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공산독재 국가에도 없는 '아파트 거래 허가제', 보완이 아니라 폐지가 정답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6.09.17 16:45 수정 2026.09.17 17:08

[땅집고]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한 경우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간을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임대차 갱신계약도 유예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지난 5월 12일 실거주 유예 조치를 내놓은 지 4개월 만의 추가 보완책이다.

당초 실수요 중심의 거래를 유도하고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규제지만, 시장에서는 "말이 토지거래허가제이지 사실상 독재국가에서도 실시한 적이 없는 '아파트 매매 허가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을 구입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매수자는 반드시 2년간 해당 주택에 직접 거주해야 한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갭투자는 물론, 개인의 사정에 따른 주거 이전의 자유마저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다.

관련기사 : '세낀 아파트' 매입 후 임대차계약 1회 갱신할수 있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84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조선DB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까지 토허구역이 확대된 뒤, 매물 잠김과 임차인 불편이 불거지자 올 2월 다주택자 매도 주택에 한해 실거주 예외가 허용됐다. 형평성 논란이 일자 5월에는 비거주 1주택자의 주택을 포함해 ‘세 낀 집’ 전체로 유예 대상이 넓혀졌고, 이번에 신청 기간과 인정 범위가 다시 확대됐다. 기존에는 매수 당시 임차인의 잔여 임대차 기간까지만 입주를 미룰 수 있어 입주 시한이 2028년 5월 11일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갱신 계약도 1회, 최대 2년까지 추가로 인정돼 입주 유예 시점이 2029년 말까지로 늦춰진다. 이런 복잡한 규제를 모르고 집을 샀다가는 범법자로 전락할 수 있다.

◇부총리도 지키지 못하는 실거주

경제정책을 총책임지는 이형일 부총리 후보자는 경기 과천에 위치한 아파트를 약 17년간 보유해 왔으나, 해당 아파트에 실제 거주한 기간은 단 4개월에 불과했다. 대통령도 인천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기간에 자신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았다. 아파트 거래 허가제를 만들기 전에 전세 낀 주택 거래는 너무나 당연한 상거래였다. 그런데 집값을 잡겠다고 갑자기 전세 낀 집 사기를 금지한 것이다. 자녀 교육, 재테크, 전직 등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이 구입한 아파트에 살지 않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다. 그런데 아파트 거래 허가제는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범법자가 돼 매년 1회씩 이행 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취득가액의 최대 10% 범위에서 매년 이행강제금이 반복 부과된다. 부정한 방법으로 거래허가를 받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개별공시지가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 전국민 범법자로 만드는 위헌적 법률

토지거래허가제는 본래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투기성 토지 거래 방지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 주요 도심지역에 적용된 형태는 본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토지가 아닌 ‘아파트’ 거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돼 사실상 위헌적 규제이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정규재 언론인은 페이스북에 ‘토지거래허가제는 위헌이다’라는 글을 통해 “토지라는 단어 속에 주택이라는 단어를 슬쩍 얹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국가의 허가 대상으로 만든 것”이라며 “정부가 작명 꼼수를 쓴 것은 정부도 그 위헌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정희 대통령이 토지거래허가제를 제정한 1979년에는 일부 부자들이 사채까지 동원해 수도권 주요 토지를 매집하는 바람에 신도시 공급 등 공공정책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면서 “지금의 주택거래 허가제는 허가권을 정당화할 공익적 목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지율 폭락시키는 내로남불 규제

이번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현 정부가 도입한 대출, 실거주 등 아파트 규제 정책은 누구도 지키기 힘든 내로남불 규제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은 장차관도 지키지 못하는 규제를 국민에게만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이 큰 이유이다. 그렇다고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역대 정권 1년차 상승률 1위라는 오명만 뒤집어썼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고위 공직자조차 지키지 못하는 법안은 이미 현실성을 상실한 '죽은 법'이자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규제일 뿐"이라며 "이번 실거주 유예 연장 발표는 제도의 한계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발표한 1년 유예 연장 방안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예 조치는 '미봉책'일 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가진 본질적인 시장 왜곡 문제, 위헌성을 해결할 수는 없다. 미봉책으로 누더기가 된 제도를 보완할 것이 아니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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