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5대 지주 회장 국감 증인신청
IMF·WB 연차총회 참석 일정이 변수로
내부 통제 부실 문제 다시 거론 가능성
[땅집고]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다시 이름을 올리면서 출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임 회장은 2년 전 국감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올해 역시 금융사고 누적액에서 4대 시중은행 중 1위 자리를 지키는 등 내부 통제 부실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 회장의 국감 출석은 불발됐던 만큼 올해 이 문제가 다시 집중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 회장을 비롯한 5대 금융지주 회장과 5대 은행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임 회장의 실제 증인 채택이나 출석 여부는 여야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정무위는 이번 국감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가계대출 관리, 포용금융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2년 전 “절벽에 선 심정” 고개 숙여… 해외 일정이 변수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의 국감 출석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임 회장이 2년 전 국감에서 개선을 약속했던 내부 통제 문제가 별로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4년 국감에서 임 회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당시 파악된 규모 350억원)에 대해 "절벽에 선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자회사 임원 인사권 포기,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신설, 임원 친인척 신용정보 등록제 도입 등을 재발 방지책으로 내놨다.
그런데 이 같은 약속을 발표한 이후 4개월도 안 돼 사태가 오히려 더 커졌다. 2025년 2월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규모는 730억원(이 중 61.8%가 임 회장 취임 이후 취급분)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전·현직 임원 27명의 별도 부당대출 1604억원까지 새로 적발됐다.
우리금융은 그 여파로 2025년 3월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에서 그룹 전체 내부통제·리스크관리 미흡을 지적 받아 경영등급이 2등급(양호)에서 3등급(보통)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 과정에서 "2027년까지 내부통제 개선 계획 이행실태를 반기 별로 보고하라"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임 회장의 국감 출석에 있어 변수는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의 해외 일정이다.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은 오는 10월12~18일 태국 방콕 IMF·WB 연차총회 참석 일정이 잡혀 있어, 이들이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임 회장은 2025년에도 국감 기간 미국에서 같은 일정을 소화했던 바 있다. 다만 지난해는 국감 당시 국회 정무위가 롯데카드 해킹 사태에 집중하겠다며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전원 증인에서 제외한 이후 해외 출장이 이뤄졌다.
◇내부통제 이슈 계속…지배 구조 개선 주문도 부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는 올해 국감을 앞두고도 계속 제기되는 중이다. 금감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4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81건·5495억2800만원이었다. 이 중 우리은행의 사고가 70건·2843억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1422억500만원), 하나은행(822억3700만원), 신한은행(407억8100만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또 올해 2024년 8월 발생한 40억800만원 규모 허위 분양서류 대출사기를 2026년 6월에야 뒤늦게 공시했는데, 이마저 은행 자체 감시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자료제출 요청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발생부터 공시까지 22개월이 걸린 셈이다. 단, 은행 측은 외부인의 사기로 인한 피해는 내부 통제 문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영 성과를 둘러싼 시선도 곱지 않다. 임 회장은 취임 초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오히려 기업대출은 전년 대비 3.65% 줄고 가계대출은 4.22% 늘었다. 같은 기간 ROE는 9.34%에서 9.01%로 내려갔고 신용손실충당금은 22.5% 급증했다. 특히 가계대출 규모의 경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19일 기준 우리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이 2조4907억원으로 연초 관리계획(8266억원)의 3.01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국감을 앞두고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과 폐쇄적 승계 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문제 제기한 것 역시 연임 중인 임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8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하라"고 요구했다. KB금융지주는 앞서 지난달 11일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양종희 회장 대신 이재근 부문장을 회장 후보로 발탁한 바 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