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임대주택' 섞인 수서1단지…공동주택법 개정안에 재건축 추진 영향 받나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6.10.01 09:40 수정 2026.10.01 10:28

[땅집고] 2026년 9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 /조선DB


[땅집고] “누가 집을 소유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이곳에 살고 있는지가 기준이 돼야죠.” (안태준 국회의원)

서울 강남구 수서1단지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한 단지에 섞여 있다. 이처럼 분양·임대주택이 함께 있는 ‘혼합주택단지’는 그동안 관리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유자와 임대사업자 간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명확한 제도적 기준이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혼합주택단지의 임차인대표회의에 관리 관련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임대사업자와 분양주택 소유자 중심으로 이뤄졌던 단지 관리 의사결정에 임차인대표회의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취지다. 당장 재건축이나 정비사업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혼합주택단지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분양주택 소유자와 임대주택 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땅집고] 최재혁 LH팀장(앞줄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정인 생활과학회 이사, 안태준 국회의원, 조정식 국회의원, 은난순 가톨릭대 교수, 김영준 SH 주거복지본부장 등 토론회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SH


◇임차인도 관리비 공사·용역 결정 참여

1일 국회에 따르면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지난 7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달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함께 있는 혼합주택단지의 주요 관리 사항을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가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임차인대표회의가 구성돼 있더라도 임대사업자가 주요 사항을 결정하기 전에 협의하는 수준에 그친다.

안태준 의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임차인 권익보호와 갈등해소를 위한 혼합주택단지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송파구의 한 혼합주택단지에서 SH 장기전세 입주민을 커뮤니티 시설 이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차별 논란이 벌어졌다”며 “규정상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같은 단지에 거주하는 임차인들은 임대사업자와 협의만 할 수 있을 뿐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주택 소유자와 그 배우자·직계존비속을 ‘입주자’로 규정한다. 민간 전월세 임차인의 경우 입주자인 동대표 후보가 없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동대표로 선출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은 법상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할 수 없어 임차인대표회의를 통해 의견을 내는 구조다.

개정안은 이 같은 구조를 바꿔 임대사업자가 입주자의 재산권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생활권’ 관련 사항의 공동 결정 권한을 임차인대표회의에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대상은 주택관리업자 선정과 관리비를 사용해 시행하는 공사·용역 등이다. 반면 장기수선충당금이나 하자보수보증금처럼 소유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재원으로 하는 공사는 제외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수서1단지 분양동 전경. /강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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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재건축 결정권은 없어

다만 개정안이 곧바로 재건축 추진 여부나 정비사업 동의와 같은 사항에까지 임차인대표회의의 결정권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적용 대상은 주택관리업자 선정이나 관리비를 활용한 공사·용역 등 ‘생활권’ 관련 사항으로 한정한다. 주택 소유권이나 재산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제외다.

그럼에도 혼합주택단지에서 임대주택 거주자의 의사결정 참여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향후 정비사업 과정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분양주택 소유자와 임대주택 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분양동만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수서1단지의 경우 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이 한 단지에 함께 들어서 있다. 임대동은 SH공사가 소유하고 있고, 분양동은 개별 소유자가 보유하고 있다. 최길선 수서1단지 추진위원장은 “현재 혼합단지는 일반 재건축 단지와 다른 특수한 여건을 가지고 있지만 현행 제도는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정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업 기간이 장기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만으로 임대주택 측이 재건축 사업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안이 다루는 것은 관리비를 활용한 공사·용역 등 생활권 관련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차인대표회의의 참여가 입주자대표회의를 견제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오히려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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