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창간기획] 도쿄역 주변 100만평 재개발 디벨로퍼의 자금조달 비법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6.09.08 06:00

[땅집고 창간기획 4편] 도쿄 니혼바시 천지개벽의 주역 미쓰이 부동산
입체 환지로 보상비 낮추고 리츠로 투자비 회수
특정 지역 집중 개발로 도시 만들기 주도
라라포트 등 상업 시설 운영에서도 두각


기업과 인재는 더 매력적인 도시를 찾아 국경을 넘어 움직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 일본 ‘도시재생 전략특구’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홍콩의 ‘철도+도시 복합개발’까지…. 땅집고는 세계 선진 도시의 현장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성공 공식을 짚어보고, 이를 용산국제업무지구·창동아레나·한강 개발과 교통 계획 등 서울이 마주한 과제들에 대입했다. 땅집고 창간 7주년 기획 ‘서울 재창조 -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은 10여회에 걸쳐 서울을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다시 그리기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편집자 주

[땅집고] 미쓰이 부동산이 개발한 도쿄 미드타운 롯폰기,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일본의 랜드마크이다./홈페이지


[땅집고] “건물 올려서 털고 나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진짜 승부는 준공식 다음 날부터 시작됩니다.”

한국 디벨로퍼들이 분양 수입만 챙기고 떠나는 ‘빌드 앤 셀(Build & Sell)’에 몰두할 때, 일본 디벨로퍼들은 완공 이후 건물의 가치를 키우는 ‘도시 운영자’로 체질을 바꿨다. 그 중심에 매출 규모 25조 원에 달하는 일본 1위 디벨로퍼 미쓰이부동산(三井不動産)이 있다. 미쓰이부동산의 연결 총자산은 약 9조4000억 엔(한화 약 85조)에 달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장기 수익형 운영 부동산이다. 직접 소유 및 임대하는 오피스·상업시설의 연면적만도 약 600만㎡( 180만 평) 이상이다. 라라포트 등 대형 상업시설 약 1만 300여개 매장을 직접 기획·운영·관리한다.

미쓰이부동산은 1968년 일본 최초 마천루인 카스미가세키 빌딩을 시작으로 도쿄 디즈니랜드, 도쿄 미드타운 롯폰기·야에스 등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고 있다. 모리빌딩보다 매출 규모가 6~7배 큰 미쓰이의 핵심 전략은 '니혼바시'라는 지역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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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이는 '니혼바시 재생 계획'을 통해 코레도(COREDO) 시리즈, 니혼바시 미쓰이 타워, 니혼바시 다카시마야 미쓰이 빌딩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도쿄역 동쪽 니혼바시 상업 지구 전체를 미쓰이의 건물로 채웠다. 미쓰이부동산은 1673년 미쓰이 다카토시(三井高利)가 니혼바시 지역에 문을 연 상점이 기원이다. 현재도 52층 규모의 도쿄 미드타운 니혼바시 및 수도고속도로 지하화 연계 수변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저성장 국면 속에서도 초대형 재개발을 연속 성공시킨 미쓰이부동산의 성공 방정식을 알아본다. 땅집고는 부동산 개발과 관련 미쓰이부동산 홍보실에 서면질의서를 보냈으며 실무부서가 이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다. 본지는 이를 참조해 기사를 작성했다.

① 완공은 끝 아닌 시작… 시간이 들수록 가치 커지는 ‘경년우화’

미쓰이부동산의 최우선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이 노후화되는 ‘경년열화(經年劣化)’에 맞선 ‘경년우화(經年優化)’다. 건물이 들어선 이후 수십 년간 어떠한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이식하느냐가 도시의 성패를 가른다는 철학이다.

실제로 ‘도쿄 미드타운 롯폰기’와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는 준공 후 디벨로퍼가 지권자들과 직접 ‘타운 매니지먼트’ 조직을 꾸려 운영한다. 4계절 문화 행사, 오픈 스페이스 관리, 방재·안전 시스템을 디벨로퍼가 지속 관리하며 감가상각 없이 지역 가치를 우상향시키는 구조다. 고모다 마사노부(菰田正信) 대표이사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이 아니다. 건물이 들어선 이후 수십 년간 그 지역에 어떤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이식할 것인가가 도시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② 불도저식 재개발 거부… “남기면서, 되살리면서, 만들어 간다”

400년 전 에도시대부터 상업 중심지였던 니혼바시 재개발은 미쓰이표 ‘유산 보존형 개발’의 결정판이다. 니혼바시 프로젝트를 총괄해 온 미쓰이부동산 측은 “‘남기면서, 되살리면서, 만들어 간다’는 개발 슬로건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과거의 역사적 유산과 최첨단 도시 기능이 입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경쟁 도시가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이 탄생한다”고 전했다.

