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강 조망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를 앞세운 경기 김포시 대단지 아파트가 대규모 미계약 사태를 맞았다. 2400가구가 넘는 대단지임에도 전체 공급 물량의 약 34%가 계약자를 찾지 못했대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역과 거리가 먼 입지, 주변 신축 아파트보다 높은 분양가, 제한적인 한강 조망 등이 수요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개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주변 생활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 2432가구 중 832가구 미계약… 무순위 청약도 0.2대 1
‘한강 푸르지오 리버프론트’는 경기 김포시 고촌읍 향산리 일대에 들어서는 아파트다. 한강시네폴리스개발이 공급하고 대우건설이 시공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8층, 12개 동, 총 2432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입주 예정 시기는 2031년 1월이다. 사업 주체는 한강 조망을 내세워 단지를 홍보했다. 지난 8월 8일에는 견본주택 개관을 기념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9월 초 본청약 이후 전체 공급 물량의 약 34%에 해당하는 832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았다.
미계약 물량은 주력 평형인 전용면적 84㎡A에 집중됐다. 총 888가구 가운데 705가구가 계약자를 찾지 못했다. 전체 84㎡A 공급 물량의 약 80%에 달하는 규모다. 이 밖에 전용 84㎡E 70가구, 106㎡B 55가구, 180㎡B 2가구도 잔여 물량으로 나왔다. 무순위 청약 성적도 부진했다. 지난 9월 14일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832가구 모집에 166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은 약 0.20대 1을 기록했다. 84㎡A는 705가구 모집에 119건이 접수돼 경쟁률이 0.17대 1에 그쳤다. 84㎡E는 70가구 모집에 25건, 106㎡B는 55가구 모집에 22건이 접수됐다. 펜트하우스인 180㎡B는 2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 풍무역까지 도보 약 50분… 교통 여건이 발목
최근 김포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이 잇따라 양호한 성적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반써밋풍무’ 2·3단지가 분양 흥행에 성공했고, ‘한강 푸르지오 리버프론트’ 바로 옆 단지인 ‘오퍼스한강스위첸’도 미분양 물량을 대부분 소진하며 완판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가장 큰 변수는 교통 여건이다. ‘한강 푸르지오 리버프론트’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김포골드라인 풍무역까지는 도보로 약 50분이 걸린다. 차량으로는 약 8분 거리다. 버스를 이용하려 해도 정류장까지 도보로 약 20분을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A씨는 “역에서 거리가 먼 데다 바로 앞에 있는 오퍼스한강스위첸보다 분양가가 더 높았다”며 “주변 역세권 아파트도 7억원 초반대인데, 한강이 보이는 일부 가구에 프리미엄을 붙이면서 가격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B씨는 교통을 김포 아파트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그는 “아파트 가격은 교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김포는 현재 교통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개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3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으나 기본계획 수립과 설계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개통 시기 역시 향후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관계자 B씨는 5호선 연장에 대해서도 “개통 목표가 2033년으로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관계자 A씨 역시 “5호선이 들어오면 영향을 주겠지만, 역이 단지와 아주 가까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강시네폴리스 개발도 진행 중이지만, 신규 택지에 들어서는 단지인 만큼 현재 주변 대중교통과 상업시설 등 생활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이다.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주거 여건이 개선될 수 있지만, 입주 시점까지 생활 편의시설이 얼마나 갖춰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 한강뷰 내세웠지만… 84㎡도 조망 가능한 가구 제한적
한강 조망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한강을 볼 수 있는 가구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특히 수요가 많은 전용 84㎡는 일부 동과 고층 가구에서만 한강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분양 홈페이지에 공개된 단지 배치도를 보면 전용 84㎡A는 106동 1·2호 라인과 102~104동 3호 라인, 112동 3·4호 라인의 중고층 이상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가구에서는 한강 조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한강과 가까운 입지라는 장점이 모든 가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강 조망을 기대하고 청약에 나선 수요자라면 실제 조망 여부와 층·향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 주변 신축보다 높은 분양가… 역세권 아파트와 비교해보니
분양가 역시 수요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강 푸르지오 리버프론트’의 전용 84㎡ 분양가는 6억4400만원에서 7억7300만원이다. 전용 106㎡는 7억8000만원에서 9억5100만원, 122㎡는 9억800만원에서 11억8600만원이다. 전용 180㎡ 펜트하우스는 29억2200만원에서 29억9900만원 수준이다. 인근에서 분양한 신축 아파트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드러난다. 지난 4월 분양한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7억1150만원이었다. 지난해 6월 분양한 ‘오퍼스한강스위첸’의 전용 84㎡ 분양가는 6억9300만원이다.
반면 ‘한강 푸르지오 리버프론트’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7억7300만원으로,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보다 약 6150만원, 오퍼스한강스위첸보다 약 8000만원 높다. 한강 조망과 대단지 브랜드를 내세웠지만, 역세권 아파트보다 교통 여건이 불리한 상황에서 분양가까지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A씨는 “분양가가 6억원대였다면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을 것”이라며 “역세권 아파트도 7억원 초반대에 나오는 상황에서 한강 조망을 이유로 가격을 높인 것이 미계약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 푸르지오 리버프론트’는 한강 조망과 2400가구가 넘는 대단지라는 장점을 갖췄다. 다만 역세권 입지와 비교해 교통 편의성이 떨어지고, 주변 신축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은 데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가구도 제한적이다. 결국 수요자 입장에서는 한강 조망과 대단지라는 장점을 고려하더라도 역세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높은 분양가를 지불할 만한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교통망 확충과 주변 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남은 미계약 물량이 얼마나 소진될지 관심이 쏠린다.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