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짐 다 두고 잠적" 세입자와 소송 1년, 8개월 치 월세 날린 집주인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9.06 06:00

월세 밀리자 세입자 잠적, 오히려 가압류까지 당해
1심선 이겼지만 항소심서 "실거주 입증 못해" 8개월치 월세 날려
법조계 "보증금 공탁했다면 결과 달랐을 수도"

[땅집고] 25일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월세 매물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시스


[땅집고] “제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상황까지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 카페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다. 글을 쓴 A씨는 월세를 놓았다가 세입자와 1년 넘게 명도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연을 상세히 적었다.

◇월세 밀리자 세입자는 잠적… 오히려 집에 가압류까지

A씨는 보증금 1억원, 월세 240만원에 신축 아파트를 빌려줬다. 그런데 세입자는 전입신고도 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다. 관리비는 입주 후 2년 4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납부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월세를 두 달 밀렸다가 한 달 지급하고, 다시 밀리는 일이 반복됐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가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기다려보게 되는데, 그러다 다시 연체되고 또 기다리고 하는 상황이 계속됐다"고 썼다.

결국 더 이상 정상적인 임대차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명도소송(부동산 인도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세입자는 연락이 끊기더니, 오히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아파트에 보증금 액수만큼 가압류를 걸었다. 글쓴이는 "보증금을 안 돌려준 증거도 없고 세입자와 연락도 안 되는데 가압류가 걸릴 수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을 위해 공무원들과 함께 문을 따러 갔을 때는 세입자가 자다가 일어나 문을 열어줬는데도, 그는 "2024년부터 이 집에 안 살았다"며 끝까지 거주 사실을 부인했다고 한다.

◇1심선 이겼는데… 항소심서 "실거주 증명 못해" 8개월치 월세 날아가

약 5개월간의 재판 끝에 나온 1심 판결은 밀린 월세를 보증금에서 공제하고, 실제 집을 인도할 때까지 월 24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도 추가로 공제하도록 했다. A씨는 당연한 결과라고 여겼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판결에 따라 정산하고 집을 돌려받으려 했지만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결국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자 세입자는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항소했다. "명도소송이 시작된 이후로는 이 집에 살지 않았으니, 그 이후 기간의 월세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세입자 측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집을 인도하지 못한 것이고 실제로 그 집에 살지 않았다" "보증금 반환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물건만 남겨뒀다", "전기·수도·온수 사용도 집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아파트에는 여전히 가전제품과 짐이 남아 있었고, 열쇠도 돌려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게 약 8개월간 이어진 항소심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일까지는 세입자가 실제로 집을 사용·수익한 것으로 인정해 월 240만원 상당 금액을 인정했다. 그러나 1심 판결 다음날부터 항소심 판결까지 약 8개월간은 "세입자가 주거 목적으로 실제 사용·수익해 이득을 얻었다는 점을 집주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 기간의 월세 상당액은 인정받지 못했다.

◇“공탁했더라면”… 남은 건 가압류 8600만원

A씨는 "집을 돌려받은 것도, 열쇠를 받은 것도 아니고 세입자 짐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실제 거주·사용했다는 사실을 집주인이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기간 월세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집주인이 문을 따고 들어가 확인할 수도 없는데 그 거주 여부를 집주인이 증명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A씨의 아파트에는 세입자가 보증금반환채권을 이유로 걸어놓은 8600만원 상당 가압류가 남아 있다. 반면 항소심에서 인정된 반환금액은 6000만원 정도다. 글쓴이는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8개월간 밀린 월세는 인정받지 못했고, 다시 집을 돌려받는 절차를 진행하면서 별도로 가압류 문제까지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글을 마치며 "월세를 놓으려는 분들이 이런 상황도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걸 꼭 알았으면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계약서 하나 쓰고 보증금만 충분히 받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마시라"며 "월세 연체가 시작됐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계약 해지는 언제 해야 하는지, 보증금 반환과 명도는 어떤 관계인지, 실제 사용·수익에 대한 증거는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 지까지 미리 알아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땅집고] 변제공탁 신청 절차와 효과./그래픽=클로드


이 사례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항소심 8개월치 월세를 통째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 판결에서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과 점유 반환의 ‘동시이행’을 주장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세입자가 그 집을 주거 목적으로 쓰지 않아 실질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면 임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게 확립된 판례다. 전문가들은 “만약 A씨가 소송 초기에 보증금 상당액을 법원에 변제 공탁함으로써 상대방의 동시이행 항변권을 깨뜨렸다면 사용수익 여부를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퇴거 조치와 함께 임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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