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토지은행, 주택 용지 5000억 매입 "알짜 땅 누가 감정가에 파나"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9.16 09:22

LH, 5000억 들여 주택 공급 부지 확보
토지비축 제도로 주택 수급 조절 첫 사례
"유의미한 핵심 택지 매입 쉽지 않을 것"

[땅집고] LH 수급조정용 비축토지 매입 공고문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5000억원을 들여 수도권 주택공급에 활용할 유휴부지를 확보하기로 했다. 수도권 유휴토지를 보유한 기관과 기업 등으로부터 매각 신청을 받고 감정평가를 통해 매각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택 공급 부지로 적합한 토지를 감정평가금액 수준에 내놓을 기업이나 기관이 많지 않을 거란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후속조치로 8일부터 2026년도 수급조절용 공공토지 비축 매입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집값 대응에 ‘토지은행’ 제도 첫 적용

공공토지 비축 사업은 토지은행 제도라고도 하는데, 정부와 LH 토지은행이 관련 법률에 따라 땅값이 안정적인 시기에 유휴 토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관리하다가, 향후 개발 수요가 발생했을 때 적재적소에 적정 가격으로 공급하는 정책 수단이다. 지금까지는 도로·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용 토지를 중심으로 공공토지 비축 제도가 운영돼왔다. 주택공급과 주택 시장 안정 목적으로 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업은 기관·기업·개인 등이 보유한 수도권 내 유휴토지를 공개 공모 방식으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한 달간 접수된 매각 희망토지를 대상으로 공익사업 활용 가능성과 공공비축 적정성 등을 검토해 총 5000억원 규모의 매입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매입 대상은 신청일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위치하면서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3300㎡ 이상 토지다. 건축물이 소재한 토지와 근저당·압류 등이 설정된 토지, 취득이나 이용이 제한되는 농지·임야 등은 제외한다. 매입 가격은 LH가 선정한 감정평가사업자 2명의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 이내에서 토지 소유자와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사업성 떨어지는 토지 위주로 신청 몰릴 것”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토지 비축 제도의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 비축 제도는 토지 가격이 저렴할 때 매입해 비축해 두었다가 개발 수요로 토지 가격이 올랐을 때 이를 활용하는 개념인데, 현재는 주택을 짓고 싶어도 땅이 없어서 못지을 만큼 개발 수요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주택 용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 매각 희망 가격과 LH 매입 가격에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서울 주택 시장에 유의미한 공급 효과를 낼만한 핵심 입지의 택지 확보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가지고만 있어도 가치가 올라갈 땅을 누가 감정평가금액 수준에서 판매하겠느냐"며 "결국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토지 위주로 신청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토지뿐 아니라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대량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공토지의 비축에 관한 법률에서 토지 은행의 재원은 LH 고유 계정과 구분되는 계정으로 토지은행적립금을 통해 조달하게 돼 있다. LH는 2023년부터 매년 이익금 중 40%를 토지은행 적립금으로 쌓아왔다. 현재 적립금은 약 9조원 대다. LH 부채는 2025년 172조원으로, 2026년 예산을 반영하면 19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3기 신도시 보상과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가운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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