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지법,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이행' 판결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소유권 이전 등기 무효 인정
시행사 "우리은행 상대로 추가 소송 이어갈 것"
[땅집고]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4000억원대 알짜 빌딩 ‘에이프로스퀘어’(옛 바로세움3차)의 옛 시행사가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 명의로 이뤄진 이 빌딩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일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냄에 따라 지난 10년 넘게 이어온 소유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시행사인 시선RDI는 이 판결을 근거로 후속 소송을 진행해 15년 전 잃어버린 빌딩 소유권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은 2011년 완공 직후 시선RDI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서 공매 등의 방식을 통해 2014년, 2019년, 2022년 모두 3차례에 걸쳐 소유자가 바뀌었다. 시선RDI는 그동안 이뤄진 소유권 이전등기가 무효라는 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이번엔 법원이 2014년과 2019년 소유권 이전 등기가 시행사 동의 없이 무단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등기 말소를 이행하라고 판결해 시선RDI가 소유권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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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이행하라” 첫 판결
땅집고 취재에 따르면 서울지법 민사28부(재판장 신용무)는 김대근 시선RDI 대표가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이행 및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에게 각각 이 빌딩 소유권 이전등기의 말소 등기를 이행하라고 지난 10일 판결했다. 단, 재판부가 에이프로스퀘어 빌딩 현재 등기상 소유자인 우리은행에 대한 청구는 기각함에 따라 당장 판결에 따른 말소 등기 이행은 불가능한 상태다.
에이프로스퀘어는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사거리 인근에 2011년 1월 완공한 지상 15층 건물이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과 교보타워를 낀 강남대로 한복판 알짜 건물로 꼽힌다. 현재 시세는 약 4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시선RDI측은 에이프로스퀘어를 짓기 위해 기업어음(CP) 유동화 방식으로 1200억원을 마련했지만 잘못된 소유권보존등기로 분양하지 못해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시 한국자산신탁이 건물을 공매 처분해 2014년 4월 1680억원에 엠플러스자산운용(수탁사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을 넘겼다고 주장한다. 2019년 4월에는 마스턴자산운용(수탁사 하나은행)이 2040억원에 매입했고, 2022년 4월 JR투자운용이 3080억원에 다시 이 빌딩을 샀다. 우리은행이 수탁사이며 현재 등기상 건물 소유자도 우리은행이다.
◇최초 소유권 이전 등기 무효 인정…우리은행 상대 추가 소송 예고
소송을 냈던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이번 판결에서 2011년 소유권보존등기 및 담보신탁과 함께 이뤄진 한국자산신탁 명의의 소유권 이전 등기가 소유자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져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시 시공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전무 등이 김 대표가 맡겨 둔 법인인감을 이용해 김 대표 동의 없이 등기를 신청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어 이뤄진 한국증권금융·하나은행·우리은행 명의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2011년 신탁·소유권이전 등기는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처분권한 없는 자에 의해 이뤄졌으므로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후행 소유권 이전 등기 또한 무효”라며 김 대표의 주장을 인정했다. 시공사 전무 등이 법인 인감을 무단으로 이용해 동의 없이 등기를 신청했다는 점에 대해 피고들이 다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현재 등기상 이 빌딩의 소유자인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같은 청구가 있었음에도 ‘동일한 쟁점을 다룬 선행 판결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시선RDI가 이번 판결로 곧바로 에이프로스퀘어 빌딩 소유권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후순위 등기의 말소가 가능한지에 관계없이 전순위등기의 말소절차이행을 명할 수 있으나(대법원 1995. 10. 12.선고 94다47483 판결), 현재 소유자인 우리은행에 대한 소유권 이전 청구가 기각됐기 때문에 이번 판결만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은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임이 인정됐기 때문에 등기법에 따라 후행 등기인 우리은행의 등기 역시 원칙적으로는 무효”라며 “우리은행을 상대로 패소했던 과거 소송에서는 최초 소유권보존등기와 이전등기가 무효라는 점을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점을 근거로 우리은행 상대로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