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시 교통분담금 2000억 냈지만…외곽 도로에 2700억 투입
633억서 1700억으로 뛴 장곡역 공사비, LH는 "추가 부담 불가" 선 긋기
[땅집고] "돈은 우리가 다 냈는데, 정작 내가 탈 전철역은 못 짓는다고 합니다."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 입주민 A씨)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 입주민들이 극심한 교통 소외를 겪고 있다. 입주할 당시 LH에 납부한 수천억원의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가 실생활과 동떨어진 외곽 도로에는 약 2700억원이 투입되는 반면, 핵심 교통망인 장곡역 신설에는 이들이 낸 분담금의 10% 남짓만 쓰였기 때문이다.
◇ 분양가에 포함된 2000억원… 정작 주민들에게 쓸 돈은 없다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지구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입주민들의 집값에 포함되어있는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 이는 대규모 개발에 따른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와 철도 등 광역 교통시설을 미리 확충하라는 취지로 거두는 분담금이다.
LH가 시행하는 공공주택지구인 장현지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약 1만8727가구에 달한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그들이 부담한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는 가구당 약 1000만원꼴로 총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LH는 장현·목감지구 교통난 완화를 목표로 ‘죽율~장현~목감 간 도로’ 공사를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 2778억원 규모의 이 사업에는 장현·목감지구 등 인근 지역 분담금이 함께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작 이 도로가 장현지구 주거 단지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1km 이상 떨어져 있어, 대다수 주민들의 실제 생활 동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장현지구 주민 A 씨는 “해당 도로는 장현지구 남단 교차로 외에는 진입할 길이 없어 주민들이 거의 이용할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동행한 주민 B 씨 역시 “우리가 낸 돈이 그 외곽 도로로 새 나가는 줄 몰랐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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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덩이처럼 불어난 '장곡역' 공사비… LH는 "추가 부담 불가"
반면 판교까지 30분대 이동이 가능해지는 장현지구의 핵심 교통망인 경강선 ‘장곡역’ 신설 사업은 예산 벽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18년 LH와 시흥시가 맺은 협약서를 보면 당시 장곡역 총사업비 633억원 중 180억원은 LH가, 나머지 453억원은 시흥시가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계획 변경과 행정 지연으로 원자재와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총 사업비는 최근 철도공단 요구 기준 약 1700억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시흥시는 LH측에 지속적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나, LH는 “기존 협약 및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부담금을 이미 전액 납부했다”며 추가 분담에 선을 긋고 있다. 장현지구 입주민이 납부한 분담금 약 2000억원 중, LH가 장곡역 사업에 부담한 금액은 180억원으로 전체의 10% 남짓에 그치는 것이다.
이화수 장현지구총연합회 회장은 “세대당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했으나 정작 장현지구를 위한 시설에는 쓰이지 않고 있다”며 “LH와 시흥시가 협의해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핵심 시설에 비용이 분담금이 추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H가 추가 지원을 거부하면서, 시흥시는 최근 요구된 총사업비 1700억원에서 LH 부담금(180억원)을 뺀 나머지 1520억원을 감당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실제로 시흥시가 장곡역과 매화역 등을 짓기 위해 2024년부터 3년간 발행한 지방채 규모만 2765억원에 달한다.
◇ 느슨했던 협약…"분담 비율·기준, 애초에 명확히 정했어야"
전문가들은 공공시설 관련 협약 과정에서의 부실함을 지적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협약 방식 자체에서 찾았다.
김 변호사는 "지출 비용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에 지어질 시설에 관해 약정하다 보니 금액을 상세히 쓰기는 어렵다"면서도, "분담 비율이나 그 기준이 되는 금액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그 방식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herim570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