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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켰나" '200조 부채' LH, 지방악성 미분양 7000가구 사재기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6.09.08 10:11

올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입 신청 7000가구 넘어…연간 목표 5000가구 초과
실제 매입가는 감정가 86~94% 범위서 산정…업체 희망가격과 비교해 낮은 금액 적용

[땅집고] 경기 성남시 LH 경기남부지역본부 모습. / 연합뉴스


[땅집고] 지방에서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악성 미분양’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넘기려는 건설·시행사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LH가 진행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에 신청한 물량은 약 7000가구로, 연간 매입 목표인 5000가구를 이미 넘어섰다.

건설사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매입가격 조건이 민간 시장에서 할인분양을 이어가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주택을 민간에서 처분하려면 분양가를 수천만원씩 낮추거나 계약금 지원, 중도금 무이자, 유상옵션 무상 제공 등 추가 혜택을 붙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LH에 매각하면 일정 수준의 손실을 확정하는 대신 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해 사업장을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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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의 86~94%에 매입…“할인분양보다 낫다”

LH는 분양가나 일반 시세가 아니라 별도의 감정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매입가격을 산정한다. 감정가격에 분양률과 단지 규모 등 평가 요소를 반영해 최종 가격을 정하며, 감정평가액의 최소 86%에서 최대 94% 사이에서 결정된다. 각 평가 항목에서 최대 가점을 받으면 감정가의 94%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감정평가액이 3억원인 주택이라면 최종 매입가격은 약 2억5800만~2억8200만원 범위에서 정해진다. 다만 이는 최초 분양가나 현재 거래 시세의 94%를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 구조가 준공 후 미분양을 떠안은 사업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퇴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미분양 기간이 길어질수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와 관리비 등 금융·보유비용이 계속 쌓이는 만큼 감정가의 90% 안팎에서 물량을 일괄 처분할 수 있다면 추가 할인과 장기간 금융비용을 감수하며 개별 수분양자를 찾는 것보다 낫다는 계산이다.

◇윤석열 정부 말기 도입…이재명 정부 들어 확대

이 제도는 윤석열 정부 말기인 2025년 2월 처음 도입됐다.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통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를 LH가 매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제도는 더 확대됐다. 지방 건설경기 침체와 준공 후 미분양 증가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매입 물량을 총 8000가구까지 늘리고, 매입가격 기준도 기존보다 높였다. 매입 조건이 개선되면서 건설사의 참여 유인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접수된 물량은 약 7000가구로 올해 추가 매입 목표인 5000가구를 넘어섰다. 최근 진행한 3차 접수 물량만으로도 연간 목표치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 사업 실패를 공공이 떠안나”

문제는 민간 사업자가 수요 예측과 분양가 책정에 실패해 떠안은 손실을 공기업이 대신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토지비와 공사비, 금융비용, 예상 분양가와 지역 수요 등을 따져 사업자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장에서 정한 가격에 수요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가격을 낮추거나 사업자가 손실을 떠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LH가 준공 후 미분양을 감정가의 최대 94% 수준에서 매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민간 시장에서 할인분양으로 소화돼야 할 물량에 사실상 공공이 새로운 매수자가 돼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에 성공했을 때 이익은 민간이 가져가면서 실패했을 때 손실 일부는 공공이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분양성이 떨어지는 지방 사업장일수록 LH 매각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민간 시장에서 가격을 크게 낮춰야만 처분할 수 있는 주택이라도 감정평가를 거쳐 일정 수준의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추가 자구노력보다 LH 매각을 우선 검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거 미분양 주택의 공공 매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도 이 같은 도덕적 해이 우려 때문이었다. 건설사의 충분한 자구노력 없이 공공이 미분양을 사들이면 잘못된 사업 판단에 따른 손실을 국민 부담으로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LH “신청한다고 모두 사는 것 아냐”

다만 신청 물량이 많다고 해서 LH가 이를 모두 매입하는 것은 아니다. LH는 신청 주택을 대상으로 입지와 주택 품질, 임대 가능성, 향후 분양전환 가능성 등을 심사하고 감정평가와 가격 협의 절차를 거쳐 실제 매입 대상을 정한다.

LH 측도 감정가의 94%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공사는 시세가 아니라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매입가격을 산정한다”며 “감정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최소 86%에서 최대 94% 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최대 가점을 받는 경우에만 감정가격의 94%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입가격은 LH가 산정한 상한가격과 건설·시행사가 신청 당시 제시한 매도희망가격 가운데 더 낮은 금액으로 결정된다.

정부와 LH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건설사 부실이 PF 시장과 지역경제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공공이 일부 물량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매입한 주택을 공공임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제도의 명분으로 들고 있다.

LH의 재무 부담이 이미 큰 상황에서 지방 미분양 해소 역할까지 맡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LH의 부채는 2026년 예산 기준 19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 추정치 172조원보다 1년 새 22조원 넘게 늘어나는 규모다. 3기 신도시 보상과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가운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까지 확대하면서 재무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LH는 올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약 5000가구를 매입할 계획이다. 가구당 평균 매입가격을 2억2000만원으로 가정하면 전체 매입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출자·융자를 통해 일부 재원을 지원하지만, LH의 재무 여력이 계속 악화될 경우 공공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해소라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결국 민간 사업자가 분양가와 수요를 잘못 판단해 떠안은 손실을 LH가 공공자금으로 일부 메워주는 구조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더 낮춰 시장에서 소화하기보다 LH에 넘기는 게 유리해질 수 있어 이 경우 사업 실패의 책임은 민간이 지고 손실은 공공이 떠안는 도덕적 해이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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