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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이라는데"…강북·분당 백화점 줄줄이 '철거'되는 이유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6.09.24 06:00

백화점 양극화…문 닫은 점포엔 오피스·주택 짓는다
'백화점 용도전환' 트렌드 확산

[땅집고]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이 영업 적자를 이유로 지난해 6월 영업을 종료했다./배민주 기자



[땅집고]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명품 소비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연일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점포별로 매출 양극화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상위권 점포는 승승장구하는 반면, 실적이 부진한 점포들은 잇따라 매각돼 오피스나 임대주택으로 용도가 전환하는 추세다.

◇백화점 3사 상반기 이익 급증했지만…20위권 이하는 대부분 역신장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모두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4% 급증했고, 외국인 매출은 64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각각 2499억원, 246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40% 늘었다. 매출이 10% 안팎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최대 60~80% 가까이 뛰면서 수익성 개선 폭이 더 컸다. 특히 지난해 매출 3조6717억원을 기록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올해 연매출이 약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호황이 모든 백화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5대 백화점 65개 점포의 매출을 보면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극명하다. 신세계 강남점(3조6717억원), 롯데 잠실점(3조3010억원), 신세계 센텀시티점(2조2642억원), 롯데 본점(2조1863억원), 현대 판교점(2조291억원) 등 상위 점포가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반면 하위권 점포는 1000억~1500억원대에 머물렀다.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대형 점포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20위권 이하 점포들은 대부분 역신장을 기록했다.

[땅집고] 롯데백화점 미아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지스자산운용은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민간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롯데쇼핑



◇도심 알짜 백화점 부지 ‘용도전환’ 속도

특히 실적이 부진한 점포일수록 매각이나 용도전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강북구의 롯데백화점 미아점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미아점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을 선정했다. 매매가는 약 2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기존 백화점 건물을 철거한 뒤 장기 일반 민간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아점은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 인접한 역세권 입지지만 실적은 전국 하위권이다. 지난해 매출은 1511억원으로 65개 점포 가운데 58위에 그쳤고, 전년 대비 매출도 3.4% 감소했다. 결국 백화점으로서의 경쟁력보다 역세권 주거지로서의 토지 가치에 주목한 개발 방식이 추진되는 셈이다.

지난 3월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분당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분당점의 지난해 매출은 1530억원으로 전국 57위에 그쳤고, 전년보다 5.8% 감소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부지를 매입해 업무·리테일 복합시설인 ‘타임워크 분당’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백화점으로 운영할 때보다 오피스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옛 현대백화점 신도림 디큐브시티점도 백화점에서 오피스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을 종료한 백화점 공간을 리모델링해 ‘타임워크 웨스트’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신도림점의 지난해 매출은 1352억원으로 65개 점포 가운데 62위에 해당한다.

☞상가·오피스는 끝났다, 시니어 주거 개발이 유일한 골든타임

◇지역 대표 백화점도 매출 부진에 골머리

현대백화점 국내 1호 점포인 울산동구점도 같은 흐름에 놓였다. 울산동구점은 연매출이 2020년 처음으로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뒤 감소세가 이어졌고, 지난해 매출은 약 798억원 수준으로 전국 백화점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현대백화점은 2027년 말 점포를 폐점한 뒤 민간임대주택과 쇼핑몰이 결합한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의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점포다. 지난해 매출은 1352억원으로 전국 65개 점포 가운데 62위였다. 바로 옆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2조264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위에 오른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롯데는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2년 넘게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판매시설 중심으로 묶인 용도 제한 때문에 매수자가 오피스나 주거 등으로 자유롭게 개발하기 어려운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오프라인 점포 용도 전환 이어질듯

이러한 현상은 유통업계와 부동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철저히 맞아떨어진 결과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하위 점포를 계속 운영하기보다 매각을 통해 자산을 효율화하고 핵심 점포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부동산 운용사 입장에서는 백화점 부지 대부분이 지하철역과 연결되거나 대로변에 위치한 ‘역세권 알짜 입지’인 만큼, 건물을 매입해 오피스나 임대주택으로 용도를 바꾸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이 같은 ‘백화점의 용도 전환’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온라인 쇼핑의 확산과 소비 양극화로 지역 상권에 의존하는 중소형 백화점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명품과 미식·문화 콘텐츠 등을 갖춘 초대형 핵심 점포로는 소비가 더욱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주요 점포가 아닌 이상 과거처럼 백화점 영업이 잘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와 도심 개발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백화점 점포의 매각과 용도 전환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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