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창간기획 8편] 전략특구 주도자 다케나가 전 장관 인터뷰(하)
"규제개혁은 기득권 저항 부술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과 열정"
"일본 전략특구는 총리 주도패스트 트랙, 하향식 규제완화"
기업과 인재는 더 매력적인 도시를 찾아 국경을 넘어 움직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 일본 ‘도시재생 전략특구’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홍콩의 ‘철도+도시 복합개발’까지…. 땅집고는 세계 선진 도시의 현장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성공 공식을 짚어보고, 이를 용산국제업무지구·창동아레나·한강 개발과 교통 계획 등 서울이 마주한 과제들에 대입했다. 땅집고 창간 7주년 기획 ‘서울 재창조 -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은 10여회에 걸쳐 서울을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다시 그리기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편집자 주
[땅집고] 부동산 버블붕괴이후 올스톱 됐던 도쿄의 개발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일본은 부동산 개발이 외국기업과 관광객을 유치하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민간이 제안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원스톱 심의로 풀어주는 ‘국가전략특구’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길게는 7년 넘게 걸리는 도심 재정비 사업 인허가 절차도 국가전략특구를 활용, 1~2년 정도로 단축시켰다. 도시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라면 기존의 법과 규제를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오테마치·마루노우치·도라노몬·시부야 등 도쿄 랜드마크 지역을 중심으로 초고층 복합 빌딩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계기가 됐다.
땅집고는 창간을 기념해 국가전략특구를 주도한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蔵) 게이오대 명예교수와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의해 경제재정정책담당상으로 발탁된후 금융담당상 등을 겸임하며 부실채권 정리, 우정 민영화를 추진했다. ‘잃어버린 20년'의 늪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를 시장 중심의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로 활력을 불어 넣은 학자 출신 경제 정책 책임자였다.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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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전략특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 동력 중 하나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시스템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전략특구 자문회의'나 '지역회의'는 정확히 어떤 역할을 맡았나.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전략특구 구역회의'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특구로 지정되면 해당 지자체장, 관계 부처 관료, 그리고 민간 사업자가 한자리에 모여 일괄적으로 협의를 진행한다. 과거에는 사업자가 각 부처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장을 받느라 수년의 세월을 허비해야 했지만, 특구 구역회의를 통해 한자리에서 원스톱으로 논의하고 바로 결정짓다 보니 의사결정 속도가 획기적으로 단축(패스트 트랙)될 수 있었습니다."
- 고이즈미 내각 시절의 '구조개혁특구'가 상향식(Bottom-up) 형태였다면, 아베 내각의 '국가전략특구'는 하향식(Top-down) 성격이 강하다고 들었다. 이 두 제도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고이즈미 내각 때 추진했던 구조개혁특구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발굴해 올리는 바텀업 방식이었고, 그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단순히 현장의 제안을 받는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강력한 탑다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과제들이 늘어났다. 특히 기득권의 저항이 거센 분야일수록 탑다운 방식의 강력한 정치적 결단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바텀업의 장점을 흡수하면서도, 총리가 직접 이끄는 강력한 탑다운 기구를 결합해 완성한 것이 바로 국가전략특구이다.”
◇“정치적 리더쉽이 개혁의 성패 결정”
-의료, 농업, 노동 분야처럼 기득권 집단이나 관료 조직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민간의 제안을 관철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러한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썼던 특별한 전략이나 에피소드가 있나.
“물론 반대가 엄청나게 심했다. 사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노동, 농업 분야의 구조 개혁은 지금도 완전히 풀어내지 못한 난제 중 하나이다.
당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준 것은 스가 관방장관의 역할이었다. 개혁에 반대하는 부처의 간부들을 관방장관실로 직접 불러 '왜 안 된다는 것이냐',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대안을 가져와라'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설득을 이어갔다. 강력한 권한을 쥔 내각 중심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비로소 기득권의 두터운 벽을 조금씩 허물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아베-스가 내각이 끝난 이후에는 이러한 개혁의 추진력이 많이 약화됐다.”
일본의 내각관방장관은 총리를 보좌하며 정부 정책을 조율하는 정권의 핵심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이다. 스가 요시히데 장관은 아베 신조 내각에서 역대 최장수인 7년 8개월 동안 내각관방장관을 지냈으며 아베 총리가 물러난 후 자민당 대표로 선출돼 99대 총리를 역임했다.
- 한국 역시 지방에 반도체 클러스터나 첨단 산업 단지를 조성하려고 시도 중이지만, 온갖 규제와 노동 이슈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도시 개발이나 지방 활성화를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의견이 있나.
"국가전략특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강력한 방안은 '정부 직할지(직할시)'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특정 구역을 정부 직할 지역으로 선포하고, 기존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별 규정을 전면 적용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심천(선전) 등을 경제특구이자 정부 직할 형태로 운영하여 대성공을 거둔 것이 좋은 예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결국 핵심은 기득권의 저항을 부수고 나아갈 수 있는 최고 권력자(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결단력과 열정(Passion)이 발휘되면 성공할 것이다. "
-서울과 도쿄를 비교해달라.
" 모리기념재단의 글로벌 도시 경쟁력 순위(GPCI)에서도 서울은 런던, 뉴욕, 도쿄, 파리 등과 함께 늘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매우 매력적인 도시이다. 다만 서울은 만성적인 교통 체증이나 과도한 수도권 일극 집중,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 등 인프라와 제도 측면의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도쿄는 도심 거주를 적극 장려하고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면서 교통 체증을 크게 완화했다. 서울 역시 K-POP을 비롯한 강력한 문화적 소프트 파워를 갖고 있는 만큼, 도시 인프라 규제를 과감히 혁신한다면 한층 더 뛰어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일본이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완벽히 극복하고 부활했다고 보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반등에 불과하다고 보는지 궁금한다
“기본적으로 일본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안고 있던 부실채권 정리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했던 구조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이 완료되었다. 기업들의 체질 자체는 과거에 비해 매우 건강해진 상태이다.
다만 이를 '완벽한 부활'이라고 확언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결정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생산성 향상'과 '잠재 성장률 제고'이다. 체질 개선을 끝마친 일본 경제가 앞으로도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데이터·디지털 혁신과 주저 없는 규제 완화를 통해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정리하자면, 부활을 위한 체질적인 토대는 상당히 구축되었으나, 이것이 진정한 부활로 이어질지 여부는 앞으로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