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고위험군 대구·인천·대전은 위험도 낮아져
부산·광주·제주는 준공후 미분양·수요 위축 겹쳐
“미분양 감소만으론 회복 판단 어려워…실수요 기반이 관건”
[땅집고] 지방 주택시장의 미분양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때 대규모 공급 여파로 미분양이 쌓였던 대구·대전 등은 신규 공급 감소와 함께 재고가 줄어든 반면, 최근에는 부산·광주·제주에서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주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히 공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발생하던 과거와 달리 인구 감소와 실수요 위축, 투자수요 이탈 등이 지역별로 겹치면서 미분양의 성격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특히 전체 미분양 물량 감소만으로 시장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이 줄어 신규 미분양은 감소하더라도 기존 물량이 준공 후 미분양으로 넘어가거나 거래 자체가 얼어붙는 지역이 늘고 있어서다. 지방 분양시장의 위험을 가르는 기준도 단순 공급량에서 지역 일자리와 인구, 주택 실수요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대전 내려가고 부산·광주·제주 위험 커져
NICE신용평가가 지난 16일 발간한 ‘미(未)의 늪에 빠진 건설업’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전국 204개 시·군·구의 미분양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2022년 말 고위험군이었던 대구·인천·대전은 올해 6월 기준 모두 중위험군으로 내려갔다.
반면 당시 중위험군이었던 부산과 제주, 저위험군이었던 광주는 위험도가 높아졌다.
NICE신용평가는 정부와 KB부동산, 부동산114 자료를 활용해 ▲미분양 증가 ▲준공 후 미분양 비중 ▲향후 1년 입주물량 ▲아파트값 하락 ▲인구 순유출 등 5개 지표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4~5개에 해당하면 ‘위험’, 2~3개에 해당하면 ‘잠재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최근 가장 위험도가 두드러진 곳은 부산이다. NICE신용평가는 부산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위험 및 잠재위험 그룹 합산 비중이 80%를 넘어 가장 높은 수준의 위험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6월 부산 사상구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가 2개월 만에 해제했고, 이달에는 강서구를 새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부산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극과 극’
부산의 특징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지역별 온도차가 크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부산 동구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 210가구에서 올해 7월 545가구로 159.5% 증가했다. 현재 남아 있는 미분양은 전부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이 기간 아파트값은 1.36% 하락했고 최근 3년간 인구도 3.23% 순유출됐다.
사상구도 비슷하다. 미분양 물량이 같은 기간 443가구에서 1243가구로 180.6% 늘었고 아파트값은 1.87% 떨어졌다. 최근 3년간 인구도 3.94% 줄었다. 향후 1년 입주 예정 물량도 과거보다 많은 수준이다.
반면 연제구와 동래구는 분위기가 다르다. 연제구는 올해 7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이 한 가구도 없었다. 최근 3년간 인구도 1만102명, 4.77% 순유입됐다. 동래구는 미분양 자체는 늘었지만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이 9.9%에 그쳤고 아파트값은 4.01% 상승했다.
◇광주는 ‘만성화’, 제주는 투자수요 이탈 직격탄
광주는 부산과 달리 특정 지역보다 도시 전반에 미분양 위험이 퍼져 있다.
NICE신용평가 분석에서 광주에서 ‘위험’으로 분류된 자치구는 없었지만 전체 자치구의 80%가 잠재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광주 전체 미분양 주택은 2022년 말 291가구에서 올해 6월 1245가구로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주택 비중이 높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기준으로 전체 미분양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은 광주 서구가 약 98.6%, 북구 96.4%, 남구 59.3%, 광산구 37.2%다. 최근 신규 분양이 폭증했다기보다 이미 지어진 주택이 장기간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제주는 준공 후 미분양 문제가 더 뚜렷하다.
올해 7월 기준 제주시 미분양 주택 2299가구 가운데 1367가구, 59.5%가 준공 후 미분양이다. 서귀포시는 미분양 1004가구 가운데 997가구, 99.3%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1년 전보다 제주시가 약 2.0%, 서귀포시가 약 2.7% 하락했다. 미분양 증가와 준공 후 미분양 누적, 집값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제주의 미분양은 광주와 성격도 다르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는 과거 투자수요가 많았던 만큼 실수요 아파트뿐 아니라 타운하우스 등 외지인 수요를 겨냥한 주택 공급이 상당했다”며 “투자·외지인 수요가 줄면서 당시 공급된 물량이 소화되지 못하고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 미분양 줄었지만 ‘끝난 문제’는 아니다
반대로 4년 전 미분양 위험지역으로 꼽혔던 대구·인천·대전의 위험도는 낮아졌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다.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2023년 초 약 1만4000가구에서 올해 6월 4383가구로 줄었다. 단기간 내 입주 예정 물량도 감소하면서 NICE신용평가 위험등급은 고위험군에서 중위험군으로 내려갔다.
다만 미분양 감소를 곧바로 시장 회복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연구위원은 “이제는 미분양만 관리하면 되는 단계가 아니라 지역의 주택 수요 자체를 활성화해야 하는 상태”라며 “앞으로는 단순 공급량보다 지역 일자리와 인구, 실수요 기반이 지방 주택시장의 위험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