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주택 수요 규제는 단기 처방" 시장 이기는 정부 없는 이유

뉴스 글=권혁진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입력 2026.10.04 06:00

'집값의 법칙' 출판한 주택정책 전문가 권혁진의 부동산 읽기 ④

출처= 책《집값의 법칙》



[땅집고]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발표하면 시장은 위축되면서 당장은 집값이 안정된다. ‘정부 이기는 시장이 없다’라는 말이 생기는 이유다. 그러나 규제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시장은 곧 규제에 적응하면서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린다. 그래서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라는 말도 생기는 것이다.

◇수요 규제는 단기 처방이지 근본 처방이 아니다

집값 안정을 위한 수요 억제 규제는 크게 거래 규제, 금융 규제, 세금 규제 등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규제의 효과는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거래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시장 진입 자체를 막지는 못하고, 사람들은 결국 규제 우회 수단을 찾아낸다. 그래서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초과수요를 해소하지 못하는 이상 거래 규제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 오히려 그간 응축된 초과수요가 규제 지역 해제 이후 한꺼번에 몰리면서 집값 불안을 자극하거나, 인근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는 풍선효과를 촉발할 수 있다.

금융 규제는 수요 억제 수단 중에서 효과가 가장 크다. 대출이 막히면 시장 진입도 막히기 때문이다. 추격 매수가 어려워지면 거래량이 위축되고 집값 상승 폭도 둔화된다. 그러나 금융 규제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집값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통화량이나 이자율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통화당국의 영역이다. 그래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이자가 내려서 주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시기에는 규제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한다. 또한, 금융 규제는 자산 격차를 키운다.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 서민·중산층은 대출이 어려워져 내 집 마련이 어려워는 반면, 현금 부자들은 시장 진입이 오히려 쉬워진다. 그래서 ‘금수저·흙수저’ 논쟁을 촉발시킨다.

세금은 단기 집값 억제에 한계가 있다. 세금 중과를 위해서는 법을 고쳐야 하는데, 이는 늘 정치적인 논쟁이 따르기 때문에 실제 입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부동산 세금은 경제 상황이나 정부 정책에 따라 자주 바뀌어서 신뢰성도 낮다. 선거에서 지거나 이기면 세금을 대폭 깎아주거나 중과한다. 그러다가 여론이 안 좋아지면 다음 선거 전인데도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세금 중과 발표를 들어도 잘 믿지 않는다. ‘정부가 바뀌면 또 바뀌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금은 집을 못 사게 할 수 없다. 아무리 징벌적인 수준까지 높이더라도 세금을 더 내고 집을 사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이제 공급의 시대가 온다

지난 20년간 집값 흐름에서 처음 10년간은 수요의 시대였다. 투자 수요의 움직임에 따라 집값이 급등락을 보였고, 투자 수요가 수도권에서 지방, 다시 수도권으로 움직이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매매값도 널뛰기를 했다. 이때는 금융이 결정적이지 못했다. 통화량은 넘치고 금리는 계속 내려가는데도 투자 수요는 오히려 위축되고 집값은 하락세를 이어간 적도 있었다.

최근 10년간은 금융의 시대였다. 금융이 팽창하다가 수축된 후 다시 늘어나는 과정에서 집값이 급등락했다. 통화량이나 이자율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더 뚜렷하게 커졌다. 이 시기에 투자 수요는 금융이 전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정부 규제로 인해 갭투자까지 막히면서, 누구나 집을 사고 싶지만 아무나 사지 못하게 됐다. 자기자본 조달 능력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급의 시대가 온다. 2050년이 되면 전국의 가구 수는 2,400만에 못 미치는데, 집은 3,000만채에 이르러 주택보급률은 120%가 넘는다. 그간의 누적 공급량이 쌓이면서 공급이 집값의 흐름을 결정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는 당연히 집값은 오르게 된다. 그러나 공급량이 쌓여서 집이 넘쳐나는 수준이 되면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서게 된다. 겨울에 물기를 머금은 습설이 차곡차곡 쌓이면 아름드리 소나무 가지도 결국 꺾이게 된다.


◇수요도, 공급도, 집값도 양극화된다

정부의 규제가 현 기조를 유지할 경우 집에 대한 수요는 양극화된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지면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중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지역 내 고가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게 된다.

현 공급 규제의 틀이 유지될 경우 공급도 양극화된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앞으로 집이 계속 늘어나지만, 사람들이 선호하는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의 새 아파트 공급은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지난 15년간(2010~2024) 지방의 연간 주택 재고 증가율은 1.7%인데, 서울은 0.8%에 그쳤다.

이렇게 수요가 양극화되고 공급도 양극화되면 집값도 결국 양극화된다.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지역의 도심 내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는 반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집값은 계속 떨어지게 된다. 집값의 양극화 현상이 새로운 흐름이 되는 시대가 온다.

세계 주요 도시를 살펴봐도 도심과 외곽 지역의 집값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도쿄·파리·런던 모두 도심부와 외곽 지역 간 집값 차이가 크고 최근에는 그 편차가 더 커지고 있다. 도쿄 23구와 요코하마시의 기존 아파트 평균값은 2.7배 차이 나고, 파리는 도심 내 20구와 외곽 링 지역 간에 기존 아파트 평균값이 3.0배 차이 나며, 런던은 런던 도심과 인근 에식스 지역 간에 기존 아파트 평균값이 2.5배 차이 난다. 한국도 이와 유사하게 강남 11구와 경기도 간의 기존 아파트 평균값이 3.3배 차이 난다.

※필자 권혁진은 최근 출간된 ‘집값의 법칙’의 저자로 국토교통부 핵심 부서에서 주택정책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정책 전문가'이다.




화제의 뉴스

50년째 욕먹던 파리 대표 흉물, 1조 리모델링 무산된 이유
"주택 수요 규제는 단기 처방" 시장 이기는 정부 없는 이유
34층 분양받았는데 32층 아파트라고요?…13년째 집도 돈도 못받아
"턱걸이 보여줄게!" 술김에 매달렸다가…20대의 황당 결말
손님 끊기자 백기 든 골프장…'10만원 미만' 그린피 34% 폭증

오늘의 땅집GO

"아파트 못 살겠다" 박세리가 성수동 버리고 간 경기도 타운하우스
손님 끊기자 백기 든 골프장…'10만원 미만' 그린피 34% 폭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