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만 12억 보유… 판교서 7억 전세 아파트 거주
보유세 인상 강경파,,생산적 금융의 이론적 토대마련
관료 출신 김용범과 달리 실무 경험 없어… 부작용 지적도
[땅집고] 청와대가 1일 신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으로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을 임명했다. 하 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세제 개혁의 핵심 이론가이자 ‘실세 부동산 책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주목할 점은 그의 신고재산이 34억 원에 달하지만, 자가 소유 주택이 없는 ‘무주택자’라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 망국론’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며 보유세 대폭 인상을 주창해 온 인물이 정책 사령탑으로 전격 배치됨에 따라 향후 이재명 정부의 규제 중심 부동산 정책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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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 등록 현황(작년 말 기준)에 따르면 하 실장의 총재산은 약 34억 2500만 원이다.이중 부친의 집이 7억6800만원이다. 그러나 본인 명의의 주택은 한 채도 없으며, 현재 경기 판교의 7억 원 상당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보유 예금만 12억 원에 달했다. 부동산 자산 대신 현금성 자산을 집중적으로 보유한 그의 재산 구조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현 정권의 국정 철학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 고위 참모진 상당수가 다주택 소유 논란에 휩싸이며 거센 비판을 받았던 상황에서, ‘무주택 학자’라는 하 실장의 타이틀은 정부에 유용한 명분이 되어왔다. 부동산에 돈을 묻지 않은 정책 수석이라는 상징성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강경한 규제 정책의 정당성과 도덕성을 지탱하는 강한 무기 역할을 해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그의 상징성과 강한 소신을 바탕으로 정책 드라이브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한다.
◇보유세 강화, 대출 규제 강경론자
하 실장은 경제 성장이 전공이지만, 과거 언론 기고문과 학술 발표 등을 통해 타협 없는 보유세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2021년 8월 칼럼에서 "부동산의 가치 저장 수단화를 제어하려면 빈틈없는 금융 규제와 함께 땅값에 비례한 적정 보유세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산 세금은 소유자가 누구든 자산 가치에 비례해 부과해야 왜곡이 없다"며 "분양가를 낮추되 해당 주택들의 보유세를 시가의 1% 이상으로 대폭 선진화하자"는 파격적인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하 실장의 강경한 소신은 현 이재명 정부가 가동 중인 보유세 강화 및 종합부동산세 개편 담론의 직접적인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철저히 환수해야 부동산으로 쏠리는 투기 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경제 정책의 이론적 정당성을 부여해 온 그가 정책실장에 오르면서, 향후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은 한층 더 강경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노벨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 학위를 받은 하 실장은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 한양대 교수를 거친 엘리트 거시경제학자다. 그는 부동산 시장으로 과도한 유동성이 유입되는 현상을 방치할 경우 국가 전반의 성장 동력이 상실된다고 진단해 왔다. 자본이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지 않고 부동산이라는 불노소득 창구에 매몰되는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하 실장은 차주의 소득 창출 능력과 관계없이 단순 담보 가치만을 평가해 과도한 자금을 대출해 주는 시중은행의 관행을 ‘약탈적 대출’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수술을 요구해 왔다. 부동산 투기판으로 거듭 흘러 들어가는 사금융 및 금융권 자금을 연구개발(R&D)이나 혁신 벤처 기업 등 ‘생산적 금융’으로 강제 재배치해야 자본 생산성이 높아지고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최근 정부가 선언한 ‘부동산과 금융의 완전 절연’ 정책의 배경이 됐다.
하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 도전 때인 2021년 경선 캠프에 합류했다. 이 대통령은 하 실장이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보고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본선 캠프에서도 경제 정책 기획자로 경제 성장 공약을 설계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경제성장수석으로 임명됐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 더 강경하게 추진하나
하지만 시장과 정가에서는 하 실장의 전면 배치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권 초 기획재정부 차관 및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풍부한 관료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전반을 지휘하며 '실질적 정권 2인자'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김용범 전 정책실장과 비교할 때, 하 실장은 실무 경험이 일천한 학자 출신이라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적 타협이나 시장과의 유연한 소통보다는 관념적 이론에 갇힐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그가 주창해 온 강경한 대출 규제 등 부동산 정책들이 기대했던 집값 안정 효과보다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무차별적인 대출 규제로 인해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 서민들까지 금융권에서 쫓겨나는 ‘대출 절벽’ 현상이 심화되었다. 실거주 우선 정책으로 전세난이 심화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