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파트 투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20년 집값 통계의 결론

뉴스 글=권혁진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입력 2026.09.24 07:34

'집값의 법칙' 출판한 주택정책 전문가 권혁진의 부동산 읽기 ①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전경./강태민 기자



[땅집고] 집값은 늘 움직인다. 이번 달 다르고 다음 달이 다르며, 급등락할 때는 오늘 다르고 내일이 또 다르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집값은 어떤 힘에 의해 결정되는가. 오랫동안 주택 업무를 하면서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화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앙리 루소의 ‘쥐니에 신부의 마차’를 보면서 ‘아, 집값은 마차처럼 움직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물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마차의 두 수레바퀴다. 금융은 마차를 이끄는 말이고, 마부는 정부의 규제와 같다. 그리고 집을 사고파는 사람들은 마차에 탄 승객들이다. 마차가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가려면 두 수레바퀴가 튼튼해야 하고, 말도 노쇠하거나 날뛰지 않아야 한다. 마부는 지리를 잘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위험한 상황이 오면 승객을 안심시킬 줄 알아야 한다. 채찍과 당근을 노련하게, 제때 제대로 써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집값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

집값도 같은 이치다. 실물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잘 맞춰야 하고, 금융도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적정하게 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숙련된 마부가 규제와 촉진책을 제때 필요한 만큼만 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집값은 급등락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집값은 규제, 수요, 공급, 금융의 4가지에 의해 좌우된다./


수요와 공급은 마차의 두 수레바퀴다. 수레바퀴가 균형을 잃으면 마차는 삐걱거리고 한쪽으로 쏠린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수급이 맞지 않으면 집값은 급등하거나 급락한다. 집이 10채인데 찾는 사람이 한 명만 더 있어도 집값은 오르고, 반대로 찾는 사람이 9명이면 집값은 내리기 마련이다.

◇마부의 역할 하는 정부

그런데 수요는 실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투자수요도 있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수급이나 금융 측면에서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어도, 사람들이 오를 거라고 믿으면 집값은 거짓말처럼 오른다. 심리가 한쪽으로 쏠리면 이전에 없던 가수요가 생겨나고, 그렇게 부풀어 오른 수요는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투자수요를 자극하고, 그 투자수요가 다시 공급을 끌어당기는 식이다. 두 수레바퀴가 맞물려 돌듯, 수요와 공급은 심리를 매개로 서로를 밀고 당긴다.

금융은 마차를 이끄는 말이다. 말이 멈추면 아무리 수레바퀴가 튼튼해도 마차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집도 돈이 있어야 사고팔 수 있다. 돈이 돌지 않으면 거래가 막히고, 거래가 막히면 집값도 결국 숫자에 불과해진다. 금융시장이 받쳐주지 않으면 실물시장의 수급 상황도 의미를 잃는다.

정부는 마부의 역할을 한다. 때로는 규제라는 채찍을, 때로는 촉진책이라는 당근을 들고 말의 속도를 조절한다. 정부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금융 세 가지 힘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세금을 무겁게 매기거나 돈줄을 조이면 집값은 내리고, 반대의 경우에는 집값이 오른다.

◇주택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마차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는 결국 양 수레바퀴, 말, 마부 등 네 가지 힘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달려 있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수요와 공급, 금융 그리고 규제 등 네 가지 힘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집값의 방향이 정해진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집값은 이 네 가지 힘에 의해 움직여왔다. 집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시기는 네 가지 힘의 균형이 맞았을 때다. 반면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한 시기는 그 균형을 잃었을 때다. 갑자기 수요가 늘어 공급과 미스매칭이 생기면 마차가 삐걱거리듯 집값은 불안해졌고, 갑자기 돈이 풀리거나 금리가 내리면 말이 거칠게 내달리듯 집값은 급등했다.

사람들은 왜 집에 투자하는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지만, 또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집에 투자한다. 돈을 장롱에 넣어두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화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아파트 투자는 물가 상승률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그렇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수익률 차이는 크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지난 20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의 연평균 상승률(CAGR)을 산정해보면, 서울 아파트 수익률은 연 6.2%로 물가지수 연간 상승률 2.3%보다 3배 높았던 반면, 지방 도 지역 아파트 연 수익률은 물가지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인 연 3.1%에 그쳤다. 참고로 국제 금값은 같은 기간 연평균 12.5% 상승했다.

※필자 권혁진은 최근 출간된 ‘집값의 법칙’의 저자로 국토교통부 핵심 부서에서 주택정책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정책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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