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법칙' 출판한 주택정책 전문가 권혁진의 부동산 읽기 ③
[땅집고] OECD 국가별로 신규 주택 공급 수준은 주택 재고에서 신규 준공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평가하는데, 2022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은 1.2%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1.5% 이하이고, 영국이나 독일은 1%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신규 주택 건설 활동은 최근까지도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매우 활발하다. 2000년대에 3%대(인허가 기준)를 기록했으며, 201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2%대(준공 기준)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집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아직 집이 부족한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다. 우리나라는 주택보급률 기준이나 1천 인당 주택 수 기준 모두 2024년 기준으로 OECD 주요국에 비해 아직 집이 부족하다. 그야말로 “I am still hungry”다.
집에 대한 수요 단위는 인구가 아니라 가구이므로, 집이 많으냐 적으냐는 ‘주택 수 ÷ 가구 수’로 정의되는 ‘주택보급률’이라는 지수를 살펴보게 된다. 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전국은 100%를 넘어섰으나, 수도권은 97.8%, 서울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94.3%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가구는 100가구인데 집은 94채에 불과해 6채가 모자란다는 의미다.
그런데 국가 간 주택 재고 수준을 비교할 때는 주택보급률 대신 1천 인당 주택 수를 활용한다. 2022년 기준으로 OECD 주요국의 1천 인당 주택 수는 평균 468채이고, EU 평균은 517채다. 국가별로는 영국이나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500채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으로 전국 443채, 수도권 407채 수준으로 OECD 평균에 아직 미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 주요국의 1천 인당 500채 수준에 이르려면 전국적으로는 약 320만 채, 수도권은 250만 채의 집이 아직 더 지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집이 부족할 것인가
필자가 지난 20년간 데이터를 기초로 향후 25년간(2026~2050년) 연평균 재고 증가 물량을 추정한 결과, 2050년에 이르면 전국 기준으로 전체 주택 약 3,000만 채, 아파트 약 1,800만 채로 전망된다. 서울의 경우 전체 주택은 450만 채, 아파트는 240만 채 내외가 될 전망이다. 1990년에 우리나라 전체 주택이 716만 채, 아파트 163만 채에 불과했는데, 60년 만에 전체 주택은 4배, 아파트는 무려 11배 이상 재고가 늘어나게 된다.
OECD 주요국 사례를 보면, 1천 인당 주택 수가 500채를 넘거나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으면 적정한 주택 재고가 확보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도 2050년이 되면 전국 기준으로 1천 인당 주택 수는 630채를 넘어서고 주택보급률도 1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1천 인당 주택 수는 550채에 이르고 주택보급률도 1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은 전국 가구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주택 재고와 신규 건설 물량 비중이 낮다. 이는 서울이 여전히 전국 평균에 비해 가구 수 대비 집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25년 기준으로 서울의 전국 가구 수 비중은 18.6%인데, 최근 15년간(2011~2025년) 전국 아파트 신규 준공 물량 중 서울의 비중은 연 평균 11.6%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이 매년 부족하다 보니, 아파트 재고 측면에서도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크게 낮다. 2050년이 되더라도 서울의 가구 수 비중은 전국 대비 17.1%인 반면, 전국 대비 서울의 아파트 재고 비중은 13.3%에 그친다.
새 아파트 재고로 좁혀보면, 서울 도심 내 아파트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2024년 기준으로 아파트 재고 중에서 최근 10년 이내 지어진 아파트 비중은 전국이 28.3%이고 경기도는 33.4%에 이르는 반면, 서울은 19.3%에 그치고 있다.
◇서울은 구조적으로 새 아파트를 늘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서울은 집이 덜 지어지는가? 최근 15년간 전국의 연평균 아파트 준공 물량이 32만 채이므로 서울의 전국 대비 가구 수 비율(18.6%)대로라면 서울에는 매년 약 6만 채의 새 아파트가 공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지난 15년간 이에 크게 못 미치는 3.7만 채의 아파트가 공급되었다. 서울에서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절대적으로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하다. 서울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늘리지 않는 이상 집을 지을 땅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주택 공급 문제가 사회적 현안이 될 때마다 제시되는 그린벨트 해제나 국공유지 활용 방안도 결국 서울의 땅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공사비 급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도 공급 부족의 원인 중 하나다. 서울의 아파트 공사비가 코로나 이전에는 3.3㎡당 500만 원 내외였는데, 최근 강남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3.3㎡당 1,000만 원까지 2배나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외곽의 15층 내외 중층 아파트는 추가로 늘어나는 용적률도 크지 않아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어떤 단지는 추가 분담금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매매값 수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기존 재건축 아파트 두 채를 줘야 새 아파트 한 채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규제는 서울 공급 부족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정부는 지속 가능한 도시 공간 마련을 위해 도시계획 규제를 통해 용적률이나 층고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은 과도한 개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재건축 부담금이나 공공기여 등 여러 가지 제약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공급 규제는 한번 제도화되면 경직적으로 운영되어 없애기가 어렵다. 이러한 원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서울의 신규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중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장의 비율은 80%까지 올라가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외에는 집을 지을 땅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집값이 불안한 시기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규제 완화로 인해 실제 공급되는 물량은 길게는 10년 후에야 체감할 수 있는 반면,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투자수요는 단기에 폭발적으로 늘어서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 재건축의 ‘재’ 자만 나와도 시장이 들썩인다. 풀자니 집값이 걱정이고, 막자니 공급이 막힌다. 그래서 재건축 규제는 ‘풀지도 조이지도 못하는 계륵’이 되어버린다. 그러는 사이 도심의 새 아파트 공급은 줄어들고, 집값은 오른다./글=권혁진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필자 권혁진은 최근 출간된 ‘집값의 법칙’의 저자로 국토교통부 핵심 부서에서 주택정책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정책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