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실직·이직으로 딴집 살면 증세?…"부동산 세금, 이미 OECD 평균 2배"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9.14 06:00

최병천 명지대 교수 "비거주 증세로 지지율 하락 자초"
선진국 '빈집'에 과세해도 '비거주'에 과세하는 경우 없어
"다주택 양도세 82.5%, 취득세 12%… 기네스북 수준"

[땅집고] 최병천 명지대 교수가 '땅집고 TV'에 출연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땅집고


[땅집고] 최병천 명지대 대학원 겸임교수(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는 정부가 추진하는 종부세 인상과 관련, “정부가 정말로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정상화하려 한다면 오히려 종부세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 10일 유튜브 땅집고TV에 출연해 “정부가 '조세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비거주 주택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동시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OECD 통계로 보면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소장은 과거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냈으며 박원순 전 시장 당시 서울시 민생정책 보좌관을 역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인상안이 담긴 ‘8·3 대책’ 발표 이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관련 “정부가 한 달에 걸쳐 국민 여론을 수렴해 놓고 거꾸로 된 정책을 내놓으며 오히려 여론의 반발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지난 7월 23일 열린 부동산 대국민 토론회에서 국민 의견 게시판 응답자의 80% 이상이 금융 대출 규제 완화를 원했는데, 정작 8·3 세제개편안과 8·13 공급대책 어디에도 대출 규제 완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정부가 종부세 1거주1주택 세액공제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개편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사실상 증세를 도입한 것이 납세자들의 반발을 샀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대략 1970년대부터 시작된 부동산 정책 역사상 1주택자를 겨눈 강력한 증세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정 금액 이상의 1주택자는 누구나 실직·이직·부모 봉양 등 잠재적 사유로 비거주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으며 스스로 반발을 키운 셈”이라고 비판했다.

◇ “부동산 세금, 이미 OECD 평균의 두 배”

[땅집고] 국회예산정책처가 조사한 OECD 35개 국 부동산 세제 세입 비중.2015년 기준 한국은 보유세 비중이 낮고 거래세 비중이 높고, 유럽 대부분 국가는 보유세 거래세가 모두 낮다.우리나라는 보유세 인상으로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높은 수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최병천 교수 제공


정부는 세제 개편의 명분으로 '조세 정상화'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려면 세 배는 올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 교수는 OECD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보다 높은 세금을 내고 있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려면 오히려 반대로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낮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 교수가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GDP 대비 약 3.0%로 OECD 평균(1.6%)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세금 비중 역시 거래세 비중이 높고 보유세 비중이 낮아 다른 OECD 국가들과 명확히 대비된다.

최 교수는 “미국·캐나다는 보유세가 높고 거래세가 거의 없는 유형이지만, 북유럽을 포함한 유럽 대부분 국가는 오히려 보유세·거래세가 모두 낮은 유형에 몰려 있다”며 “'선진국은 보유세가 높고 거래세가 낮다'는 것은 미국식 모델일 뿐, 실제 글로벌 표준에 가까운 것은 보유세·거래세가 모두 낮은 유럽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 자료가 2015년(박근혜 정부 시기) 데이터로, 이후 한국의 보유세가 크게 오른 만큼 현재는 한국도 보유세·거래세가 모두 높은 축에 근접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한국과 비교할만한 선진국인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 등 이른바 G7 국가로 좁혔을 때도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보유세·양도세를 중과하는 규정이다. 그는 “G7 국가 중 일부 국가가 '빈집'에 추가 과세하는 경우는 있어도, 비거주(다주택)라는 이유만으로 보유세·양도세에 불이익을 주는 나라는 없다”며 “전월세를 놓는 두 번째, 세 번째 주택은 임차 공급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 수준 맞추려면 오히려 종부세 낮춰야”

최 교수는 한국의 종합부동산세가 8구간 누진세 설계돼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에 따르면 G7 국가 가운데 종부세와 같은 합산·누진세가 적용되는 보유세는 찾아볼 수 없고, 재산세가 누진세인 나라는 하나도 없다. 예컨대 G7 국가 전부 10억원짜리 주택과 100억원짜리 주택에 동일한 재산세율(예: 1%)을 적용한다. 반면 한국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3주택 이상을 기준으로 현재 최고 5%(문재인 정부 시기 최고 6%)로, 누진 구조상 고가 다주택 보유자의 실질 보유세 부담이 매우 크다.

최 교수는 “한국의 보유세가 낮다는 통념은 중산층의 재산세 부담이 낮다는 점에서만 성립할 뿐, 상위 구간의 보유세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보유세를 진짜 '선진국 수준'으로 정상화하려 한다면, G7 국가처럼 상층 세율은 낮추고 중산층 재산세는 오히려 높이는 방향이어야 논리적으로 맞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해외 사례를 연구했다고 했는데, 내용을 보면 실제로 해외 사례를 연구했는지, 연구했다면 결과를 반영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3주택 양도세 82.5%…기네스북 등재될 수준”

세제개편안은 현재 국회로 넘어 심의와 의결을 앞두고 있다. 최 교수는 향후 논의될 핵심 쟁점으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표준을 거주 1주택자와 같은 14억원으로 맞출지, 정부안대로 12억원에 둘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거주자와 동일하게 적용할지를 꼽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도 거주자와 동일한 14억원 기준을 적용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중과가 그대로 유지될 지도 관건이다. 최 교수는 양도소득세의 경우 다주택자 중과를 포함한 최고세율(3주택 82.5%, 2주택 71.5%)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높아 기네스북에 등재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최고세율과 취득세율(12%·8%) 인하까지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손대지 않은 부분을 국회가 낮추는 셈이라 지켜봐야 하지만, 개편을 하는 김에 함께 논의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정안에서 빠진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10억원) 조정 문제 역시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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