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44년 만에 세종 이전
지식정보타운·과천지구 등 4만6000가구 공급
"행정기관은 빼고 주택만 늘려"
[땅집고]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본격화하면서 경기 과천시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983년부터 과천에 자리 잡은 법무부가 44년 만에 세종으로 이전하는 가운데, 이미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된 과천에 핵심 행정기관까지 빠져나가면 도시의 자족 기능이 약화되고 공동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천시는 특히 정부가 행정기관을 이전하면서 한편으로는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것은 과천을 사실상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법무부 44년 만에 과천 떠난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3일 과천시민회관 시계탑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법무부 세종시 이전 계획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신 시장은 “정부가 오늘 오전 법무부 세종시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며 “과천시를 아주 공동화시키려고 작정했나 보다”고 말했다.
이날 한성숙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를 비롯해 수도권에 남아 있는 일부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1983년 과천에 정부청사가 들어선 이후 40년 넘게 과천에 자리 잡아왔다. 이번 계획이 확정되면 법무부는 44년 만에 ‘과천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을 세종으로 이전하기 위해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에서 이들 기관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1차 이전 당시 적용했던 잔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방법, 시기는 올해 4분기 중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기관별 기능과 성격, 기관 간 업무 연계성 등을 검토한 뒤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를 거쳐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고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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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4만6000가구…여기에 9800가구를 더?
과천시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행정기관 이전과 대규모 주택 공급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과천에는 과천지식정보타운과 과천지구, 주암지구 등을 포함해 약 4만6000가구의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라 과천 경마공원과 국군방첩사령부 일대에도 약 9800가구가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 부지의 주택 공급 시기를 2029년 12월로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마사회노조와 과천시의 반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과천시는 이미 현재도 출퇴근 시간대 교통 혼잡이 심각한 상황에서 추가 주택 공급이 이뤄지면 교통·교육 등 기반시설이 수용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출퇴근 시간대 과천대로와 과천~봉담 간 도시고속화도로, 남태령고개 등 주요 간선도로에서는 정체가 반복되고 있다.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유입 인구가 늘어날 경우 교통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
재정 부담도 과천시가 지적하는 문제다. 과천시는 과천지식정보타운 조성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예산이 5500억원을 넘어 시 한 해 예산을 웃돈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개발 부담까지 떠안기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정기관은 빠지고 아파트만
과천시는 단순히 주택 공급 물량을 조정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자족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신 시장은 “20년 전 일방적인 청사 이전과 수도권 주택 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정권 교체 때마다 과천의 희생을 강요했다”며 “도시 공동화를 막고 과천의 자족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 약속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이어 “국가가 필요할 때는 희생을 요구하고 또다시 개발 부담을 떠넘기는 행태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정부는 도시 수용 능력과 재정 여건을 무시한 주택 공급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기반시설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과천시와 과천시민을 직접 만나달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방법, 시기를 확정할 계획이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