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동작·송파 19개 건물서 피해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포함
시행·운영·중개 얽힌 '조직적 카르텔' 의혹
[땅집고] 서울 서남권 일대에서 약 428가구, 총 356억원 규모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대형 전세사기 정황이 포착됐다. 단순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 사례가 아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시행사, 시공사, 건물 관리업체, 특정 공인중개사가 조직적으로 공모해 무자본 갭투자와 깡통주택을 양산한 ‘전세사기 카르텔’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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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세입자로 구성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집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관악구·송파구 일대 다가구주택 등 19곳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에는 서울시 인증 사업인 동작구 사당동 ‘사당역 청년안심주택 코브(152가구·피해액 약 100억원)’를 비롯해 관악구 신림동, 봉천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 다중·다가구 주택들이 대거 포함됐다. 해당 건물들은 2024년 말부터 동시다발적으로 경매, 가압류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20~30대 세입자 대다수는 보증금 평균 1억원 안팎에 거래했는데, 선순위 근저당과 허위·초과 보증금 구조 때문에 경매 낙찰 시 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후순위로 밀려나 있어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김씨는 “전셋집을 나온지 반년이 넘었지만, 보증금9000만원은 여전히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
문제는 전세사기가 불거진 건물 소유·운영 형태를 파악해보면, 시행업체 대표 이모씨와 가족·사업 관계자들이 대거 엮여있다. 우선 이씨 본인을 비롯해 부모, 아내, 장모 등 친인척 명의 건물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19개 건물 가운데 18개 건물의 시공은 A사가 맡았다. 여러 건물을 관리한 B사는 임대인을 대신해 계약을 맺거나 재계약 중개업소를 지정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이씨를 중심으로 임대·관리·중개 관계자들이 역할을 나눠 보증금을 편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임차인 모집 단계에서는 특정 공인중개사 네트워크가 영업부서처럼 작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들은 관련 중개사들은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고의로 숨기거나 허위 고지하며 세입자들을 유인했다고 주장한다. 시행사가 금융기관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임차인을 모집해 받은 전세보증금이 기존 대출이나 사업비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피해 건물 임차인들은 이 대표와 관계자, 공인중개사 등을 상대로 사기 혐의 형사고소를 접수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모씨 가족 중 한 사람은 임차인에게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지훈 법무법인 심앤이 변호사는 “다수의 공인중개사와 알선 브로커들을 동원해서 대규모 범행을 저지른 조직적인 전세사기 사건이다”며 “개별 피해자들의 산발적인 신고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어, 피해를 막기 위해 집중 수사처를 지정해 수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 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