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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개벽 '청계천'에 쇼크 먹은 일본…20년 준비한 도쿄 하천 복원사업[창간기획]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6.09.10 06:00

[땅집고 창간기획 6편]도쿄판 청계천 복원사업 니혼바시 리버워크
청계천 복원에 자본심 상한 일본,민관합동으로 자금 조달
고가도로 철거 공중권 매각으로 3500억원 조달.
5개 도심재개발과 연계, 수상관광 교통망도 구성


기업과 인재는 더 매력적인 도시를 찾아 국경을 넘어 움직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 일본 ‘도시재생 전략특구’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홍콩의 ‘철도+도시 복합개발’까지…. 땅집고는 세계 선진 도시의 현장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성공 공식을 짚어보고, 이를 용산국제업무지구·창동아레나·한강 개발과 교통 계획 등 서울이 마주한 과제들에 대입했다. 땅집고 창간 7주년 기획 ‘서울 재창조 -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은 10여회에 걸쳐 서울을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다시 그리기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편집자 주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니혼바시 강을 복원하는 니혼바시 리버워크 프로젝트. 현재 모습과 완공이후 모습/홈페이지


[땅집고] 서울로 치면 광화문 한복판에 해당하는 도쿄 중심부 ‘니혼바시(日本橋)강’. 고도성장기 일본의 상징이던 니혼바시의 콘크리트 고가도로가 마침내 자취를 감춘다. 60년 가깝게 강을 어둠 속에 가두고 하늘을 가로막았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수변 공간을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니혼바시 리버워크’ 프로젝트가 2040년 완공을 목표로 본궤도에 올랐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청이 미쓰이부동산·노무라부동산 등 일본 대표 디벨로퍼들이 손을 잡고 추진하는 이 사업은 고소도로를 지하화하고 니혼바시강 연안 약 1.2km 구간을 정비한다. 주변 11헥타르(약 3만 3000평) 부지에 초고층 복합 빌딩, 고급 호텔, 국제 MICE 시설 등을 조성해 오픈 테라스, 상업 시설을 강변 보행로와 직접 연결한다. 재개발 사업비까지 포함하면 10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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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한복판 규제 풀게 한 ‘청계천 충격’

니혼바시는 에도시대 이래 이어진 도쿄 도로 원표(元標)가 위치한 교통·상업의 중심지이다.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하천 위에 건설된 고가도로는 한때 현대화의 상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 경관을 파괴하고 수변 생태계를 고사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가도로 지하화 논의에 물꼬를 튼 것은 한국의 ‘청계천 복원’이었다. 2000년대 초반 서울시가 청계고가도로를 걷어내고 도심 하천을 생태 친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자, 일본의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정재계는 당시만 해도 후진국으로 여기던 한국에 일격을 맞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도시재생, 신도시 등 일본의 도시계획을 흉내내기에 바빴다.

2005년 12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는 서울 청계천 복원 성공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국토교통성에 "도쿄의 상징인 니혼바시강을 가리는 고가도로를 지하화하거나 우회시켜 푸른 하늘을 되찾자"고 지시했다. 한국의 청계천 복원이 도심 생태 복원의 세계적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도쿄를 강타한 것이다.

◇ ‘전면 철거’ 청계천 vs ‘지하화’ 니혼바시… 3조 원 예산 논란

니혼바시 고가도로 철거와 연계해 진행중인 주변지역 재개발 사업들. 공중권 거래로 400억엔의 자금을 조달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콘크리트에 갇혀 있던 도심 하천의 하늘을 열고 역사적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목적은 동일하지만, 방식에서는 양국 도시가 극명하게 갈렸다.

당시 서울 청계천 고가도로의 완전 '철거'와 주변 대체 도로망을 정비하는 공공 주도의 신속 집행 방식을 택했다. 약 3867억 원의 예산을 들여 2년 3개월만에 완공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불도저 리더쉽으로 밀어 붙였고, 대권 가도의 길을 열었다.

