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4000억대 강남 빌딩 주인 3번 바뀌었는데, 옛 시행사 등장해 "내가 주인" 소송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9.22 06:00

에이프로스퀘어, 지난 4일부터 매각 진행 중
4곳 입찰했지만 희망 가격 차이로 무산
제이알 측 "이번 판결 소유권에 영향 없어"

[땅집고]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에이프로스퀘어(옛 바로세움3차) 빌딩. 시행사 시선RDI와 시공사 두산중공업간 소유권 분쟁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강태민 기자


[땅집고]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4000억원대 알짜 빌딩 ‘에이프로스퀘어’(옛 바로세움3차)의 옛 시행사가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가운데, 이 빌딩의 현재 실질적 소유주인 제이알투자운용이 1심 판결을 엿새 앞둔 시점부터 빌딩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 시선RDI는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매수인의 소유권까지 무효가 될 수 있는 만큼 매각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기사 : '시행사에 등기 이전하라' 판결…4000억 강남 빌딩 소유권분쟁 새국면

21일 빌딩 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4일 에이프로스퀘어 빌딩 매각 입찰을 진행했지만 희망가와 매수 희망가의 차이가 커 무산됐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에이프로스퀘어 매각가로 3500억원을 제시했지만 매수 희망가가 이에 못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입찰에는 코람코자산신탁, KB자산운용, LB자산운용, 대신자산신탁 등 4곳이 참여했다.

제이알투자운용은 매각이 한차례 무산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추가 입찰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후 지난 10일 빌딩의 전 시행사인 시선RDI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에 매각 추진이 더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시선RDI측은 에이프로스퀘어를 기업어음(CP) 유동화 방식으로 1200억원을 마련해 2011년 1월 완공했다. 하지만 잘못된 소유권보존등기로 분양하지 못해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시 한국자산신탁이 건물을 공매 처분해 2014년 4월 엠플러스자산운용(수탁사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을 넘겼다고 주장한다. 이어 2019년 4월에는 마스턴자산운용(수탁사 하나은행)으로, 2022년 4월 제이알투자운용(수탁사 우리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제이알투자운용이 2022년 빌딩을 매입할 당시 매입금은 34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소유권 분쟁과 관련한 판결을 앞두고 빌딩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소송 결과에 따라 소유권을 보전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입찰에 참여한 자산 운용사들 역시 선고 전부터 빌딩과 관련한 소송 진행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이알투자운용은 이번 매각이 소송과 관련 없이 이뤄지고 있고, 재판 결과 역시 소유권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이알투자운용 측은 땅집고 통화에서 “시선RDI의 주장은 기존 소송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주장이고 재판에서도 우리은행(현재 신탁사)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는 기각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지법 민사28부(재판장 신용무)는 김대근 시선RDI 대표가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이행 및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에게 각각 이 빌딩 소유권 이전등기의 말소 등기를 이행하라고 지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1년 신탁·소유권이전 등기는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처분권한 없는 자에 의해 이뤄졌으므로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후행 소유권 이전 등기 또한 무효”라며 김 대표의 주장을 인정했다. 시공사 전무 등이 법인 인감을 무단으로 이용해 동의 없이 등기를 신청했다는 점에 대해 피고들이 다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단, 현재 등기상 이 빌딩의 소유자인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같은 청구가 있었음에도 ‘동일한 쟁점을 다룬 선행 판결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시선RDI는 이번 매각 추진으로 매수인과 펀드 수익자 등 제3자에게 새로운 법적·경제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매각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소유권 및 등기의 효력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이러한 분쟁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처분할 경우 매수자 등에게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탁업자인 우리은행 역시 집합투자업자인 제이알의 운용지시 또는 운용행위가 법령, 집합투자규약 또는 투자설명서 등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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