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4000억 쓰고 두 달 만에 문 닫았다…'아난티'가 남긴 눈물의 골프장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10.08 06:00

[땅집고]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리조트’ 골프 코스. /아난티


[땅집고] 지난달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 심은 지뢰가 폭발하면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우리 군 장병 18명 중 3명이 부상을 입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지휘관 1명은 발목 절단까지 당하면서 남북 관계에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과거 대한민국 기업이 금강산 일대에 약 4000억원을 투자했던 관광단지가 북한군 피격 사건으로 두 달만에 문을 닫았던 비운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단지에는 골프장도 있었다. 강원 고성군 온정리 일대 160만㎡ 부지에 들어섰던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리조트’다. 총 18홀 규모로 2004년 12월 착공해 2008년 5월 시범 운영을 시작했는데, 대한민국 민간 자본이 들어간 유일무이한 북한 소재 골프장이라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세계 최장홀이던 총 1014야드 길이 3번홀(파7)과, 그린에만 공을 올리면 홀인원이 가능하도록 홀컵 주변부를 깔때기 모양으로 설계했던 14번홀(파3)이 특징이었다.

[땅집고]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리조트’ 골프 코스. /아난티


이 골프장을 만든 기업은 국내 최대 규모 호텔·골프장 건설 운영 기업으로 유명했던 에머슨퍼시픽이다. 현재 사명은 바뀌어 자체 호텔 브랜드와 동일한 ‘아난티’가 됐다. 당시 에머슨퍼시픽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간 개발 사업권을 가졌던 현대아산으로부터 개발권을 넘겨 받아 골프장 건설을 진행했다. 현대아산은 골프장과 함께 짓는 리조트 매출액 중 일부를 넘겨 받는 조건을 걸었다.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리조트’는 개장과 동시에 큰 관심을 받았다. 휴전국인 북한 땅에 들어선 골프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세계 최장 홀과 이른바 ‘홀인원 홀’을 경험하고 싶었던 골프 인구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실향민 세대에게는 북한에 방문할 수 있다는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남북통일이 가까워진듯한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2007년 10월에는 이 곳에서 4일 동안 한국프로골프(KPGA)가 열렸고 북한에서 최초로 진행하는 골프 레슨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땅집고]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리조트’ 클럽하우스. /아난티


하지만 개장한 당해 7월 11일 새벽 4시 30분쯤, 북한 북강원도 온정리 금강산 특구 일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대한민국 국민인 박왕자(당시 53·여)씨가 가슴과 다리에 총상을 입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남북 관계 개선이 물 건너갔고 7월 중순쯤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던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리조트’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로도 남북 관계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2010년 4월 28일 골프장 입구와 클럽하우스, 숙소인 골프텔에 대한 동결 조치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 일대에 들어선 남측 시설을 전부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2022년 4월부로 골프장과 리조트 8개동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에머슨퍼시픽은 골프장 사업 전면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2021년 말 기준 507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은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리조트’ 부동산 자산은 전부 영업외손실 항목으로 손상 처리했다.

당시 에머슨퍼시픽은 해당 내용을 발표하며 “금강산 사업이 종료돼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보유 자산이 총 1조3000억원 이상이고 운영 중이거나 새롭게 추진하는 플랫폼이 7개에 달한다”면서 “507억원 자산에 의해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지속해서 손상되는 것보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

화제의 뉴스

4000억 쓰고 두 달 만에 문 닫았다…'아난티'가 남긴 눈물의 골프장
연임 앞두고 잇단 금융 사고…이찬우 NH금융회장 국감 출석할까
"자고 나면 1억씩 뛴다" 84㎡ 25억 돌파 직전, 분당 재건축 열기 [르포]
"집 한 채 놓고 세입자 30명이 경쟁도" 文정부때 교훈 망각한 정권 흔들
오세훈 "아파트 리모델링, 재건축 수준으로 지원"

오늘의 땅집GO

분당 대장주 유력 시범1·파크타운…재건축 5곳, 알짜는 따로 있다
주말 그린피만 48만원짜리 골프장 매각하는 포스코그룹,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