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성산시영은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매우 손상시키고 있음, 이는 반드시 지양해야 함. 충실한 평가서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타 사업자가 손해보는 역차별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강력히 지적하는 바임.”
서울 강북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던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정비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서울시 통합심의를 받기 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사실상 탈락한 것. 특히 성산시영 환경영향평가 검토 의견서에는 통상 공공기관 문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단호한 표현들이 담겨 있어 그야말로 ‘역대급 퇴짜’라는 말이 나온다.
◇서울시 “성산시영 통과시키는 것이 역차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1986년 준공한 성산시영은 서쪽으로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을 끼고 있는 역세권이면서 상암업무지구 직주근접 입지다. 기존 3710가구를 지하 3층~지상 46층, 총 4823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올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서울시 통합심의를 신청할 예정이었다. 당초 조합은 3개월 만에 심의를 통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달 4일 서울시 친환경건물과로부터 환경영향평가 단계부터 퇴짜를 맞았다. 환경영향평가란 정비사업 과정에서 해당 현장이 인근 교통·대기·소음·일조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절차다. 그동안 서울시는 각 조합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기술적인 보완 사항을 지적하는 수준의 검토 의견을 내려왔다. 하지만 성산시영은 서울시 가이드 라인에 크게 못미치며 평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성산시영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 검토의견’ 문서를 보면 공문서 치고는 수위가 상당한 표현들이 여럿 눈에 띈다. 서울시 친환경건물과는 조합이 ‘심의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 계획으로 초안을 작성’했으며, ‘협의 유연성의 취지를 손상시키’고, ‘주민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나아가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매우 손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비업계에선 성산시영이 담당 기관으로부터 사실상 경고문을 받아든 것이나 다름 없다고 평가한다. 문서에 다른 정비사업 현장은 충실한 평가서를 제출하고 있으므로 성산시영을 이번 평가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역차별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하는 문구까지 적혀 있다.
◇12개 항목서 301가지 지적…빠른 보완이 핵심
서울시는 만약 성산시영 조합이 이번 환경영향평가서를 기반으로 통합 심의를 받을 경우 절차상 하자로 인허가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지적을 받은 항목은 자연지반녹지 미확보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자연지반녹지가 76% 감소하는 것으로 계획돼있어, 해당 녹지를 보전·이동 배치하는 방안이 필요한데 조합이 이 기준을 무시했다고 본 것. 더군다나 조합이 기부채납하기로 한 공원 등을 해당 면적으로 편입하는 꼼수를 쓰면서 의무를 회피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 ▲기상 ▲대기질 ▲온실가스 ▲수질 ▲토지이용 ▲토양 ▲지형지질 ▲동식물상 ▲친환경적자순환 ▲소음 진동 ▲경관 ▲일조장해 등 총 12개 항목에서 지적 301가지가 쏟아졌다. 예를 들어 토지이용 항목에선 ‘72쪽 생태면적률 심의기준 미달인데 왜 △ 표시인지? 반드시 충족 바람’, 경관 항목에선 ‘현재 7개 조망점의 예측은 일반적 설명에 그치므로 각 지점별 핵심 영향(근경 위압감·월드컵북로 시각회랑·불광천과 서울월드컵경기장과의 관계·46층 스카이라인)을 구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 바람’ 등이다.
서울시는 성산시영이 심의 기준을 맞추려면 향후 설계변경이 필수라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초안과 사업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다. 업계에선 앞으로 성산시영 조합이 설계 변경 절차를 밟으면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환경영향평가 지적을 조합이 얼마나 빠르게 보완하는지가 핵심”이라며 “결국 인허가권자가 제시하는 기준은 반드시 충족해야 사업에 차질이 없다는 것이 교훈”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