 4월 서초구 반포동에서 신규 회원에게 2000만~3000만원의 가입비를 받고 비회원과의 공동중개를 제한한 친목회가 적발됐다. 특히 해당 친목회에서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중개보조원이 회장을 맡아 단체 대화방을 통해 회원들을 통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일부 공인중개사의 가격 담합과 비회원 배척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자체 조사에 나섰다. 협회는 전국 19개 시·도회와 256개 시·군·구 지회 조직을 활용해 친목회 모임 등의 가격 담합과 비회원 배척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자정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협회는 의지가 있어 보이지만 각 지부나 기존 친목회에서 반발하고 있다”며 “친목회 중심의 기존 중개 관행이 바뀌는 과정에 있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단체를 구성해 특정 중개업자에 대한 중개 의뢰를 제한하거나, 구성원이 아닌 중개업자와의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등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givehy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