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나만 뒤처질라" 주택시장을 급변시키는 영끌, 포모의 정체

뉴스 글=권혁진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입력 2026.09.27 06:00

'집값의 법칙' 출판한 주택정책 전문가 권혁진의 부동산 읽기 ②

[땅집고] 집에 대한 수요는 실수요와 투자수요로 구분할 수 있다. 실수요는 가구 수와 소득에 따라 움직이고, 투자수요는 시세차익을 얻거나 손실을 피하기 위해 늘거나 줄어든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집값이 급등락할 때는 투자수요가 실수요를 압도하기 때문에 구분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내가 집을 사는 것은 실수요인데 남이 사는 것은 투자수요가 되기 십상이다.

집값은 심리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집값의 법칙'


◇2040년이 되면 가구 수에 의한 수요는 줄어든다.

집에 들어가 사는 기본 단위는 인구가 아니라 가구다. 그래서 집에 대한 기본 수요는 가구수가 결정한다. 4인 가구가 사는 방 3칸 아파트도 한 채의 집이고, 취준생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도 한 채의 집이다. 그래서 사람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가구 수가 줄어야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인구는 급감하고 있지만 가구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한집에 사는 평균 가구원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 수는 1980년 4.7명에서 2020년 2.5명으로 급감했고, 2050년에는 다시 2.0명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당분간 가구 요인에 의한 집에 대한 기본수요가 꾸준히 늘어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국의 인구는 이미 2020년에 5,1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가구 수는 2041년에야 2,400만 가구를 정점으로 줄어들게 된다. 서울도 인구는 이미 1990년에 1,047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가구 수는 2038년에서야 427만 가구로 정점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를 다시 해석하면 전국과 서울 모두 2040년을 전후로 가구 수가 줄면서 집에 대한 기본수요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15년 후의 일이다.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다,

◇소득이 오르면서 집에 대한 수요는 늘지만, 양극화된다

집에 대한 기본수요는 가구 수와 함께 소득이 결정한다. 사람들은 소득이 늘면 더 살기 좋은 지역에서 더 살기 편한 집을 찾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구 소득은 꾸준히 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2년에 전국 평균 가구 소득이 4,233만 원이었는데, 13년 만인 2025년에 7,417만 원으로 75%나 늘었다. 상위 20%인 5분위 가구를 보면 같은 기간 1.0억 원에서 1.7억 원으로 73%나 늘었다. 그야말로 내 월급 빼고 다른 사람 월급은 다 올랐다.

우리나라는 소득이 늘고 있지만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2012년에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의 소득 차이는 9000만 원 내외였는데 2025년에는 1억 5000만 원으로 1.7배나 커졌고, 자산 격차도 같은 기간 6.6억 원에서 11.7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소득과 자산이 양극화되면 집에 대한 수요도 양극화된다. 서민·중산층은 소득이 더디게 올라 집을 구매할 여력이 줄어드는 반면,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는 물론 여유 금융자산을 활용해 집을 구매할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서울 도심이나 수도권 핵심 지역의 신축 아파트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중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어든다.

◇투자수요는 폭발력이 크고 ‘똘똘한 한 채’에 쏠리게 된다

집에 대한 수요는 가구 수나 소득이 늘면서 생기는 기본 수요가 근간을 이루지만, 사람들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투자수요가 집값 움직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투자수요는 군중심리(Herd Effect)가 시장을 지배할 때 폭발적으로 생긴다. 집값이 들불처럼 번져 오를 때는 나만 막차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조바심이 나서(FOMO, Fear Of Missing Out) 덩달아 집을 사게 되고(Panic Buying), 집값이 바닥을 뚫고 내려갈 조짐을 보일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절하면서 집단 매도(Panic Selling)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투자수요는 그냥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모멘텀이 필요하다. 돈이 풀리거나 정부가 규제를 느슨하게 할 때, 혹은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를 거라는 심리가 시장에 팽배해질 때 투자수요는 촉발된다. 이렇게 시작된 투자수요는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생긴다. 정부가 아무리 강하게 규제해도 관성이 있어 상당 기간 지속되며, 스스로 동력이 떨어져야 균형점으로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투자수요는 집값 급등락 시기에는 기본 수요를 압도하면서 집값 흐름을 주도하고 변동 폭도 키우게 된다.

집에 대한 투자수요는 언제나 넘친다.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투자 수익이 눈앞에 보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선다. 그런데 투자수요는 정부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와 같이 고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와 강력한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제가 이어지면 구조적으로 수도권 외곽의 중저가 주택을 여러 채 사서 임대사업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년간, 집값은 투자수요에 따라 급등락했다

집값이 급등락하는 시기에는 사람들의 심리라는 것이 정말 무섭다. 2000년대 중반 수도권 집값 폭등기에는 사람들이 공포감에 휩싸여 추격 매수를 했다. 그러다 10년이 흘러 2010년대 중반에 수도권 매매값이 2년 이상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할 때는 정부가 어떤 촉진책을 내놓더라도 사람들은 집을 사려 하지 않았다. 대부분 전세로 돌아서거나 있던 집마저 팔았다. 그런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2020년대 초반에 집값이 다락처럼 오를 때는 사람들이 정부의 강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에 투자했다. 그러다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금리 급등으로 집값이 급락하자 사람들은 대세 하락론을 믿으며 집을 사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지난 20년간 사람들 심리가 집값을 자극하고, 집값이 다시 사람들 심리를 자극해서, 집값을 끌어올리거나 내리게 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필자 권혁진은 최근 출간된 ‘집값의 법칙’의 저자로 국토교통부 핵심 부서에서 주택정책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정책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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