도쿄는 하루 수십만 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수도고속도로의 핵심 축인 니혼바시 고가도로를 포기할 수 없었다. 도쿄는 고가를 철거하는 대신 강 아래에 지하 터널을 뚫어 교통량을 수용하는 정교한 첨단 지하화 토목 공법을 선택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었다. 사업비 조정 과정을 거쳤음에도 지하화 구간 1.1km, 전체 정비 구간 1.8km를 공사하는 데 무려 3200억 엔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일부에서는 "고작 1.2km의 푸른 하늘을 되찾기 위해 3조 원을 쏟아붓는 것이 과연 현명한 투자냐, 감상적인 낭비냐"라며 ‘3200억 엔짜리 푸른 하늘’이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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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디벨로퍼 주도, 공중권 거래로 돌파구

공공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던 이 거대 프로젝트를 구원하고 현실화한 주인공은 미쓰이부동산 등 민간 디벨로퍼들이었다. 도쿄도는 단순한 공공 재정 투입 방식에서 벗어나, 니혼바시 일대 수변 재개발을 민간의 대규모 상업·업무지구 개발 계획과 전면 결합하는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을 만들었다. 2013년에 만들어진 국가전략특구법이 큰 기여를 했다. 민간이 제안한 사업을 국가전략특구회의를 통해 ‘규제 제로 베이스’에서 원스톱으로 심의했다.

이 제도를 활용 미쓰이 부동산 등 민간사업자들이 니혼바시강 주변의 5개 재개발 지구 조성과 수도고속도로 지하화를 연계한 도시재생 계획안을 제안한다. 특구회의를 통해 용적률 완화, 도로·하천 점용 규례 적용 등 규제 개혁 항목이 담긴 ‘구역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니혼바시 1초메, 무로마치 1초메 등 연안 재개발 지구들의 ‘도시재생 특별구역 도시계획 결정’이 잇따라 승인이 나면서 부분적으로 공사가 시작됐다.

디벨로퍼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공중권(Air Rights)’ 거래의 파트너가 된 점이다. 고속도로가 지하로 들어가며 생기는 도로 상공의 미사용 용적률(공중권)을 도쿄도가 주변 민간 복합 재개발 구역으로 이전해 주고, 미쓰이부동산 등 민간 개발사는 이 공중권을 매입해 초고층 빌딩을 올렸다. 민간이 지불한 용적률 매각 대금과 사업 부담금은 곧바로 고속도로 지하화 공사비로 환원됐다 공중권 거래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400억엔에 이른다.

니혼바시리버워크 프로젝트 완공후 모습을 담은 조감도/홈페이지


◇ 2026년 1단계 오픈, 2040년 완전 복원… 미래 도시 디자인의 이정표

‘니혼바시 리버워크’ 프로젝트는 수변 보행자 네트워크(Pedestrian Walkway) 구축을 중심으로 추진중이다. 강변을 따라 폭 약 100m, 길이 1.2km의 녹지 산책로가 들어서며, 도쿄역에서 니혼바시강까지 차도를 건너지 않고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연속 보행 동선이 마련된다. 기존 니혼바시 선착장도 대폭 확충해 하네다 공항, 오다이바, 아사쿠사, 도요스 등을 잇는 수상 관광 교통망을 구축한다. 이미 지난 4월 ‘니혼바시 e-LINER’가 취항했다. 니혼바시에서 도요스를 운항하는 전기 여객선으로, 편도 25분이 걸린다.

4월 운항을 시작한 전동여객선을 선전하는 광고판 사진/홈페이지



준비과정을 거쳐 지하터널 공사는 2025년 4월에 시작됐다.

전체 일정은 3단계에 걸쳐 추진되는데 첫 재개발 사업인 도쿄 미드타운 니혼바시가 연내 완공된다. 2035년까지 수도고속도로 지하 터널을 개통해 차량 흐름을 지하로 분산시킨 뒤, 2040년에는 지상의 기존 고가도로를 완전 철거해 탁 트인 수변 공간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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