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태로 국감 증인 소환론 재점화
횡령해도 솜방망이 징계뿐…내부통제 구멍
은행 실적 나홀로 역 성장, 연임 장담 어려워
[땅집고]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도전 중인 이찬우 NH농협금융회장이 국정 감사 증인 출석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급증한 금융 사고와 관련해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증인으로 신청할지를 논의했지만 여야 합의 실패로 불발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 등에 대한 사상 초유의 AI 해킹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지주 회장들을 다시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년 2월 연임에 도전하는 이찬우 회장에게는 이번 국감 결과가 연임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증인 채택 불발" 분위기였지만…해킹 사고로 다시 긴장
앞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로 "은행권 금융사고가 2023년 33건·697억원에서 올해 1~7월 47건·1708억원으로 급증했다"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이달 초 금융위 국감 일반 증인이 단 2명에 그쳤고, 레버리지 ETF 관련 인물들도 전원 증인 명단에서 빠져 이들의 국감 출석이 불발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하나·BNK부산은행에서 잇따라 AI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에 의해 고객정보가 유출 되는 초유의 사고가 터지며 국감 쟁점이 '은행 내부통제·보안 책임'으로 급선회하는 모양새다. NH농협은행은 이번 해킹 시도는 막아냈지만, 내부 통제가 국감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찬우 회장도 자유롭지 않은 처지다. 19일 금감원 국감과 이후 종합감사에서 증인이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NH농협은행 직원, 횡령 적발 되고도 징계는 ‘솜방망이’
때맞춰 NH 농협은행의 내부 통제 부실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정무위)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NH농협은행 직원 징계는 모두 426건에 달했다. 복무규정 위반이 100건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부실채권 발생 40건, 횡령 37건, 부당대출 취급 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간 NH농협이 내린 징계는 경징계(견책 등)가 191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특히 국감에서 이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를 놓고 NH농협금융 이 회장의 책임이 부각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외국통화 시재금을 횡령한 직원은 감봉 6개월에 그쳤고, 가족 명의 대출을 횡령한 지점장·팀장급 직원도 같은 처분 뒤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NH농협에서 지난해 적발된 13건의 횡령 중 8명은 견책·감봉·정직 처분만 받고 근무를 이어가고 있고, 올해 6월에도 팀장급·소장급 시재금 횡령이 적발됐지만 각각 감봉·견책에 그쳤다.
◇ 실적도 발목… 국감 이슈가 심사에 부담 작용할 듯
이 회장은 2025년 2월 취임해 내년 2월 2일 첫 임기가 끝난다. NH농협금융 회장은 2012년 출범 이후 역대 7명 중 단 2명만 연임했고, 직전 손병환·이석준 전 회장도 모두 2년 만에 물러났다. 그만큼 연임이 드문 자리에서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실적과 명분이 모두 중요한 셈이다.
이찬우 회장이 연임하기 위해선 취임 이후 은행 본업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을 넘어야 한다. NH농협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7791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NH투자증권과 자산운용 계열사의 단기 성과에 따른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같은 기간 그룹 핵심인 NH농협은행 자체 순이익은 오히려 1조16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50억원) 감소했다.
앞서 KB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에도 양종희 회장 대신 이재근 회장으로 '세대 교체'를 택하면서 ‘실적만으로는 연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는 중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 양종희 회장 사례와 비교하면 이찬우 회장이 NH금융그룹 실적을 연임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금융사고 징계 솜방망이 처분 같은 내부통제 이슈가 국감에서 다시 도마에 오를 경우, 이찬우 회장의 연임 심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