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LH 사장 "15억 이하 주담대 한도 강화 필요"
"삼성전자 등 사내대출도 규제해야"
청년, 무주택 수요자 "내 집 마련 왜 막나" 비판 나와
[땅집고]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아 파장이 일고 있다. 서민·청년층의 대출 규제 강화를 주장하면서 기업의 사내대출까지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LH를 비롯한 산하 공공기관들은 정부 지침을 어긴 채 특혜성 사내대출을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나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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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대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15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를 지금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상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 적용에 대해 “대출을 최대한 받아 경쟁적으로 집을 사고 있다”며 강한 부정적 의사를 표했다. 주택을 짓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급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대출을 통한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사장은 대출 규제와 관련해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우려가 나오고 집을 사려는 국민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생애최초 LTV 70% 축소 가능성에 대해 “줄여야 하는 게 맞지만 청년 문제라 애매하니 세모로 표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사전에 전혀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정책 및 금융 규제 수장의 공식 입장이 아닌 상황에서 시장에 혼선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사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청년층과 무주택자 사이에서는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 A씨는 “자산 형성 기회가 적은 청년이나 무주택자는 집안의 도움이 없으면 대출이라도 받아야 겨우 내 집 마련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공공주택 공급 책임자인 LH 사장이 대출 사다리마저 걷어차라고 부추기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공급은 지연되는데 대출만 조이면 청년들은 평생 전월세를 전전하라는 말이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등 민간 대기업의 사내대출에 대해서도 “정부가 규율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규율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장의 발언과 달리 정작 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들이 정부 지침을 위반하며 직원들에게 특혜성 사내대출을 해주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경제부의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 직원의 사내 주택자금 대출 한도는 1인당 7000만원 이내로 제한되며, 금리는 한국은행 가계대출 금리를 하한으로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HUG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정부 기준을 대폭 초과했다. 한국부동산원은 구입·임차자금 모두 1억 4000만원, LH 역시 임차자금 대출 한도가 9000만원으로 지침 한도인 7000만원을 넘어섰다.
적용 금리 역시 특혜 수준이었다. LH의 대출 금리는 3.28%였으며, HUG는 2.50%, 한국부동산원은 2.20%로 정부 기준(3분기 기준 4.46%) 하한선보다 대폭 낮게 운영됐다. 고금리와 정부의 엄격한 대출 규제로 서민과 청년들이 내 집 마련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정작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정부 지침을 어겨가며 저리의 유상 대출 혜택을 누려온 셈이다.
이 사장은 LH의 사내대출 논란과 관련해 “노사 합의 등의 문제가 있지만 현행 규정을 일부 초과해 대출해주는 부분을 규정에 맞추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