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암살자(들)' 이민호 50억 펜트하우스…알고 보니 '육영수 아파트' 부지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6.09.30 10:54

'육영수 피살' 역사 왜곡 영화 찍었는데…기묘한 인연 '눈길'
"최악의 역사 왜곡" 고발에 단체관람 민원까지…논란 일파만파

[땅집고] 배우 이민호와 그가 보유·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급빌라 ‘논현라폴리움’. 논현라폴리움은 과거 고(故) 육영수 여사가 세운 정수아파트가 있던 부지에 들어섰다. /그래픽=챗GPT


[땅집고]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뤄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 ‘암살자(들)’의 주연 배우 이민호가 거주 중인 고급 빌라가 과거 육 여사가 설립한 시설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 내용과 배우의 실제 거주지 간의 불편한(?) 인연이 알려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30일 부동산업계 및 관련 취재를 종합하면, 배우 이민호가 보유·거주 중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현라폴리움’은 과거 육영수 여사가 세운 정수아파트 부지에 조성된 고급 빌라 단지다. 해당 부지는 육 여사가 설립한 기술학교인 정수직업훈련원(한국폴리텍대학의 모태)과 육영재단 직원들이 거주하던 정수아파트가 있던 곳이다.

이후 아파트가 철거된 뒤 삼성중공업이 시공을 맡아 2012년 지하 2층~지상 10층, 18가구 규모의 최고급 주택으로 재탄생했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주택 브랜드 ‘쉐르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주택사업에서 철수한 상태다.

단지 이름인 ‘라폴리움’도 차별화된 조경 설계를 강조하기 위해 붙여졌다. 나뭇잎을 의미하는 라틴어 ‘폴리움’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도심 고급 빌라임에도 단지 내부 녹지와 정원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전 가구를 남향 위주로 배치해 채광을 확보했고 가구당 주차 공간도 4대 수준으로 마련했다.

이민호는 논현라폴리움 준공 초기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2013년 논현라폴리움 일반 타입 한 채를 약 29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이어 불과 2년 뒤인 2015년에는 같은 단지 펜트하우스 타입을 50억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이후 2017년 일반 타입을 39억5000만원에 매도해 현재는 펜트하우스 한 채만 보유·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현라폴리움이 유명세를 탄 데에는 이민호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들이 잇따라 주택을 소유하거나 거주한 영향도 컸다. 전체 18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단지임에도 배우 이다해와 가수 세븐 부부, 소녀시대 멤버 수영, 배우 권상우·손태영 부부,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등 유명인들이 소유하거나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이민호는 논현라폴리움 외에도 서울의 전통 부촌인 성북동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약 53억5000만원을 들여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현라폴리움과 이민호의 인연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이민호가 출연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 대한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 “최악의 역사 왜곡” 고발에 단체관람 민원까지… 논란 일파만파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당시 수사당국은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영화는 이 사건을 소재로 삼으면서 육 여사를 맞힌 총탄의 출처와 사건 배후 등을 둘러싼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같은 설정을 두고 정치권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영화 제목을 단수인 ‘암살자’가 아니라 복수형인 ‘암살자(들)’로 정한 점과 문세광 외에 다른 암살 주체 또는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장면 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논란은 형사고발까지 이어졌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전날(29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사자(死자)명예훼손 혐의로 제작진과 허진호 감독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제작진 측은 영화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작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되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극영화라는 취지로 역사 왜곡 논란에 반박하고 있다.

◇ “진실 추구 신념 그립다”던 이민호 SNS악플 세례…출연 배우 불매 운동까지

이어지는 논란 속에서 이민호의 과거 인터뷰 발언과 소셜미디어(SNS) 역시 네티즌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극 중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신입 기자를 연기한 이민호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진실을 열렬히 추구했던 사람들의 신념이 그립다”는 취지의 소회를 밝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역사 왜곡 영화에 출연하고 이런 발언을 하느냐”며 그가 출연한 작품과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여년간 대표적인 한류 스타로 활동하며 세계 각국 팬들의 댓글이 주를 이루던 이민호의 SNS에 영화의 역사관을 둘러싼 비판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작품 안팎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화 단체 관람을 추진하는 고등학교에 대한 반대 민원 움직임이 일어나는가 하면, 영화를 추천하거나 리뷰한 유튜버들이 비난 여론에 못 이겨 영상을 내리거나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한 출연 배우 유해진 씨의 패스트푸드 광고 영상 댓글창이 닫히는 등 파장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 투입 의혹도 제기됐다. 제작사 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100% 국내 자본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 진화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탈북민 출신 유튜버가 “북한 선전 영화와 흡사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놓는 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지난 29일까지 누적 관객 약 170만명을 동원했다. /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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