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장흥군수 감방에 몰아넣었던 유령 테마파크, 75억짜리 흉물 재조명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9.08 06:00

[땅집고] 전남 장흥군 관산읍 옥당리 일대에 2011년 준공한 ‘사상의학 체험랜드’. /유튜브 올빼미TV


[땅집고] 전국 곳곳 지방자치단체마다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는 목적으로 국비·시비를 지원받아 각종 테마파크를 조성해둔 사례가 적지 않은 가운데, 전남 장흥군 일대 ‘사상의학 체험랜드’가 재조명받고 있다. 총 75억원을 투입했지만 유령 건물로 방치돼 지역 흉물이란 지적이 쏟아진다.

‘사상의학 체험랜드’는 전남 장흥군 관산읍 옥당리 일대 부지 2만186㎡에 태양인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을 접할 수 있는 체험 요소들을 마련한 한방·약초 테마파크다. 모든 건물을 한옥 형태로 지었으며 사상의학관, 한방진료원, 약선요리 체험장, 사상의학·아토피 체험관, 약초 유리온실 등을 조성했다. 사업비 총 75억원 규모인데 이 중 세금은 국비가 24억원, 군비가 24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2007년 시작해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준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땅집고] 전남 장흥군 ‘사상의학 체험랜드’ 예상 배치도. /장흥군


장흥군은 체험랜드가 완공하면 지역 경제가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곳이 약초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방 관광 종합단지로 거듭나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유입되면서 한방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당시 유명 배우 김희선, 이민호가 주연을 맡은 한방 드라마 '신의(神醫)' 측과 MOU를 맺고 촬영을 위한 오픈세트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사상의학 체험랜드’는 사실상 유령건물로 방치돼있다. 당초 장흥군이 조성 사업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했는데, 부지 매입 및 준공 후 시설 운영 등에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며 프로젝트에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이면서 문제가 터진 것. 첫 번째 사업자로 A영농법인을 선정했지만 해당 법인이 자금난으로 사업을 포기한 뒤, 사업대상자 및 대표자가 도합 6차례나 바뀌면서 난항을 겪기도 했다.

[땅집고] 전남 장흥군 ‘사상의학 체험랜드’가 유령 건물로 방치된 채 텅 비어있다. /유튜브 올빼미TV


이렇다 보니 체험랜드가 2011년 완공한지 20개월이 넘도록 개장조차 못했다. 장흥군의 보조금 집행과 관리 감독이 부실해 시공을 맡은 민간 사업자가 허술하게 공사를 진행한 결과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체험장에 계획됐던 수도 시설이 설치되지 않고, 숙박시설에도 냉방 시설을 찾아볼 수 없는 등 각종 하자·부실 시공이 지적됐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장흥군이 해당 사업을 당초 목적과 다르게 추진했으며,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며 해당 금액을 모두 환수하는 동시에 수사도 의뢰했다. 조사 결과 장흥군이 제출한 보조금 집행 명세서 중 증빙서류를 적정하게 갖췄거나 목적에 맞게 사용된 금액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장흥군이 종합건설면허가 없는 B업체에게 24억원을 주고 시공을 맡겼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에 장흥군 측은 “처음 계획처럼 사업이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당초 목적에 맞게 사업을 시행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매년 전남도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영수증, 시설 사진은 물론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보고했는데 이제 와서 모든 게 보조금 목적 외로 사용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고 반박했다.

[땅집고] 전남 장흥군 ‘사상의학 체험랜드’에 잡초가 무성히 자라있는 모습. /유튜브 올빼미TV


이 같은 항변에도 법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손을 들어줬다. 2017년 9월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은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흠 전 장흥군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 조치를 내렸다. 더불어 이 전 군수와 함께 기소된 장흥군청 관계자 이모씨와 김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또 다른 김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시 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이 국가보조금 지원 사업인 사상의학 체험랜드 조성사업을 진행하며 드라마 세트장 사후 활용계획 및 예산확보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전용했다"면서 "이 사건 보조금이 마치 원래 목적을 위해 집행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각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행사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재판부는 이 전 군수와 관련해서는 "국민 혈세로 지원되는 보조금을 치밀한 계획 아래 꼼꼼하게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치적 쌓기에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로 인해 26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장흥군을 위해 이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낭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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