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 측 "사실무근, 법적 대응"
형제연합·4자연합…신 회장 선택에 합종연횡
내달 1일 600억 위약벌 소송 선고 앞둬
[땅집고] 한미약품 전직 임원들이 그룹 지주사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그의 장남 신유섭씨를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의 고교 동문에서 최대주주에 오른 인물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놓고 창업주 일가와 합종연횡하며 첨예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양측이 맞소송을 벌이고 있는 600억원대 위약벌 청구 소송의 1심 선고도 오는 10월 1일로 예정돼 있어 이번 고발이 경영권 구도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신 회장이 배임” vs. “여론전일 뿐, 사실 무근”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전무 등 전직 임원 3명은 지난 1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신 회장 부자를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 고발인들은 한양정밀 감사보고서와 공시자료 등을 근거로 신 회장이 회사 자금과 자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들은 신 회장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한양정밀 법인자금 약 4673억원을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반복 인출한 뒤 결산기마다 일시 상환하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2024년과 지난해에는 단기대여금 444억여원을 인출해 개인 명의로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과 2020년 한양정밀이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금융기관 차입까지 동원해 마련한 1130억원을 신 회장에게 중간배당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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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측은 이번 고발이 ‘최대주주를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한양정밀과 신 회장 간 대여금 거래는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라 이뤄졌고 원금과 법정이자를 연체 없이 변제했으며 회계감사와 세무조사에서도 정상 거래로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 측은 "고발에서 문제 삼은 사안들은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됐으며 회사의 채권자나 임직원에게 손해를 끼친 사실이 없다"며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 고소를 포함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신 회장, 창업주 고교 동문서 경영권 갈등 핵심 인물로
한미약품은 2020년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이후 부인과 세 자녀들이 합종연횡하며 복잡한 경영권 갈등을 이어가는 상태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비 오너일가 인물인 최대 주주로서 이 골육상쟁 갈등 구도의 중심에 서 있다. 신 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고향 후배이자 고교 동문으로, 임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며 최대 주주에 오른 인물이다.
한미약품 모녀·형제들이 얽힌 경영권 다툼에서는 신 회장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우위가 갈리고 있다. 2024년 1월 창업주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은 이에 반대하는 장남 임종윤 회장·차남 임종훈 사장 형제의 편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OCI와의 통합은 무산되고 형제 연합이 모친인 송 회장을 대표직에서 해임했다.
그러나 그해 7월 신 회장이 입장을 바꿔 모녀 측과 손잡으면서 송영숙·임주현·신동국·라데팡스파트너스의 '4자 연합'을 결성했다. ‘4자 연합’은 의결권 공동 행사와 주요 경영 의사 결정에 대한 주주간 협의를 맺었고,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바탕으로 2025년 3월 전문경영인 김재교 대표 체제를 출범해 갈등을 일단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4자 연합 역시 오래 가지 못했다. 서울 반포동 옛 쉐라톤팔레스호텔 부지의 시니어케어 사업을 놓고 신 회장이 반대하자 모녀 측은 지난해 9월 "주주간 협의를 어겼다"며 600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신 회장도 임주현 부회장이 4자 협약의 의결권 공동행사 의무를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10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 주식 가압류를 신청해 지난 7월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위약벌 책임 여부는 오는 10월 1일 나올 본안 소송 1심 선고에서 가려진다.
◇ ‘갈등 분수령’ 600억 위약벌 선고 10월 1일 예정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형제들의 지분을 직접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는 먼저 장남인 임종윤 회장과 손을 잡고 올해 2월부터 임 회장과 그 배우자 홍지윤씨 등이 보유한 지분을 총 3864억원을 투입해 사들였다. 이에 따라 신 회장 개인 지분율은 22.88%(6월 말 기준)에서 28.15%(9월 1일 기준)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한양정밀 보유분 6.95%를 더하면 신 회장 측 지분은 35.1% 수준이다.
그러나 마지막 변수였던 차남 임종훈 사장이 보유 지분 2.5%를 모녀 측 우호 투자자인 나우아이비22호 펀드에 매각하며 "어머니, 누님과 함께 아버님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현재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구도는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임종훈 사장·킬링턴(라데팡스 계열 SPC)' 연합과 '신동국 회장·한양정밀·임종윤 회장' 연합의 대결로 재편됐다. 표면적 지분율은 송 회장 측 34.71%, 신 회장 측 35.1%로 불과 0.4%포인트 차이의 초접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1일로 예정된 위약벌 소송 1심 선고와 이번 고발 건의 수사 결과가 향후 지배구조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