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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멘토'도 등 돌렸는데…대통령만 집값 폭락론 고집하는 것 아닌가?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6.09.23 06:00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환영객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땅집고] “강남불패, 부동산 투기 공화국은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이며,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에서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남긴 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말에는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해 공공주택 보유용으로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말들은 이른바 ‘대통령의 부동산 멘토’라는 평가를 받아온 전문가들이 과거 주장했던 부동산 폭락론을 연상시킨다. 집값 폭락론을 주장했던 전문가들은 “집값 폭락은 시간문제", "지금 사면 상상 못 할 고통이 따라온다"며 말해 ‘부동산시장의 예언자’ ‘부동산 시장의 진정한 전문가’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랬던 부동산 멘토들도 최근 공급부족과 정책 실패로 인해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폭등론으로 선회하고 있다.

◇집값 오르면 대통령이 책임지나?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및 주가 하락 논란과 관련해 "주가가 상승할지,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볼지 손해를 볼지는 귀신도 모르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자산가격의 등락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주택시장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집값이 폭락할 것인지, 폭등할 것인지를 단언하는 것은 ‘사이비 종말론’일뿐이다. 주택 공급과 수요, 금리, 수출, 인구, 해외 경제 상황 등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집값이 결정된다. 이런 변수를 모두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2020년 코로나가 발생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집값 폭락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경기부양을 위한 전세계적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전세계적인 집값 폭등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올린다며 규제대책을 남발했지만, 저금리 쓰나미로 인한 글로벌 집값 폭등 현상을 막지 못했다.

전세계적으로 관측되는 집값의 공통된 법칙은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에서 집값은 우상향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가의 우상향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집값의 폭락은 경제가 침체 혹은 뒷걸음질 친다는 의미이다.

집값 폭락론 망신의 역사는 국내외적으로 유구하다. '맨큐의 경제학' 저자인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교수가 1989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구 구조 변화를 근거로 미국의 주택 가격 대폭락을 예측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미 2010년부터 고령화 저출산, 성장의 정체, 정부 규제 등을 내세워 한국 집값 폭락을 외친 전문가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폭등하면서 원망의 대상이 됐다. “전문가 말만 믿고 집을 팔았는데, 갑자기 집값이 폭등해 벼락거지가 됐다”며 눈물을 흘린 사람들도 많다. 전문가들이 폭락론을 외쳐도 책임질 일이 없지만, 대통령의 시장 전망은 틀리면 지지율 하락이라는 정치적 책임이 뒤따른다.


◇김용범의 솔직 용감한 고백, 집값 폭등은 추경과 반도체 탓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멘토라는 폭락론 전문가들도 한국 집값의 폭락 가능성을 주장해왔지만, 이들 조차 최근 폭락론에서 폭등론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의 무능함을 탓 하지만, 엉터리 진단이다. 사실 지금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집값이 치솟는 것은 반도체 수출 급증에 의한 돈 폭탄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주가 폭등을 유발했고 주식 차액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했던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퇴임기자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 들어서는 즉각적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내수회복을 위한) 심폐소생에 들어갔고, 이어진 반도체 호황 등으로 (부동산) 수요의 힘이 비교할 수 없이 역대급으로 강해졌다"고 말했다. 김 전실장은 "공급은 갑자기 늘릴 수 없는데, 수요가 폭발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막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집값 급등은 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반도체 호황이 초래한 돈 폭탄의 결과라는 의미이다. 현재 집값이 폭등하는 나라는 한국과 함께 반도체 특수를 누리는 대만이다.


◇외국 진보는 임대주택 걱정하는데 한국은 고가 주택

폭락론은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진보도 아니다. 해외의 진보·좌파 정당들을 보라. 그들의 주택 정책은 고가 주택 가격을 억지로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 안정에 집중되어 있다. 독일의 강경 진보 성향인 ‘좌파당(Die Linke)’의 엘리프 에랄프 베를린시장 후보조차 대형 기업형 임대업체가 보유한 주택을 몰수해 서민 아파트로 만들고 임대료 상한을 적용하는 정책을 내놓았을 뿐, 고가 주택 가격 잡기에 집착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일은 다주택자라도 10년 이상 임대하면 양도세를 전액 면제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의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 대도시 역시 집값 폭등이 늘 사회적 화두지만, 좌파 성향 정치인들조차 고가 주택의 가격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뉴욕시장에 당선된 맘다니 역시 핵심 공약은 임대료 안정화 대상 아파트의 월세 인상률 동결(0%)이었다. 맘다니는 뉴욕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500만 달러 이상의 고가 주택이나 콘도 등 세컨하우스를 소유한 비거주자에 대해 중과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한국처럼 서민용 주택의 전월세가 폭등하든 말든 “강남 때려 잡겠다””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식으로 시장 전체를 흔드는 방식은 아니다.

◇실용주의자 이재명은 어디 갔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25년 5월, 한 인터뷰에서 실용주의적 면모를 내비친 바 있다.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언했다. 과거 진보 정권의 수요 억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원칙대로 공급을 늘려야 하고, 집값 문제는 지금까지의 민주당 정부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서로 비싸게 사고팔겠다는 것을 정부가 굳이 압박하며 힘들여 낮출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수요와 공급,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던 그 약속과 실용주의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일까. 실용주의 접근 방식에서 ‘부동산 탈레반’식 규제로 전환했지만, 효과를 발휘하기는커녕 집권 1년차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 1위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투기공화국’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정치적 수사는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집값은 억지로 누른다고 잡히지 않는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실용적 시장 접근법으로 되돌아가야한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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