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평탄화의 결과, 노도강까지 번진 월세 폭등" 신혼부부는 갈 곳이 없다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6.09.29 06:00

보증금 1억 원대 전세 찾다 월세 300만 원 문턱 앞에

[땅집고] 서울 노원구 일대. /강태민 기자


[땅집고] “주말에 한 곳만 더 보고, 안 되면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내는 쪽으로 마음을 정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러다 결국 서울 밖으로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가을 이사철을 앞둔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결혼 1년 차 신혼부부 A씨(33)와 B씨(31)는 이날 벌써 세 번째 중개업소 문을 열고 나왔다. 손에 든 휴대전화 앱에는 전세로 걸러 놓은 매물이 몇 건 남아 있었지만, 중개업소에서 돌아온 답은 “그 매물은 이미 나갔어요”라는 답변만 받았다. A씨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은 그래도 서울에서 부담이 덜한 동네라고 해서 왔는데 전세는 아예 씨가 말랐고, 있는 것도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했다.

부부는 현재 전세 보증금 1억 5000만원 수준의 예산으로 집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원하는 조건의 전세 매물은 찾기 어려웠다. 중개업소가 대신 권한 것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얹는 반전세였다. B씨는 “월세를 내면 저축 속도가 확 떨어진다”며 “월세 몇십만 원이 아니라 몇백만 원 얘기가 나오니 겁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 평균 월세 ‘130만원’ 첫 돌파

부부의 고민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평균 월세는 131만3000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30만 원을 넘어섰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0.91% 올랐다. 강북지역 평균 월세는 122만4000원이었고, 상승률은 서울 권역 중 가장 가팔랐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1.85%로 가장 높았고, 금천구(1.64%), 노원구(1.57%)가 뒤를 이었다.

전셋값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기준 서울 동북권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누적 10.11% 올랐다. 2015년 이후 11년 만에 나온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성북구(12.57%), 노원구(11.76%), 도봉구(9.68%), 강북구(9.59%) 순이다.

[땅집고] 서울 도봉구 일대. /강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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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마저…월세 300만원 아파트도 등장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다고 평가받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도 고액 월세 계약이 빠르게 늘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세 지역에서 체결된 월세 300만원 이상 아파트 계약은 12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건에 불과했다.

강북구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원구는 1건에서 5건으로 늘었다. 도봉구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월 300만 원 이상 거래가 나왔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 84㎡는 지난 3월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으로 계약됐다. 강북구 미아동 ‘송천센트레빌’ 전용 114㎡는 지난달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00만 원, 같은 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는 지난 5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10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남시완 동아청솔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도봉구도 지난해보다 전월세 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특히 전세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세입자들이 월세나 반전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줄자 월세로 이동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는 전세 매물 감소가 꼽힌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응해 집주인들이 실거주로 돌아서면서 전월세 매물 자체가 줄고 있고, 보유세 등 주택 보유 비용이 임대료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6960건으로, 지난해 10월 15일 기준 1만9712건보다 약 14% 줄었다. 전세 매물이 줄면 세입자들은 반전세나 월세로 옮겨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월세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부동산R114 김지연 연구원은 “전세가 너무 많이 올라 집을 사려고 해도 대출 규제 등으로 쉽지 않은 수요자는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양도세나 보유세 강화로 임차인들에게 조세 부담이 전가되는 것도 전월세 가격을 더욱 올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외곽 구축 단지의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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