니혼바시 재생 계획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30년대까지 약 30년에 걸쳐 추진 중인 대형 재개발 프로젝트이다. 20여 개 이상의 주요 개별 재개발 지구(지구 단위 계획) 중 이미 10여개가 완료가 됐다. 니혼바시 재생 계획 구역 전체를 합친 연면적 규모는 100만평 규모이다. 단순한 재개발이 아니라 도시 창조적 접근을 한다. 미쓰이부동산은 니혼바시강 위를 가로막았던 수도고속도로를 지하로 밀어 넣고 하늘과 물길을 되돌려주는 대수술을 주도하고 있다.


[땅집고] 미쓰이부동산 회장/홈페이지



③ 공간 분양 그만… 산업 생태계 이식

미쓰이는 자사를 단순 임대·분양업자가 아닌 부동산을 서비스(Software)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하드웨어 공간 위에 미래 산업 생태계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니혼바시 일대에 오피스 건물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기관을 모은 ‘라이프사이언스 클러스터’, 우주산업 거점인 ‘Cross U’ 등을 직접 조성했다. 기업들이 얽혀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자 기업과 인재가 스스로 모여드는 대체 불가능한 도시가 완성됐다.

④ 리츠와 입체 환지를 통한 자금조달

미쓰이부동산 자금 조달의 핵심 축은 직접 개발한 우량 자산을 자회사 성격의 상장 리츠에 매각해 현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미쓰이는 초고층 오피스나 대형 쇼핑몰을 개발한 뒤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자사가 설립한 일본 최대 오피스 리츠인 ‘니폰빌딩펀드(NBF)’나 물류 전문 리츠 ‘미쓰이부동산 물류파크(MFLP)’ 등에 매각한다. 개발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자금을 회수해 다음 초대형 프로젝트의 초기 자금으로 재투입하는 것이다. 자산을 매각한 후에도 해당 건물의 자산관리(AM) 및 시설운영(PM) 권한은 미쓰이가 그대로 유지하며 매년 안정적인 관리 수수료 수입을 챙긴다.

대규모 개발 시 ‘토지를 사들이기 위해 대규모 빚을 지는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토지 소유자(지권자)들과 공동 사업 체계를 구축한다. 토지소유자들에 토지를 출자받아 건물을 올린 뒤 완성된 건물의 일부 지분(소유권)으로 돌려주는 ‘입체환지(立体換地)’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초기 토지 매입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대출 이자 등 금융 비용을 대폭 줄이는 전략이다.

[땅집고] 미쓰이 부동산이 개발한 후쿠오카 라라포트. 이 쇼핑몰은 건담 조형물로 유명하다./홈페이지


⑤ 라라포트 등 상업용 부동산서 두각

미쓰이부동산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상업시설 브랜드인 ‘라라포트(LaLaport)’는 현재 일본 내 22개점과 중국·말레이시아·대만 등 해외 3개점을 포함해 총 25개 거점으로 확장했다. 미쓰이부동산의 상업용 부동산 전략 핵심은 ‘체류형 복합개발’과 ‘자산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단순히 매장을 임대해 수수료를 얻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밀착형 원스톱 라이프스타일 거점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라라포트는 어린이 직업체험 시설, 대형 스포츠·공연 아레나, 건담 테마존 등 강력한 체험형 콘텐츠를 배치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대폭 늘렸다.

전문 자회사(미쓰이부동산 상업매니지먼트)를 통한 데이터 기반의 선제적 테넌트 리밸런싱과 자체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연계를 도입해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극복했다. 미쓰이부동산은 완성된 상업시설을 자사 계열 상장 리츠(J-REIT) 등에 유동화해 회수한 자금을 신규 개발에 재투자하는 순환 구조를 확립했다. 매각 후에도 위탁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지속 창출하며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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