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신흥 업무지구로 급부상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송파구 복정역 일대가 반쪽짜리 개발 현장이 될 위기에 처했다. 복정역 인근 부지마다 현대차·포스코 등 굵직한 사업자를 찾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이 일대 핵심 교통 인프라로 꼽히는 ‘복정역 환승센터’ 개발사업은 수익률이 2~3%대에 그쳐 민간 자본 외면을 받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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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정역에 현대차·포스코 들어오는데…정작 환승센터는 사업자 외면
이달 3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지난 6월 시작한 ‘복정역 환승센터 민간사업자 공모’에 접수한 사업자가 0건으로 공모가 유찰됐다고 밝혔다. 2021년 첫 공모를 받은 뒤 약 5년 만에 재공모를 진행했으나 사업자 찾기에 실패했다.
이 사업은 지하철 8호선과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복정역 일대 2개 용지(서울 송파구 장지동 600-2·592-5번지) 총 3만6398㎡에 연면적 약 30만㎡ 규모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복정역 환승시설과 함께 공동주택, 오피스, 판매시설 등을 조성한다. 총 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다.
SH와 LH는 위례신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복정역 일대 개발을 추진해왔다. SH가 복정역 환승센터 개발을, LH가 인근 역세권 부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각각 담당했다.
LH는 성과가 뚜렷하다. 복정역 북쪽 22만㎡ 부지를 2023년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부지를 3조2498억원에 매각하는데 성공하면서 초대형 업무시설 개발이 시작된 것. 앞으로 이 곳에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연구시설 ‘HMG 퓨처 콤플렉스’가 입주할 예정이다. 일부 부지에는 총 1393실 규모 주거형 오피스텔인 ‘힐스테이트 송파더그리드’가 들어선다. 인근 위례비즈밸리에도 포스코그룹이 ‘포스코 글로벌센터’를 짓고, 포스코홀딩스 및 핵심 계열사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H가 담당한 복정역 환승센터 개발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2021년 공모로 DL이앤씨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양측이 토지매매계약 조건을 두고 합의에 실패하며 무산됐고 이달 재공모도 유찰됐다. 복정역 일대가 서울 신흥 업무지구로 탈바꿈을 앞두고 가운데 핵심 인프라인 환승센터가 들어서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개발사업으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땅값 폭등, 임대주택 의무…초대형 사업인데 수익률 2~3% 그쳐
건설 업계에선 공모가 유찰된 이유로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먼저 토지 가격 상승이 부담을 줬다. 올해 6월 SH가 제시한 공모지침상 복정역 환승센터 개발 대상지인 주차장 11블록과 업무시설용지 35블록을 합한 토지가격이 총 5836억원으로 기재됐다. 2020년 첫 공모 당시 땅값으로 5007억원을 제시했는데 올해 공모에선 약 16.5% 상승한 것.
사업지에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한다는 조건도 민간사업자들의 입찰을 막은 원인으로 지적됐다. SH 입장에선 역세권 현장에 임대주택을 지어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민간 기업은 임대주택을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2020년 공모에선 주차장 부지에 공동주택 총 400가구 이상을 짓되, 이 중 연면적 5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어 SH에 넘기도록 정했다. 올해 공모에서는 이 부지에 짓는 모든 공동주택 유형을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으로만 한정하고, 규모는 200가구 이상~300가구 이하로 되레 축소했다.
실제로 이 사업에 입찰할 것으로 알려졌던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수익성이 낮아 포기했다”면서 “통상 기대수익률 10% 정도면 입찰하는데 이 현장의 경우 2~3%에 그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SH가 다시 공모를 진행한다면 사업 조건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환승센터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자가 환승역을 지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은 아파트·오피스텔·상업시설 등을 분양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인데 이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또 다시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자체마다 환승센터 개발을 진행했다가 사업이 장기간 표류 중인 사례가 수두룩하다. 충청북도와 청주시가 추진하는 오송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사업이 대표적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KTX·SRT 분기점이라 사업이 출범했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하면서 20년째 멈춰서있다. 시흥시 역시 LH로부터 307억원에 부지를 매입한 뒤 시흥시청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해왔지만 민간사업자 ㈜이레일이 사업을 포기하고 나가면서 땅이 수 년째 방치돼있다.
SH 관계자는 “현재 유찰 사유를 파악중이며, 재공모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면서 “차후 조건 완화도 검토하겠지만 현재 고려하고 있는 바는 없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