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0년 방치된 대곡역세권 베드타운 위기…9400가구에 공공주택 폭탄

뉴스 추진영 기자
입력 2026.09.16 06:00

5개 노선 지나지만 개발은 30년째 지지부진
9400가구 개발 앞두고 추가 택지 후보로 거론
"주택보다 일자리·산업시설 먼저" 주민들 우려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대곡역 일대가 정부의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곡역 일대는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에 이어 GTX-A와 교외선까지 연결되는 수도권 서북부의 교통 거점이다. 하지만 역세권 개발사업이 수년째 지연되면서 주변에 상업·업무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는 대곡역세권 일대에 약 9400가구 규모의 주거와 첨단산업·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개발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기존 개발계획과의 조정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5개 노선 지나는 대곡역… 30년 가까이 개발 지연

대곡역은 1996년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며 GTX-A와 교외선까지 연결돼 수도권 서북부의 주요 환승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역세권 주변 개발은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다. 대곡역세권 개발사업은 2010년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10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고양시는 약 54만평 규모 부지에 1조9000억원을 투입해 대곡역 복합환승센터와 지식산업단지, 주거·상업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개발 방향을 구체화하지 못한 데다 사업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장기간 정체됐다. 대곡역 주변 주민들이 이곳을 ‘희망고문의 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여러 철도 노선이 연결된 교통 요충지임에도 주변에는 상업시설이나 업무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충분히 들어서지 못했다.

[땅집고] 경기 고양시 대곡역 일대 전경. /강태민 기자


최근 들어서는 개발에 다시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곡역 일대에 주거와 첨단산업·업무시설 등을 함께 조성하는 약 9400가구 규모의 ‘지식융합단지’ 개발계획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곡역 복합환승센터도 국토교통부의 제4차 환승센터 기본계획에 계속사업으로 반영됐다. 대곡역을 고양·파주축의 거점 환승센터로 조성하고 향후 대곡역세권 개발사업과 연계해 교통과 자족기능을 갖춘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 “이제 개발하나 했는데”… 신규 택지 거론에 주민들 우려

이런 상황에서 대곡역 일대가 정부의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거론되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13일 주택 신속공급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10만가구 이상 규모의 신규 공공주택지구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 강서구와 경기 남양주·광주 등 3곳에 2만7200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우선 발표했으며, 나머지 7만3000가구 이상의 신규 택지는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추가 택지 후보지로 거론됐던 서울 개발제한구역과 용산공원 부지 등이 서울시의 반대 등으로 제외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 지역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대곡역 일대 역시 하남 감북지구와 함께 주요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아직 대곡역 일대가 신규 공공택지로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추가 주택 물량이 배정될 경우 기존에 추진 중인 9400가구 규모 개발계획과 어떻게 조정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땅집고] 경기 고양시 대곡역 일대 빈 부지 뒤로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강태민 기자


특히 주민들은 주택 공급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당초 계획했던 첨단산업이나 업무시설 등 자족기능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곡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금도 주택은 포화 상태”라며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 생활시설이 서로 연결돼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도 “주거시설만 더 들어오면 고양시가 살기 어려워진다”며 “이곳에는 주거시설보다 일자리와 산업시설 등이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 주택 공급 이어지는 고양… 자족기능 확보 목소리

주민들의 우려에는 고양시 내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양시에서는 창릉지구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2024년 창릉지구는 자족시설과 녹지 비율을 조정하고 주거시설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당초 계획보다 2500가구가 추가됐다. 지역에서는 주택 공급에 앞서 산업시설과 일자리 등 자족기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곡역 일대에 추가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경우 일산신도시 재건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일산신도시에서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을 통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대곡역처럼 교통이 좋은 곳에 대규모 신축 주택이 추가로 공급될 경우 기존 일산신도시 단지와 재건축 사업장의 주거 수요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대곡역 일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단순히 주택을 얼마나 더 공급할 것인지에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갖춰진 교통망을 활용해 주거시설뿐 아니라 산업·업무·상업시설을 함께 유치하고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개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30년 가까이 개발을 기다려온 대곡역 일대가 이번에는 교통망에 걸맞은 자족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대규모 주택 공급 중심으로 개발 방향이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chujinze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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