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0년 한옥'이 만든 '야간 경제' …전세계 힙한 동네 1위 '이곳'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6.09.25 06:00

종로3가, '2026 세계 최고 동네' 선정…20년 오세훈표 정책 통했다
낮의 역사에 밤의 활력 더해…'야간경제' 시너지 기대감

[땅집고] 서울 종로구 익선동 일대의 모습. /한국관광공사


[땅집고] 세계에서 가장 ‘힙’하고 멋진 동네로 꼽힌 곳이 서울에 있다. 종로구 종로3가. 100년 된 한옥과 종묘 돌담, 오래된 음식점과 포장마차가 최신 감각의 카페·공방·독립 상점과 ​어우러진 이곳에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국내외 젊은 층과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심의 역사성을 복원하는 동시에 밤까지 머물 수 있는 ‘야간경제’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어 종로3가 일대의 변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의 도시·여행 전문 매체 ‘타임아웃(Time Out)은 최근 발표한 ‘2026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순위에서 서울 종로3가를 1위로 선정했다. 지난 2021년 3위에 올라선 지 5년 만에 두 계단 상승해 모로코 라바트(2위), 그리스 아테네(3위), 미국 로스앤젤레스(4위) 등 세계적인 명소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타임아웃은 초고층 빌딩이나 대형 랜드마크 대신, 종로3가가 가진 ‘역사와 현대 문화의 공존’에 주목했다. 100년 역사를 지닌 익선동 한옥과 종묘 돌담을 따라 조성된 서순라길, 그리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포장마차 거리의 야간 활력이 종로3가만의 고유한 매력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땅집고]서울시는 종묘 서쪽 담장을 따라 이어지는 서순라길을 정비했다. 노상주차장을 없애고 차로를 줄여 보행공간을 넓히면서 서순라길은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역사문화 골목으로 자리 잡았다./서울시


◇정비구역 해제로 지킨 ‘익선동 100년 한옥’…주차장 없애고 보행로 넓히자 살아난 서순라길

종로3가 일대에 자리한 익선동은 1920년대에 형성된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형 한옥밀집지역이다. 한때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전면 철거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옥 보전 정책이 전환점이 됐다.

오 시장은 첫 임기 당시인 2008년 ‘서울한옥선언’을 통해 북촌에 한정됐던 한옥 보전·지원 정책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다. 한옥을 단순한 옛 건물이 아닌 도시의 핵심 역사문화 자산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익선동은 2018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되고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골목의 역사성과 경관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갖추게 됐다. 이후 2023년 ‘서울한옥 4.0 재창조’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익선동은 한옥의 고유한 형태를 유지한 채 감각적인 카페와 음식점, 공방이 공존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골목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종로3가 일대가 걷기 좋은 명소로 거듭난 배경에는 서울시가 2007년 발표한 ‘도심재창조 프로젝트’의 녹지문화축 조성 사업도 있다. 문화재를 담장 안에만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도로와 보행로를 정비해 시민이 일상에서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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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사업은 1932년 일제가 율곡로를 내면서 단절시킨 창경궁과 종묘를 다시 잇는 작업이었다. 서울시는 2010년 사업에 착수한 뒤 2011년 첫 삽을 떴다. 율곡로 일부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약 8000㎡ 규모의 녹지를 조성하는 공사였다. 이 사업은 착공 11년 만인 2022년 7월 완료돼 시민에게 개방됐다. 일제가 허물었던 503m의 궁궐담장과 임금이 다니던 북신문이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고, 340m의 궁궐담장길이 새롭게 열렸다.

종묘 서쪽 담장을 따라 이어지는 서순라길도 같은 방향으로 정비됐다. 과거에는 노상주차 차량과 좁은 보도, 어두운 환경 탓에 종묘 돌담의 역사적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종묘 담장과 어울리는 재료로 바닥을 포장하고 나무를 심었으며, 노상주차장을 없애고 차로를 줄여 보행공간을 넓혔다. 서순라길 820m를 포함해 낙원상가 하부까지 이어지는 총 1.76㎞ 구간이 보행 중심 공간으로 바뀌었다.

길이 정비되자 종묘 돌담 주변의 개량한옥과 저층 건물에 카페와 음식점, 공방과 독립 상점이 들어섰다. 차량이 차지했던 공간에 사람들이 걷고 머물기 시작하면서 한때 어둡고 한적했던 길은 젊은 층과 외국인이 찾는 상권으로 성장했다.

흥인지문에서 돈화문로, 종묘·서순라길과 익선동을 거쳐 송현동·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사대문 안 역사문화 보행축도 형성됐다. 종로3가 일대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통로에서 사람들이 걷고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오 시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성을 주제로 문화재가 돋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의 문화재와 역사를 복원하고 보존해 시민들에게 돌려드렸다”고 말했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4번 출구 일대에서 야장 문화가 활발히 펼쳐지는 모습./ 조선DB


◇오세훈표 역사도시 정책 20년…낮의 역사에 밤의 활력 더해 ‘야간경제’ 시너지

종로3가가 낮에만 즐기는 한옥 동네가 아니라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더욱 주목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낮 동안 한옥과 유적지를 찾던 방문객들은 해가 지면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의 야장(야외 테이블)과 서순라길의 바(Bar)로 모여든다. 오래된 역사 공간이 밤의 생활·문화공간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이런 흐름을 ‘24시간 활력경제도시’ 정책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G3 서울플랜’의 5대 미래상 가운데 하나인 ‘기회활력도시’ 전략에 야간경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포함했다. 올해 5곳에서 시작하는 ‘달빛야장’을 전 자치구로 확대하고 심야 교통과 안전 인프라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종로3가에서 확인된 ‘보존과 활용’의 방식을 다른 자치구로 확산할 계획이다. 각 지역이 보유한 산업유산과 전통시장, 녹지, 수변 공간 등 고유 자산을 살리고 보행환경과 야간 콘텐츠를 더해 제2, 제3의 종로3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타임아웃 1위 선정은 지난 20년간 종묘 돌담과 100년 한옥, 오래된 골목의 역사성을 지키면서 그 안에 현대적인 보행 환경과 생활 문화를 채워 넣은 결과”라며 “종로3가의 성공 사례처럼 서울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역사 자산을 다듬어 도시 경쟁력으로 연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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