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시공권을 상위 10위 대형 건설사들이 독식하는 분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외곽지역에선 중견 건설사 수주전 막이 오르는 추세다. 서울 동북권 입지로 총 1000여가구인 도봉구 상아1차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두고,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호반건설과 대구지역에 본사를 둔 HS화성이 맞붙어 수주전 결과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도봉구 초역세권 상아1차 재건축 두고 호반VS화성 2파전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18일 서울 도봉구 창동 상아1차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행자인 대한토지신탁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앞서 현장설명회에서 중견건설사 5개사(두산건설·호반건설·HL디앤아이한라·HS화성·KCC건설)이 참여한 가운데, 최종 입찰에 호반건설과 HS화성 두 곳이 나서면서 경쟁 구도가 성립됐다.
이 사업은 1987년 준공한 기존 총 694가구 규모 상아1차아파트를 지하 4층~지상 45층, 총 962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지하철 1·4호선 창동역까지 걸어서 5~10분 걸리는 초역세권이라 창동 일대 아파트 중 입지가 좋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창동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개통하면서 이 곳이 복합환승센터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현재 도봉구 일대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중 상아1차 속도가 가장 빠른 상황이다.
대한토지신탁은 현장설명회에서 상아1차 재건축 공사비 예정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 어느 시공사가 공사비를 더 절감해올지 경쟁 판을 깔아준 셈이다. 그 결과 호반건설은 3.3㎡(1평)당 공사비로 693만원을, HS화성은 이보다 소폭 낮은 685만원을 각각 제안했다.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마다 공사비가 900만~1000만원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업계에선 신탁사를 낀 정비사업의 경우 기성불 단순도급제 방식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짊어져야 하는 금융 비용 조달 부담 및 분양 리스크가 적어, 일반적인 조합 방식 현장보다 공사비가 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HS화성 관계자는 “상아1차 현장의 경우 다른 서울 정비사업지와 달리 조합원 분담금 입주시 100% 납부, 이주비 추가 지원, 후분양 등 공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가 조건에 대한 제안이 없었다”면서 “원가 관리 역량 및 현장 간접비 절감 등을 고려해 공사비를 책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토지신탁은 오는 9월 19일 전체 회의를 열고 투표를 거쳐 시공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 재건축 현장서 중견건설사 2파전 이례적…상아1차 깃발 누가 꽂을까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서울 재건축 현장에서 중견 건설사 2파전이 벌어진 이번 상황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수주에 집중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틈을 타, 앞으로 도봉구 상아1차같은 외곽 현장에선 중견 건설사 간 수주전이 종종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아1차 시공사 선정에 입찰한 호반건설과 HS화성은 모두 지방에 거점을 둔 건설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HS화성은 토목 분야에서 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왔지만 사업 다변화를 위해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HS화성은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48위인 건설사다. 대구지역에선 도급순위 1위를 지키면서 탄탄한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최근 서울에선 소규모 재건축 및 가로주택정비사업, 모아타운 사업 위주로 진출하는 추세다. 강남권 소단지 수주를 위해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에크라’까지 출시했다.
HS화성은 2024년 중랑구 면목동에서 면목2-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공사를 수주하면서 서울 정비업계에 데뷔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서초구 잠원동에서 총 125가구 규모 잠원한신타운 소규모 재건축과, 성동구 성수동 일대 84가구짜리 신성연립 소규모재건축 시공권을 따내 강남권 첫 수주 성과를 냈다. 이 밖에 면목동 모아타운 일대 총 4개 구역을 비롯해, 올해 9월 총 95가구 규모 강남구 대치동 비취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 공사도 수주했다.
HS화성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공사비를 바탕으로 조합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면서 “기본 제공 품목을 비롯한 상품 구성에서도 매력적 조건을 제시했으며, 상대적으로 짧은 공사기간을 제안해 조합원들 입주 시점을 앞당기고 전반적인 사업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신경썼다”고 했다.
호반건설의 경우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시작했으나 2018년 서울 서초구로 본사를 옮긴 뒤 전국 단위 사업을 진행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기준 전국 11위 건설사다. 그동안 수주한 서울 정비사업 현장은 중랑구 면목동 일대 도합 1391가구 규모인 면목역 3·4·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만약 호반건설이 총 1000가구에 달하는 이번 상아1차 시공권을 따내는 경우 도봉구 정비사업 최초 진출이며, 서울 재건축 단일 규모 사업지로도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상아1차의 경우 지난해 서울 사무소를 연 이후 첫 번째 경쟁 수주전이면서, 최초의 신탁 재건축 사업지 참여라 회사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현장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호반건설이 주택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강점과 함께 중견건설사 중 재무구조가 탄탄한 편이고, 시장에서도 ‘호반써밋’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은 점을 내세울 것”이라며 “수주에 성공할 경우 총 1000여가구 대단지인 만큼 상아1차 재건축 아파트가 호반건설의 핵심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