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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사옥 개발 포기한 오리온…20년 전 타운하우스 실패가 회장 발목 잡았나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9.10 06:00

[땅집고]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지은 기자


[땅집고] 오리온이 지난 70년 동안 써왔던 옛 용산사옥을 최고 38층 주상복합아파트로 개발·분양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중단한 뒤 최근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지난 20여년 전 오리온이 담철곤 회장 판단으로 부동산 건설업에 뛰어들었다가 크게 실패한 전력이 있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은 한때 쌍용건설 인수전에 명함을 내밀었을 정도로 부동산 포트폴리오 확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오리온이 관련 자회사를 일괄 처분하고 건설개발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계기가 됐던 ‘악몽 사업지’는 과연 어디일까.

☞관련기사: [단독] 오리온, 38층 아파트 개발한다던 용산 사옥 매각…과거 건설업실패 쓴맛

◇청평에 요트 딸린 타운하우스 짓다 IMF…사업 중단

오리온은 1997년 부동산개발사 리온자산개발을 설립하면서 부동산 건설 사업에 첫 발을 들였다. 이어 1998년에는 시행사 미소인, 1999년 하이랜드이앤씨, 2006년 종합건설업체인 메가마크 등 부동산 관련 자회사를 줄줄이 설립했다. 중도 포기하기는 했지만 2007년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쌍용건설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을 정도로, 오리온은 기존 제과제조업에서 벗어나 부동산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꽤 강했다.

[땅집고] 오리온그룹이 부동산 건설업 관련 자회사 미소인을 통해 2008년부터 시작한 경기 가평군 청평면 일대 초호화 요트 타운하우스 ‘청평솔뱅72’ 조감도.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자회사 미소인을 통해 경기 가평군 청평면 6만6000㎡(약 2만평) 부지에 고급 타운하우스인 ‘청평솔뱅72’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최고 4층, 총 59가구 규모로 계획해 2008년 4월 인허가를 받은 이 단지는 주택형 전용 89㎡에서 최대 1093㎡로 구성했다. 이른바 VVIP 고소득층을 겨냥한 상품으로 분양가가 39억~45억원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인근에 청평호가 있는 점을 들어 각 가구마다 1억원 상당 수입 요트를 증정하겠다고 홍보했다. 2010년 완공이 목표였다.

하지만 타운하우스 개발을 시작한 직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당해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국에 공급한 타운하우스 총 16개 사업장이 모두 청약 미달됐고, 이 중 14곳은 청약자가 사실상 0명 수준일 정도로 미분양이 심각했다. 이 여파로 오리온의 ‘청평솔뱅72’ 프로젝트도 공사 도중 사업이 중단됐다.

◇자회사 600억대 자본잠식…결국 부동산 개발업계 떠나

‘청평솔뱅72’ 개발 실패로 이 단지 시행을 맡았던 미소인은 물론이고, 오리온 관련 부동산 계열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지분 및 사업 구조상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가 메가마크에 현금을 수혈하면, 메가마크가 미소인에 자금을 대여하고, 다시 미소인이 리온자산개발에 돈을 투입하느라 점점 적자만 쌓여가는 악순환이 계속됐던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미소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청평솔뱅72’ 용지 취득 원가는 약 192억원이며 미완성공사는 28억8700만원 정도로 기재돼있다. 미소인이 이 프로젝트에 투입한 사업 원가가 220억원대인 셈이다.

장부에서 미소인은 이 중 56% 정도인 122억8000여만원을 평가손실처리했다. 이에 따라 토지 원가는 절반 수준인 94억원으로 낮아졌으며, 특히 미완성공사분은 가치를 100% 깎았다. 사실상 ‘청평솔뱅72’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우며 그동안 투입한 공사비는 더 이상 회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땅집고] 2019년 말 기준 ‘청평솔뱅72’ 사업을 전담했던 오리온그룹 산하 미소인의 재무 상황. /이지은 기자


이 같은 재무 상태는 지주사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당초 자금이 오리온홀딩스에서 시작해 메가마크를 거쳐 미소인에게 대여하는 구조여서다. 2019년 말 미소인이 메가마크에 진 채무를 보면 ▲차입금 318억9400만원 ▲공사미지급금 85억6500만원 ▲미지급비용 297억4100만원 등으로, 도합 702억원에 달한다.

미소인에서 매출이 한 푼도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메가마크에 빌린 317억원 장기차입금 금리가 8.5~9%로 높은 편이고, 단기차입금에도 4.6~6.9% 이율이 적용돼 매년 이자만 28억원 정도가 쌓여갔다. 결국 미소인은 600억원대 자본잠식으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가 됐고, 오리온은 2022년 4월 리온자산개발·하이랜드디앤씨·메가마크를 일괄 매각하며 건설업계에서 완전히 떠났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분양대행사 직원은 오리온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들과 관련해 “스카우트 한 직원 위주로 조직을 꾸리다보니 건설사 특유의 팀워크가 다른 회사에 비해 약한 편이고, 마감 공사와 같은 디테일도 떨어진다”며 전문성이 낮았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오리온 옛 용산사옥 부지는 직접 개발하는 경우 분양 수익이 최소 1조원대 이상으로 기대되는 곳”이라며 “그런데도 타사에 매각하겠다는 것은 과거 담철곤 회장이 부동산 개발업에서 뼈아픈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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