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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틈 타 집 구경도 돈 내라고?…공인중개사 '임장비' 논란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6.09.08 11:48

임장 크루 확산에 업계 “최소 비용 필요”
소비자 “기존 중개보수부터 손봐야”

/AI 생성 이미지.


[땅집고] 앞으로 아파트나 전셋집을 보러 갈 때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이른바 ‘임장비’를 먼저 내야 할 수도 있다. 공인중개업계가 매물을 확인하러 온 소비자에게 일정 금액을 받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면서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중개보수도 부담인데 집을 둘러보는 단계에서부터 돈을 받겠다는 구상이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집 구경도 유료냐”는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반발에 현실화 못 했던 ‘임장비’…1년여 만에 다시 꺼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최근 부동산 매물 안내나 현장 답사 과정에서 일정 금액의 ‘임장비’를 받는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 필요성을 다시 제기했다. 소비자가 집을 보러 갈 때 임장비를 먼저 내고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면 최종 중개보수에서 해당 금액을 빼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임장비로 2만원을 냈다면 계약 체결 시 중개보수에서 2만원을 공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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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비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협회는 지난해 4월에도 임장 기본보수제를 핵심 과제로 내걸고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매물 안내와 현장 동행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전혀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개보수도 비싼데 계약도 하기 전에 별도 비용까지 내야 하느냐”는 반발이 거셌고, 중개업계 내부에서도 고객 이탈과 직거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협회도 제도를 강행하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1년여 만에 협회가 다시 임장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등기부등본 열람이나 원거리 매물 안내를 위한 차량 이용 등에 실제 비용이 들어간다며 매물 안내 서비스에도 일정한 대가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공인중개업계가 임장비 도입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최근 실제 매수·임차 의사 없이 부동산 공부나 콘텐츠 제작 등을 목적으로 매물을 둘러보는 이른바 ‘임장 크루’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여러 명이 단체로 중개업소를 찾아 매물 안내를 요구하고 실제 계약은 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중개사들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매물 하나를 보여주려 해도 집주인이나 세입자와 시간을 조율하고 현장까지 동행해야 한다”며 “계약이 안 됐다는 이유로 이 모든 과정이 무료가 되는 현재 구조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집 마음에 안 들어도 돈 내나”…소비자 반응은 싸늘

시장 수요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온라인에서는 “집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돈부터 내라는 것이냐”, “수백만원씩 중개보수를 받으면서 집을 보여주는 데도 따로 요금을 붙이겠다는 것이냐”, “중개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매물만 보여줘도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집을 여러 채 비교한 뒤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인 소비 과정인데 매물을 볼 때마다 비용을 내야 한다면 당근마켓 등 직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집주인과 직접 접촉하려는 수요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임장비 논란 당시에도 중개업계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이 오히려 고객을 중개업소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임장 크루를 걸러내기 위해 실수요자에게까지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다.

[땅집고] 간담회서 발언하는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현행법엔 별도 ‘임장비’ 근거 없어…“중개보수부터 손봐야”

법적 근거도 넘어야 할 문제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는 거래가 성립했을 때 받는 중개보수 외에 별도의 임장비를 받을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가 없다. 임장 기본보수제를 제도화하려면 관련 법령이나 중개보수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별도의 임장비를 신설하기보다 현행 중개보수 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주택 중개보수는 거래금액 구간별 상한요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집값이 비쌀수록 중개보수도 커진다. 그러나 중개 과정에서 실제 투입되는 노동량이 거래가격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장 과정에서 중개사의 노동과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와 별개로, 기존 중개보수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소비자에게 새로운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은 사회적 합의를 얻기 쉽지 않다고 본다. 특히 실제 매수·임차 의사가 있는 소비자와 단순 임장 목적 방문객을 어떻게 구분할지, 비용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중개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았을 때 환불할 수 있는지 등 세부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중개사가 제공한 서비스에 일정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업계의 문제 제기는 논의해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중개보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임장비만 별도로 추가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수수료가 하나 더 생기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임장비를 도입하려면 중개보수 체계 전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와 함께 서비스 범위, 요금 기준, 소비자 보호 장치를 패키지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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