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바뀐 래미안 로고
한자 없애더니 상징 초록색도 지웠다
'래미안' 단일 브랜드 고급화
[땅집고] 대한민국 아파트 브랜드의 시초인 삼성물산 ‘래미안’이 또 한 번 얼굴을 바꿨다. 2021년 브랜드 정체성이던 한자 ‘來美安(래미안)’을 떼어낸 데 이어, 이번엔 20년 넘게 상징처럼 쓰이던 시그니처 초록색과 회색마저 로고에서 완전히 빼버렸다.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두지 않고 래미안 단일 브랜드를 고수해온 삼성물산이 최근 주거 트렌드에 맞춰 래미안 자체의 고급화를 꾀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체계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슬로건과 로고를 공개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의 리뉴얼이다. 기존 래미안을 상징하던 초록(그린)과 회색(그레이) 계열을 완전히 지우고, 검은색과 흰색만을 사용한 모노톤 무채색으로 로고를 재구성했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상품마케팅본부장은 “이번 리뉴얼은 래미안이 26년간 쌓아온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 변화하는 주거 가치에 맞춰 향후 100년을 이끌어갈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기술을 통해 고객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라이프 컬처 브랜드’로 지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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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초록색·회색 뺀 새 BI 발표
래미안은 2000년 1월 삼성건설이 선보인 아파트 브랜드다. 당시 아파트에 브랜드를 붙이는 것이 지금처럼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기에 ‘자부심’을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우며 출범했다. 이후 래미안은 국내 아파트 브랜드 시장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래(來)’는 미래를, ‘미(美)’는 아름다움을, ‘안(安)’은 편안함을 뜻한다. 첫 적용 단지는 경기 용인 구성1차 아파트다.
래미안에서 색이 가지는 상징성도 컸다. 초록색에 ‘미래지향·자연·풍요로움’을, 회색에 ‘아름다움·이상·자유로움’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왔다. 지난 20여 년간 알록달록했던 삼색 로고는 대한민국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다.
이후 2021년 리뉴얼에서는 ‘來美安’이라는 한자 표기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영문 ‘RAEMIAN’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보다 현대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했다. 당시에는 기존의 3선과 그린·그레이 색상은 유지했다. 이번에는 그 색상까지 손을 댔다. 색은 바뀌었지만 현재까지도 세 개의 수직선 형태는 유지한다. 삼성물산은 이 3선을 인간·자연·기술의 조화와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의미한다고 설명해왔다.
◇하이엔드 대신 단일 브랜드 ‘래미안’ 고급화
삼성물산이 이 오래된 유산을 포기하고 무채색을 선택한 배경에는 주택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깔려 있다. 최근 하이엔드 주거 트렌드가 화려한 원색 대비 대신 절제된 모던 미학과 고급스러움으로 옮겨가면서, 아파트 문주나 외벽 대리석, 메탈 패널 등에 로고를 양각·음각으로 새길 때 이질감을 줄이고 시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 작용했다.
경쟁 건설사들이 ‘디에이치’, ‘아크로’, ‘르엘’ 같은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다투어 출시할 때도 단일 브랜드를 고수한 삼성물산이,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자체의 체급을 '하이엔드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로고의 군더더기를 덜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새롭게 채택한 슬로건인 ‘Deepen Your Life, RAEMIAN(깊이가 다른 삶, 래미안)’ 역시 같은 맥락이다. 더 높고 넓은 외형적 화려함에 집착하기보다, 입주민 개개인의 삶과 경험에 깊이를 더하는 주거 공간을 구현하겠다는 철학을 담았다. 새 BI는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을 시작으로 신규 입주 래미안 단지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