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식의 도심복합개발] 조합원 주택도 다운사이징해야
주택 규모 줄이고 남는 자산은 현금 창출에 활용
별동으로 짓는 세대교류형 코리빙 공간도 중요
[땅집고] 고령 인구와 1인 가구 증가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낯설지 않은 사회적 현상이 되었습니다. 삶의 형태가 달라지면서 부동산 개발과 주거 공급의 패러다임 역시 변해야 합니다. 과거 부동산 개발은 4인 가족 중심 주거 수요에 맞춰 전용면적 84㎡(약 33평) 안팎의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만 남은 시니어 가구,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거 공간의 상당 부분이 더 이상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많아질수록 관리비와 유지관리 부담도 커집니다.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이 실생활에 필요한 공간이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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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과거의 양적 성장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삶의 효율성과 자산의 유동성을 동시에 높이는 ‘주거 다운사이징’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번 회에서는 주거 공간의 다운사이징을 통해 발생하는 자산 리밸런싱과 현금흐름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세대교류형 콤팩트 코리빙을 통해 앞으로 도심복합개발이 만들어갈 새로운 주거의 모습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큰 집보다 잘 사용하는 집으로
은퇴 이후 시니어 가구의 주거 선택에서는 ‘얼마나 큰 집에 살 것인가’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전용면적 약 12평(약 40㎡) 안팎의 공간은 4인 가족에게는 부족할 수 있지만, 1~2인 시니어 가구에게는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압축하면서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주거 규모가 될 수 있습니다.
공간을 줄인다고 해서 삶의 질이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주거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한다면 유지관리 부담을 낮추고, 남는 자산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콤팩트한 주거 공간이라면 병원, 공원, 쇼핑시설, 문화시설, 대중교통 등 기존 도시 인프라를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큰 집’이 아니라 ‘잘 사용하는 집’입니다.
◇도심복합개발을 통한 자산 리밸런싱과 현금흐름 창출
그동안 정비사업에서는 소규모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게 기존 주택보다 넓은 주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주요한 보상 수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무조건 더 큰 주택을 받는 것이 모든 소유자에게 최적의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 큰 집’ 대신 ‘주거와 수익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원 플러스 수익’ 모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도심복합개발을 통해 기존 주택과 토지의 자산가치를 재편하고, 개발 후에는 전용면적 12평 안팎 주거 공간을 선택합니다. 그 결과 주거 공간은 확보하면서도 기존 자산에서 발생하는 여유 자금을 다른 투자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3억 원의 여유 자금이 발생하고 이를 연 7% 수익률로 운용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상 연 2100만 원, 월 약 175만 원 현금이 생깁니다. 5억 원이라면 같은 가정에서 연 3500만 원, 월 약 292만 원입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가상의 수익률을 적용한 단순 시뮬레이션이며, 실제 프로젝트 리츠나 STO 등 금융상품의 수익을 보장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건 숫자 자체보다 자산 형태를 변화시키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큰 집에 자산이 집중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사는 공간’과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분리해 설계할 수 있습니다. 주거비 부담은 줄이고, 자산 일부는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가 제대로 설계된다면 국민연금 등 기존 노후소득과 함께 추가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새로운 노후 자산관리 모델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별동 구성으로 프라이버시 지키는 세대교류형 코리빙
주거 다운사이징이 단순히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시니어 주거 공간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오히려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래 도심복합개발에서는 개인의 독립성과 세대 간 교류를 동시에 고려한 주거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시니어 동과 주니어 동을 별동(別棟)으로 구성하고, 각 세대의 독립적인 생활공간은 철저하게 분리합니다. 대신 두 공간 사이에 공유 라운지, 정원, 커뮤니티 시설 등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강제적인 공동생활이 아니라, ‘필요할 때 만나고 원할 때 혼자 있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프라이버시는 지키면서도 세대 간 교류가 자연스럽게 발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래형 세대교류 코리빙의 핵심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가족의 방문입니다. 자녀와 손주가 부모와 조부모를 찾아왔을 때 작은 주거공간 때문에 서로 불편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개별 세대의 주거공간은 콤팩트하게 구성하되, 가족이나 지인이 방문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문객용 공유공간과 게스트룸을 충분히 마련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 역시 주거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디지털 튜터링과 핀테크를 통한 세대 연결
세대교류형 코리빙은 공간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주니어 세대가 시니어 세대에게 스마트폰, 키오스크, 모바일 금융서비스 등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디지털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니어 세대는 자신의 경험과 자산을 활용해 청년 세대의 창업이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향후 제도와 시장 여건이 갖춰진다면 토큰증권(STO) 등 새로운 금융수단을 활용한 세대 간 자산 참여 모델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거 공간을 단순히 ‘사는 곳’으로만 보지 않고 세대와 경험, 자산과 기술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거 혁신이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우선 주거 다운사이징을 선택하는 가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세제 인센티브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심복합개발을 통해 기존 주거에서 콤팩트 코리빙 주거로 이전하는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와 취득세에 대한 세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자산 리밸런싱 과정에서 발생한 정산금의 일부를 연금계좌나 IRP 등 노후소득 관련 금융상품으로 이전할 경우 세제 혜택을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거 다운사이징의 4가지 조건
‘집은 무조건 커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에게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갖고, 남는 자산은 새로운 가치로 활용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주거의 개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용 12평 안팎의 콤팩트한 주거공간이 1~2인 가구에게 충분히 편리하고 살기 좋은 공간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도심복합개발은 단순히 노후 주택을 새 아파트로 바꾸는 사업을 넘어 주거와 자산을 분리하여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핵심에는 네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첫째, 다운사이징을 통한 주거공간의 효율화. 둘째, 주거와 투자자산을 분리하는 자산 리밸런싱. 셋째, 프로젝트 리츠·STO 등 새로운 금융수단을 활용한 현금흐름 창출 가능성. 넷째, 독립된 주거공간과 공유공간을 결합한 세대교류형 콤팩트 코리빙의 공급입니다.
이제 도심복합개발은 단순히 ‘얼마나 많이 짓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공간에서 살 것인가, 남는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서로 다른 세대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동시에 설계하는 일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도시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ESG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ceo@soomokurb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