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가 선정한 첫 민간도심복합개발사업 시범사업지 6곳 중 5곳이 기업·법인 소유 부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개 부지는 초호화 빌라 개발업자인 박성찬 트라움하우스 회장 개인 땅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선정 이유에 대해 “동의율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다수로 이뤄진 필지는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서울시가 대기업과 개인에게 개발 이익을 몰아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시는 민간도심복합개발사업 유형 중 역세권인 ‘성장거점형’ 시범사업지로 2곳, 비역세권인 ‘성장잠재권’ 대상지로 4곳을 발표했다. 이번 공모에 20개 현장이 접수했는데 이 중 총 6곳을 선정한 것. 앞으로 서울시는 성장거점형 기준 각 사업지마다 용적률을 최고 1300%까지 허용해 대규모 복합 개발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공공기여 비율도 기존 50%에서 30%까지 완화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문제는 이번에 선정된 시범사업지 6곳 모두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처럼 토지 소유주가 여럿이 아니라, 기업·법인 및 특정 부동산 디벨로퍼가 보유한 부지라는 점이다. 앞으로 개발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질 여지가 있는 것.
먼저 규제 완화 혜택이 큰 성장거점형 선정 부지 2곳 중 강남구 역삼동 680-1 일대는 고급 빌라를 개발·분양해온 박성찬 트라움하우스 회장이 보유한 개인 땅이다. 현재 최고 9층 높이 라움아트센터 건물이 들어서있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 회장은 총 5475㎡ 규모인 이 땅을 2008년 5월 매입해 약 20년째 보유 중이다. 올해 1월 기준 공시지가가 1㎡당 2768만원이라 총 공시가가 1515억5000만원이다. 정부가 올해 토지 공시가 현실화율로 65.5%를 적용한 점을 고려하면 시세는 약 2300억원대다. 즉 서울시가 회장 개인 땅을 최고 1300% 용적률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함께 성장거점형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광진구 자양동 17-1 일대 부지는 전국 단일 법인으로는 최다 면허를 보유했던 택시회사 대한상운이 1985년부터 갖고 있다. 대한상운은 택시회사를 2022년 진모빌리티에 양도한 뒤 사명을 디에이치프라퍼티로 바꾸고 부동산 개발 기업으로 변경했다. 현재 자양동 부지에는 파란색 컨테이너 건물로 유명한 복합쇼핑몰 ‘커먼그라운드’가 있다. 이번 선정으로 디에이치프라퍼티가 쇼핑몰을 철거한 뒤 이 곳에 초고층 주택·상가 등을 짓고 분양 개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비역세권인 성장잠재권 시범사업지 4곳도 모두 기업·법인 소유였다. ▲강동구 성내동 448-1 한섬 ▲광진구 중곡동 587-2 케이티앤지(KT&G) ▲도봉구 창동 715-1 미화콘크리트 ▲금천구 독산동 1066-2 창강산업 등이다. 각 회사마다 짧게는 10~20년, 길게는 50년까지도 보유해 온 부지를 서울시 지원 하에 초고밀도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김창규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굳이 대기업이나 디벨로퍼를 염두에 두고 선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수 소유자로 이뤄진 부지의 경우 동의 여건이 맞지 않았고,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시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지 공모에서 탈락한 현장마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성장거점형·성장잠재권 추진 기자설명회’ 영상 댓글창에선 “이거 민간도심복합개발이 아니고 대기업도심복합개발 아니냐”, “그냥 여러 명이 소유주인 곳은 제외된 것이냐”는 등 비판적인 의견이 눈에 띈다.
앞으로 서울시는 2030년까지 성장거점형 28곳, 성장잠재권 42곳을 추가로 선정해 총 7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 현장마다 연면적 기준 50% 정도는 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