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역대 최대 실적 낸 은행들, 채용문 좁히고 알짜부동산 내놓는 이유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9.07 06:00

자본비율 조정과 디지털·AI전환에 속도
4대 은행, 빌딩·점포·채용 '3중 다이어트'

[땅집고] 서울 명동 신한 익스페이스./조선비즈


[땅집고]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서울 명동과 강남·성수동 등의 사옥과 유휴 부동산을 잇따라 매물로 내놓고 있다. 여기에 올해 금융사들이 최대 규모 실적을 내는 와중에도 은행들은 신입 채용 문을 급격히 좁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하고 디지털·AI 전환이 속도를 냄에 따라 은행들이 오프라인 자산과 인력을 동시에 줄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국민·신한·우리은행, 알짜 사옥까지 매물로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서울 5곳, 경기 2곳, 대구·대전 각 1곳 등 전국 유휴 부동산 9곳에 대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매각 규모는 1500억~16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근 오피스 빌딩 시장이 대형 우량자산 중심으로 양극화함에 따라 매각가를 잇달아 낮추고 있음에도 거래는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명동 소재 영업점 건물 '익스페이스'와 성수동 직원 합숙소를 매물로 내놨다. '익스페이스'는 최저 공매가격 1422억원으로 내놨지만 유찰 끝에 현재 1200억원대에 매각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명동 우리금융디지털타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 6월 내놓은 유휴부동산 25곳이 전량 유찰됐음에도, 8월 들어 전국 14곳을 추가로 공매로 내놨다.

금융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자산 매각이 이어지면서 더욱 눈에 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합계11조339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9.8% 늘어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과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자산관리 부문 비이자이익까지 개선된 결과다.

은행들이 부동산을 파는 표면적 이유는 '자본 효율화'다. 위험 가중치 높은 자산으로 분류되는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 비율을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기준 이상으로 맞춰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의 고정자산비율은 2025년 말 8.46%에서 올해 1분기 7.69%로, 신한은행은 11.86%에서 11.54%로 낮아졌다. 절감한 자금은 기업금융 확대와 주주환원에 투입한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실적·직원 몸값은 오르는데 채용문은 좁혀

은행들은 자산 뿐 아니라 신규 채용 규모도 갈수록 급격히 축소하고 있다.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신입 채용 규모는 약 51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595명보다 14.3% 줄었다. 연간 공개채용 인원으로 보면 2023년 1880명에서 2024년 1320명, 2025년에는 1170명까지 떨어져 2년 새 38% 급감했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신입 공채 규모를 지난해(195명)의 절반 이하인 두 자릿수로 줄였다.

같은 기간 재직 중인 은행원의 몸값은 오히려 뛰었다.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평균 급여는 715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었고, 연봉으로 환산하면 1억4000만원을 웃돌았다.

[땅집고]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스1


은행 영업점 감소는 이런 흐름을 한번에 보여준다. 4대 시중은행 점포는 2015년 4311개에서 2025년 9월 3048개로, 10년 새 1200개 넘게 줄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에도 37개 국내 영업점을 한꺼번에 통폐합했다. 최근에는 일반 지점을 소규모 '출장소'로 전환하면서 점포 수 감소 속도는 다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 4대 은행의 지점은 지난해 대비 51개(2.3%) 줄었지만 출장소는 62개(14.1%) 늘어, 완전 폐쇄보다는 몸집을 줄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은행 점포·인력 감축은 AI 구조조정 예고편일 수도"

은행권이 부동산·인력·점포 세 축에서 동시에 몸집을 줄이는 이유는 오프라인 기반의 영업 방식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사람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는 시대를 앞두고 몸집과 조직을 미리 가볍게 만들어두려는 선제적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AI 도입에 따른 임직원 감축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표준화된 업무가 많고 정보기술(IT) 투자 여력이 커 AI 도입에 가장 먼저 나선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며 "국내 은행권의 지금 움직임은 다른 산업으로 확산할 'AI 구조조정'의 예고편일 수 있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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